12.17
전쟁과 평화 -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처럼, 1권은 (상대적으로)평화로운 러시아 사교계와 피 튀기는 전장터를 차례로 오고가며 진행된다.
1권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책을 읽으며 나를 가장 사로잡은 것은 전쟁을 대하는 태도였다.
몇 달 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읽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와 독일의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여성들은 전쟁의 아주 세밀한 상처까지 날 것 그대로 진술한다. 입대를 위해 머리를 자르기 전 신고 있던 구두,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한 식사, 달콤한 사랑의 말을 나누던 연인들... 여성은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일상의 행복을 기억한다.
1권 초반부에 나타난 남성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평화로운 사교계를 떠나 피튀기는 전장으로 나간다. 안드레이 공작은 거듭해서 자신의 툴롱은 어디일지 고민하고 고대한다. 공훈을 펼치려는 열망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황제의 열병식과 함께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만 간다. 남겨진 연인들은 전장에 있을 자신의 연인을 생각하며 눈물짓지만, 정작 청년들은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리라고 생각할 뿐이다. 대조국전쟁의 여성들에 반해 남성들은 전쟁의 과정에서 있는 희생과 파괴보다는 (장담할 수 없는 미래의)승리가 선사할 명예에 사로잡혀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감에 따라 인물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런데, 점차 인물들의 마음에 파장이 일어난다. 부상을 입은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죽음을 직면한다.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안드레이 공작은 비록 적이지만 그의 영웅이었던 나플레옹을 마주하고, 그 모든 것의 덧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이때, 오늘 그가 발견하고 이해한 그 드높고 공평하고 선량한 하늘에 비하면 지금 나폴레옹의 마음을 차지한 온갖 흥미는 부질없게 느껴졌고, 그 천박한 허영심과 승리의 기쁨도, 그의 영웅이던 나폴레옹까지도 모두 하찮게 여겨졌기 때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
안드레이 공작은 나폴레옹의 눈을 보면서 위대함의 부질없음,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부질없음, 살아 있는 자는 누구도 그 뜻을 이해라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죽음의 더한 부질없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을 직면한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작은 존재를 자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생사의 고비를 넘긴 안드레이 공작이 어떤 변화된 가치관을 가지고 움직일지 궁금하다.
.
.
.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 #독서 #북리뷰 #책리뷰 #서평 #전쟁소설 #전쟁문학 #톨스토이 #레프톨스토이 #레프니콜라예비치톨스토이 #LeoTolstoy #ЛевТолстой #전쟁과평화#1 #문학동네 #책읽는저녁 #목표는#일년에백권독서#제팔십일권 #부지런히읽자 #부지런히읽는중 #📚
전쟁과 평화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
책을 읽는 동안 터널 속을 함께 걸었다. 이반 일리치와 함께.
•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차갑고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온다. 생명력으로 가득 찬 육체는 죽음과 전혀 상관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끽해야 한 세기도 안되는 시간이 지나면 죽음이 감히 손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생명은 스러진다. 그리고 죽음은 짧은 기다림 끝에 승리를 거머쥔다. 맞서 싸울 수 없고 피해갈 수도 없는 죽음은 삶의 완전한 정복자며 포식자다.
•
p. 103
죽음과 얼굴을 맞대고 있었지만, 그가 죽음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바라보며 차갑게 얼어붙을 뿐이었다.
•
게라심은 참된 연민을 가진 사람이다. 아니, 연민이라는 표현은 알맞지 않은 것 같다. 이해한다고 해야 할까? 게라심은 이반을 존재 그 자체로 본다. 사람을 향한 사랑을 그대로 표현하는 이 인물은 가면을 쓰고 온갖 위선을 휘감은 다른 인물들과 명백히 대조된다. 책을 읽다보면 절로 이반 일리치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게라심이 등장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존재를 바라보고 영혼을 바라보는 사람이기에..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예수님의 황금률을 따르는 (어찌보면) 극중에서 유일한 인물이다.
•
기나긴 터널을 지나 이반 일리치는 하나의 빛을 발견한다. 아들 바샤의 눈물이다. 바샤는 이반 일리치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 영혼을 위해 진정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를 보며 이반 일리치는 마침내 죽음과 고통이 떠밀은 공포에서 벗어난다. 터널 끝에는 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
•
삶의 의미는 어떻게 찾을 수 있으며 어디에 있는가? 내 옆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 영혼에 진실만을 담아 손을 건내는 것, 모든 베일을 벗고 참 얼굴로 다가가는 것, 나를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
누구나 멀리하고싶고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는 죽음, 그러나 마침내는 모두가 만나게 될 죽음. 이 짧은 단편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마저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이끈다. 꼭 읽어보기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펴냄
읽었어요
5
깊은뜻
저도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많이 좋아합니다. <28>과 <종의 기원>이 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