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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소설)의 표지 이미지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상황과 비율>
: 포르노 상황 전문가 양준과 포르노 배우 송미의 이야기. 송미가 섹스 장면을 찍을 때 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탁구공을 상상한다고 말한 뒤로, 양준은 그 탁구공이 제 가슴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픽포켓>
: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 기민지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과거 인터뷰를 바탕으로 무작정 부산을 향해 떠난 호준과 우영. 퇴학 이후 형님 삶을 살고 있는 송진구를 만나 호준이 도움을 구할 동안, 기민지는 납치 당한 호텔에서 눈을 뜨고 호텔 밖으로 나온다. 연예인 기민지와 팬 호준, 우영의 양쪽 입장이 교차되면서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번진다.

<가짜 팔로 하는 포옹>
: 술을 마시는 규호와 그 앞에서 그를 바라보는 전 여친 정윤의 대화로 전개된다. 규호는 알코올중독자 모임에서 만난 닉네임 '피존'이 해주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그의 커다란 몸집, 위스키 취향, 전날의 뉴스를 오늘 보는 버릇, 포장마차에서의 싸움, 환청인지 진짜인지 모를 '살려주세요' 소리의 경험 등을 정윤에게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꾸는 악몽들을 언급하더니, 피존이 죽었다고 고백한다. 규호의 술주정을 받아주던 정윤은 이내 자리를 뜨고 규호만 남아 마저 술을 마신다.

<뱀들이 있어>
: 고향에 지진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정민철은 걱정보다는 그 재난의 풍경을 보고싶어 고향으로 내려간다. 짝사랑했던 영선과 그 영선과 결혼한 제 친구 우재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땅에서 뱀들이 슬픔 때문에 몸을 흔들어 지진이 나는 거라는 할머니의 말씀도 떠올린다. 고향의 강당에 도착해보니 우재는 실종 상태고, 영선은 넋이 나가있다.

<종이 위의 욕조>
: 명사 분실증으로 교감하는 큐레이터 용철과 화가 미요의 이야기. 미요는 힘든 시기를 통과한 뒤에 단어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친구가 얼마 전에 죽었다는 말을 들려준다. 거창하게 둘 다 취한 회식 중 단어를 잊어버리지 말자며 끝말잇기를 하거나, 잃어버린 용철의 가방을 미요가 대신 맡아준다. 다음 날, 용철은 모의 전시를 찾아온 미요가 두 명의 여자가 손을 꼭 붙들고 화면 밖을 응시하는 그림을 보고 눈이 붉어진 것을 목격한다.

<보트가 가는 곳>
외계인의 습격으로 곳곳에 검은 구멍이 생기고 사람들은 남쪽으로 이동한다. 식량은 외계인이 제공하는 바나나뿐. '나'는 이동 중에 정화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가족사를 공유한다. 바다에 도착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가야할 지 고민하고, 사람들은 물에 뜨는 바나나를 쟁취하기 위해 싸운다. 그러다가 한 남자가 구멍에 발을 헛디뎌 정화의 손을 잡았고, 나 역시 정화의 손을 잡았으나 그 손을 놓치고 만다. 나는 정화와 나눈 이야기들을 종이에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옷에 바람을 넣어 보트처럼 만들고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
: 보험사기단 현수를 주인공으로 허파, 대장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 대장은 보험사기로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그 돈으로 집의 빚을 갚기도 한 인물. 그러면서 현수에게 몸 좀 사려가며 일하라고 아니러니한 잔소리를 한다. 현수는 실연의 아픔에 그저 모든 걸 다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차 속으로 무작정 뛰어든다.

<요요>
: 자신을 '관계를 부수고 고리를 끊는 사람'이라고 칭하는 차선재와 그의 첫사랑 장수영의 이야기. 차선재는 부모님의 이혼 후 잘못된 것들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시계를 분해해서 조립하는 걸 반복하다가 시계제조공학과에 대학 입학을 하고 대학에서 멀티미디어 편집과 장수영을 만난다. 차선재의 군대를 간 사이 장수영이 뜬금없이 사라지고, 차선재는 장수영의 존재를 잊지 못한 채 취업을 하고 이후 제작자가 되기 위해 공방을 차린다. 차선재의 독특한 첫 작품은 세간의 이목을 받고 언론에 의해 알려진 차선재를 보게 된 장수영이 자신은 독일에 있다며 메일을 보내온다. 둘은 독일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차선재는 장수영만을 위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장수영의 영상에서 영감을 받은 station 제작에 몰두하지만 마침 아버지가 쓰러지시는 바람에 재회는 성사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차선재가 55세가 됐을 때야 그의 시계 작품 전시회에서 둘은 재회한다. 멋쩍은 대화를 나눈 뒤 공방으로 돌아온 차선재는 구십 퍼센트 왼성되었었던 시계 station을 다시 꺼내보다가 서랍에다 넣어둔다. 그리고 다음 작품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시간'을 주제로 한 요요라는 타이틀로 하자고 결심하며 스케치를 시작한다.

-
: 나의 첫 김중혁 소설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들은 <종이 위의 욕조>, <보트가 가는 곳>. 그리고 <요요>도 좋았다. <종이 위의 욕조>에서 미요가 유독 한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다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보트가 가는 곳>에서 바나나에 두둥실 떠가며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과 정화가 보았을 '나'의 마지막 얼굴이 잔상처럼 자꾸 남는다.


#관계 #시간

👍 외로울 때 추천!
2017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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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pbo

정확히는 3.5점. 마지막에 20대 때는 예뻤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좋다고 잔 들 힘만 있으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술을 마실 거라고 하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작가가 추천해준 맛집 다 가보고 싶다. 사실 그것때문에 별점이 더 올라감.

술꾼 도시 처녀들 1

미깡 지음
예담 펴냄

2018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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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pbo

초기 만화에 등장했던 인물들보다 찰리 브라운, 루시, 라이너스가 더욱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스누피가 난 왜 개로 태어났을까 발전 가능성이 없어 하며 철학적으로 자신의 삶을 관조하거나 아이들이 자기를 칭하는 ‘털복숭이’, ‘반푼어치’라는 말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더욱 사람 같아졌다. 그리고 스누피가 라이너스의 담요를 탐내면서 라이너스와 스누피 간 묘한 라이벌 관계도 형성됐다. (진지한 수준은 아니닼ㅋㅋㅋㅋ) 펭귄과 독수리를 흉내내는 스누피, 아빠 자랑으로 기싸움하는 찰리 브라운과 바이올렛, 베토벤 생일을 까먹고 좌절하는 슈뢰더, 루시에게 2주간 담요를 뺏긴 라이너스 등의 에피소드가 있다. 흙을 몰고다니는 픽펜, 베토벤 덕후 슈뢰더, 검은머리 바이올렛, 짧은 금발 패티 등 여전히 기존 캐릭터도 이따금씩 존재감을 비추지만 난 역시 떠버리 루시가 제일 웃긴 것 같다ㅋㅋㅋㅋ

“가끔은 내 영혼에 잡초만 빽빽한 것같이 느껴져!”

/

“저 많은 별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지 않아, 찰리 브라운?”
“아니. 난 원래 하찮은 사람이니까 상관없어!”

피너츠 4

찰스 M. 슐츠 지음
북스토리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18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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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책은 이번 년도엔 꼭 읽으리라 두고두고 벼렀던 책 중 하나였는데, 폴 오스터의 원작을 바탕으로 힌 그래픽 노블을 먼저 읽게 됐다. <유리의 도시>는 폴 오스터의 소설 <뉴욕 3부작>에 등장하는 단편 중 하나다.
최근 구병모의 소설 <아가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래픽노블을 읽었을 때처럼, 원작을 먼저 읽고 그래픽 노블을 봤다면 감상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에 원작과 이 그래픽노블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 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연출이 아주 뛰어나다는 건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피터 스틸만이 달걀로 철학을 이야기할 때 식당의 달걀 음식이 조리되는 장면을 함께 병치하거나, 주인공 퀸이 뉴욕을 서성이며 자신의 일부분을 떨어뜨린다는 묘사에서 그려진 미로 그림, 퀸이 버지니아와 피터의 집을 감시하며 서서히 노숙인처럼 변해가는 과정 등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폴 오스터가 쓴 문장에서의 느낌을 탁월하게 건져올린다는 생각을 했다.
미스테리로 가득 찬 소설은 폴 오스터와 친구인 누군가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작가 본인이 소설에 개입된 채 방관자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 점이 흥미로웠고, 뿐만 아니라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을 보는 듯 주인공 퀸의 자조적이고도 허무한 결말은 여태 퀸이 쫓았던 피터 스필만의 존재 자체를 맥거핀으로 느끼게 했다. 피터 스필만이 주창했던 바벨탑의 어떤 계시조차 정확한 답 없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유리의 도시>는 더욱 더 음울하고 기이한 소설로 완성되었다.
<유리의 도시>를 읽으면서 느꼈던 이 기묘한 공포와 우울은 데이비드 미추켈리의 그림 연출 반, 폴 오스터의 문장 반에서 왔다. 나중에 폴 오스터의 문장으로만 이루어진 원작 소설을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폴 오스터의 첫책은 이렇게 <뉴욕 3부작>이 되겠군!

#폴오스터 #뉴욕3부작 #그래픽노블

유리의 도시

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미메시스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18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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