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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소녀는 아직 울고 있다. 꽃들이 피어나는 이 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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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맹세?" 정인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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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떠한 경우라도 깰 수 없는 단단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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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정인이 금세 밝아져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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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들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보자. 어때?"
은화가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정인과 영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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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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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주 작은 일이라도 찾아보자. 언제까지 일본의 그늘에 있겠니, 여자라고 해서 나라를 위해 일 할 수 없는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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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어디에 있든, 어떠한 처지든, 우리 셋은 한 몸처럼 사랑하며 서로를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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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몸이 더러워진 것은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죠. 우리는 전쟁을 원한 적도 없고 전쟁에 미친 군인들을 위무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건 미친 바람이 지나간 자리일 뿐이에요. 바람은 곧 잠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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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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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도가 잔잔하다. 온 세상을 삼킬 듯이 배를 덮치던 그런 바다는 아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다는 고요하고 평온했다. 그러나 영실은 그 바다의 고요를 믿지 않는다.
언제 또 분노한 파도가 세상을 향해 밀려올지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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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같은 세월이,
힘들고,
더디게,
흐르고 있었다.
✍️
아픈 과거사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 시절 어여쁜 꽃들의 아픔을 명심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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