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
"아버지가 월급을 주면 제가 릴라를 공부시킬게요."
리노가 말했다.
"공부? 내가 공부를 한 적이 있니?"
"아니요."
"그럼 너는 공부를 했냐?"
"아니요."
"그런데 여자인 네 동생은 왜 공부를 시켜야 한단 말이냐?"
-
며칠이 지난 다음 나는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푸른 요정』을 읽어보셨는지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평소와는 다른 우울한 목소리로, 마치 나와 선생님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투로 말했다.
"그레코, 얘야. 너 천민이 무슨 뜻인 줄 알고 있니?"
"네, 천민이오? 그라쿠스 형제에 대해서 공부할 때 배웠어요. 천민들의 호민관 제도를 배울 때요."
"천민은 좋지 않은 것이란다."
"네."
"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으면 본인뿐 아니라 자식들도, 자식의 아이들도 천민으로 남는 거란다. 그러니 체룰로는 내버려두고 네 생각이나 하렴."
-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첼로와 미켈레는 초록색 줄리에타를 구입해서 타고 다니며 다시 동네의 주인으로 등극했다. 활기차고 긴장하고 전보다 더 거만하게 행동했다. 릴라의 말이 옳았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을 이기는 방법은 그들보다 더 성공하는 것이다. 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성공 말이다.
-
"네 가치를 인정받아야 해. 레누."
"내가 네 아이들을 바다에 데리고 오게 되면 그때 인정받을게."
"너에게라면 금화를 상자째 가져다줄 수도 있어.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지음
한길사 펴냄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