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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탄생설화다. 신화적이다. 태초부터 내려온 가부장의 시대를 전복하는!
말다툼을 하다가도 가녀장의 명령에 순순히 내려가서 마저 싸우는 모부. 슬아는 실내 흡연이 허용되지만 아빠인 웅이는 추운 날에도 패딩을 챙겨 입고 밖에서 흡연을 해야하는 집의 규칙. 슬아가 이렇게 가녀장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딸이 집의 생계를 책임지고 그 집은 딸의 명의이며 모부에게는 독립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슬아가 명령을 내리고 위엄있게 굴 때마다 저래도 되나 싶어 조마조마했다. 살면서 꿈도 못꿔본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 가부장의 밑에서, 효녀가 되어야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딸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온 나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한편 복희와 웅이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가부장의 시대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가녀장을 순순히 모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슬아의 두 배 만큼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로서 슬아에게 여러 조언을 할 법도 한데 그저 말하려다 멈추고 바라본다.
처음에는 이슬아 작가가 가부장제의 파격적인 대안으로서 가녀장제를 제시했다고 생각했지만, 읽다보니 대안이라기 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부장이든 가녀장이든 아무나 월급만 주면 잘난 척 하든 말든 상관 없다며, 남이 훼손할 수 없는 자유를 누리는 복희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족을 찍어누르며 내세우는 권위가 얼마나 부질없고 우스운지를. 그래서 이 코믹 드라마는 불편하게 우습지 않고 유쾌하게 웃기다 ㅎㅎㅎ 이런 편안한 웃김 참 소중해. 표지도 볼수록 짱멋지다. 이슬아 탄생신화같다✨ 옛날 옛적 제사장이 흔들던 청동방울 대신 전자담배로 권력을 휘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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