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소녀는 아직 울고 있다. 꽃들이 피어나는 이 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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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맹세?" 정인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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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떠한 경우라도 깰 수 없는 단단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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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정인이 금세 밝아져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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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들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보자. 어때?"
은화가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정인과 영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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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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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주 작은 일이라도 찾아보자. 언제까지 일본의 그늘에 있겠니, 여자라고 해서 나라를 위해 일 할 수 없는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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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어디에 있든, 어떠한 처지든, 우리 셋은 한 몸처럼 사랑하며 서로를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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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몸이 더러워진 것은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죠. 우리는 전쟁을 원한 적도 없고 전쟁에 미친 군인들을 위무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건 미친 바람이 지나간 자리일 뿐이에요. 바람은 곧 잠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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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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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도가 잔잔하다. 온 세상을 삼킬 듯이 배를 덮치던 그런 바다는 아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다는 고요하고 평온했다. 그러나 영실은 그 바다의 고요를 믿지 않는다.
언제 또 분노한 파도가 세상을 향해 밀려올지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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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같은 세월이,
힘들고,
더디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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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과거사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 시절 어여쁜 꽃들의 아픔을 명심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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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약간 허무했지만 나름대로 신선했던 스릴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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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노에미는 불길하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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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너한테 마지막 게임을 하자고 할거야. 오빠를 따라가지 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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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갈거야. 너도 같이. 우린 모두 라파엘의 가소로운 게임을 함께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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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은 무표정한 얼굴오 나를 돌아봤어요. 선글라스를 벗은 그의 눈은 차가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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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에미는 어디있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어요.
그러자 라파엘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눌렀어요.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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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게임을 할 시간이야, 퀸.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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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덜덜 떨리는 두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어요. "그러게"
이번에는 당하고만 있진 않을거야,
나는 앞에보이는 동굴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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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더 올라가자고." 우리는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점점 더 깊이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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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유, 또 만났구나.
저 두 눈은 우릴 기억이라도 하듯 쳐다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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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만으로는 읽으면서 범인을 추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스릴러는 약간 어두컴컴한 분위기라 읽고나면 으스스해져서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한여름밤이니깐 🌿🌙
아메리칸 걸
케이트 호슬리 지음
토마토출판사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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