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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 지음
시공주니어 펴냄

거의 블랙코미디나 다름없는 처절한 가난이 동화적 필치로 아무렇지 않게 펼쳐진다. 해맑다기보단 음침하고 처절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로알드 달의 소설이 아동들 사이에서 불굴의 생명력을 얻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이들은 아직 가난을 알지 못하기에 그를 즐길 수가 있는 것일까. 부잣집 자식들과 달리 온갖 유혹에도 훼손되지 않는 찰리의 선의를 믿고 응원하면서.

식탐과 교만, 탐욕과 나태, 어른과 아이 모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흔한 악덕들이 치명적 실패와 맞닿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마도 소설의 주된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쉬이 잊을 수 없는 경고와 암시로써 기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달의 동화보다 부조리한 세상은 가난 가운데 미덕이 버텨낼 수 없음을, 부유함이 악덕조차도 쉽게 감춘단 걸 일깨운다. 찰리의 승리는 동화 속에나 있을 뿐인데 나는 무엇하러 이런 옛 이야기나 들춰보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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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렇게 살아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알린다. 익숙한 무엇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다 마사히토의 역량이 돋보인다.

출동119구조대 세트

소다 마사히토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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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쯤 전 일본 만화잡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가 아즈마 히데오가 증발한다. 밀어닥치던 마감도, 어시스턴트이자 아내인 가족까지 내버려둔채 종적을 감춰버린 것.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술에 의존하고 있었단 증언은 그의 삶이 안에서부터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로리콘인가 모에붐인가에 휩싸여 원치 않는 장르에서 명성을 얻은 것도 영향이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종일기>는 1992년 행방불명되었다가 수년 만에 돌아온 아즈마가 그간 있었던 일을 만화로 그린 작품이다. 쓰레기를 뒤져 먹고 살던 노숙생활부터 막노동과 가스배관 작업을 하며 겪은 일, 정신병원 입원까지의 이야기가 특유의 유머와 함께 절제된 컷구분 속에서 담담하게 옮겨졌다. 정말 처절한 이야기는 너무 처절하여 담을 수 없었다는 고백에 마음이 쓰이는 가운데, 어째서 아즈마가 만화 본고장 일본에서 일류라 불렸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실종일기

아즈마 히데오 지음
세미콜론 펴냄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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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다. 불을 끄면 어둠 가운데 어떤 존재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히스테릭한 반응까지 보이기 일쑤다. 어떤 존재가 몸을 숨기고 있다가 저를 덮칠 것만 같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자면, 자연히 작은 소리까지 예민하게 들려오곤 한다. 그런 소리가 들릴라치면 두려움은 더욱 선명한 공포가 된다. 엄마는 제 두려움을 몰라주고 그저 불 끄고 자라고만 하니, 아이 홀로 키가 닿는 대로 불을 켜고 다니기 일쑤인 것이다.

어둠 속 존재와 함께 세상을 날아다니며 빛이 없는 공간의 매력을 발견하는 작업이 이 동화의 중점적인 이야기가 된다. 경험을 한 아이는 그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존재가 된다. 성장하고 배움을 얻는 것이다. 작은 두려움일지라도 그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용기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또한 인간이 아닌 형태의 존재와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편견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드라마를 표현한다.

불 끄지 마

이기웅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5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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