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읽고 난 뒤, 장애에 대한 내 사고방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철학적 통찰과 구마가야 신이치로의 삶의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마주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능동/수동 구분을 넘어서는 ‘중동태’라는 언어적 틀을 통해 삶의 경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특히 장애를 겪는 이들의 일상을 단순히 ‘의지가 부족한’ 상태로 오해하지 않게 만들고,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책임의 감각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장애를 겪는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삶에 응답하는 것. 이 작품은 그 사이의 간극을 언어로, 철학으로, 그리고 감정으로 채운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 어려움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깊은 사유가 숨어 있다.
책임의 생성
고쿠분 고이치로 외 1명 지음
에디토리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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