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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은이), 송은경 (옮긴이) 지음
민음사 펴냄

회사일로 지쳐 있던 2년 전, 회사 동기 오빠가 차를 빌렸다가 (옆구리를 긁어놓고) 돌려주면서 선물 몇개를 같이 줬고, 그 안에 있던 책. 이상하게 집에 있는 실물 책은 참 안 읽게 되다가 독서모임에서 내가 선정해서 읽은 책.

스티븐스를 처음엔 무관심한 T형 로봇 인간처럼 느꼈는데, 읽다 보니 ‘위대한 집사’라는 직업관에 일종의 강박처럼 인생이 매몰된, 그래서 다른 경험과 사고를 하지 못한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지는 모습과 감정 절제를 우선하며 살아온 사람이 우물을 깨고 나오듯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여정들이 펼쳐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여정의 후반부. 저녁 무렵 선착장에서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그 빛을 보고 행복해하던 장면. 그걸 보며 스티븐스도 뭔가를 깨달은 듯했지만, 곧이어 새로운 주인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유머감각을 익히겠다고 다짐하는 대목에서 결국 또다시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자신을 밀어넣는 듯해, 그게 이 책의 제목과도 연결된다고 느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연결되는 달링턴 경, 그리고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던 스티븐스, ‘위대한 집사’의 정의(주인의 가문 → 사회적 기여 → 보고 듣고 생각하지 않는 척 하기), 켄턴 양과의 가치관 대립,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한 이야기 등도 함께 떠올랐다.

올해 읽은 책 중 단연 베스트였고, 왜 그 오빠가 그 당시 일밖에 모르던 나에게 이 책을 선물했는지 2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앞으로 직장인들에게 고전 추천해달라는 말이 나오면 이 책을 먼저 추천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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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c884

책의 우울한 분위기에 며칠간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다 읽고 나니 음.. 명시된 결말대로 끝났지만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된 탓에 열린 결말처럼 느껴져서 더 허무하고 헷갈리고 먹먹하다. 소설은 그 세계에 젖어있을 수 있는 책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에게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1. 서실리아의 이야기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했던 다섯 자매 중 막내 서실리아.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기를 선택했고
결국 어떤 사고의 흐름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 삶을 끊는다.
그 이후로 책 전체가 몽환적이고 무기력한 기운에 젖어든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뭔가 정신질환을 앓았을 것이 유력한 아이.

2. 럭스와 트립의 이야기
자매 중 유일하게 억압에의 저항을 외부로 표출한 럭스와,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던 소년 트립과의 관계. 트립은 럭스에게 이끌려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빠져들지만 그 무도회 밤, 갑작스럽게 럭스를 버리고 혼자 떠난다. (????) 마치 불안한 연애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책에 가속도가 붙었다.

3. 생기를 잃은 가정과 나머지 자매들의 자살
무도회 이후 아이들은 한층 더 엄격한 고립속에 살아간다. 이웃마저도 관조적인 자세로 이 가정을 외면한다. 그러다 갑자기 이웃 남자아이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구조 요청을 하는 듯 보였지만 그 날 밤, 자매들은 그들을 ‘목격자’로 초대한 것고 탈출 대신 동반 자살을 감행한다.

그 장면 이후로도 나는 오랫동안 먹먹했다.
“대체 무슨 일이 그 집 안에서 있었던 걸까?”
“정말 아무도 도울 수 없었던 걸까?”
그 물음은 끝까지 해답 없이 남았고,
그것이 이 소설이 나에게 남긴 가장 깊은 허무였다.

책 뒷표지에서 이미 결말이 암시되어 있었기에
놀랍기보다는, 어떻게 그 결말까지 서술될까를 지켜보는 마음이었다.

버진 수어사이드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민음사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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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수어사이드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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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

@jleec884

제너럴한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책에 대한 내용이어서 좀 예상밖이었다. 이 서점에 가고 싶어서 찾아 봤더니 지금은 문을 닫은 것 같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많이 구매 합시다!!!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나란 지음
지콜론북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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