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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의 표지 이미지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김태현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늘 필사를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그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적었으나, 어느새 문장의 길이에 상관없이 필사를 하다보면 마음에도 남는 것 같아서, 아직 채 달아나지 않은 잠을 필사로 쫓아버리며 산다. 이범에 만나본 필사책은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는 여러 도서에 등장했던 명언들을 모아놓은 책으로 일단 내용 자체가 엄선되어 있기에, 그저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를 읽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든다. 때로는 나도 읽은 책이라는 반가움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낯선 문장에 책 자체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를 읽다보면 읽고 싶은 책이 생기기도 하고, 다시 꺼내어 읽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

하지만 역시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가 가장 빛나는 것은 필사노트일 때. 일단 필사를 하기 좋도록 종이가 부드럽고 펜이 잘 먹힌다. 개인적으로는 글씨 쓰는 면이 흰 색이고, 내용이 연두였으면 더 좋지안았을까 생각해본다. (글씨를 고치게 될 경우도 있어서). 또 각각의 필사 아래에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문장들이 하나씩 기록되어 있어서, 읽고, 필사하고, 생각하고의 단계를 거칠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속 내용들을 캘리그라피로 쓰기도 너무 좋아서 두고두고 읽고, 쓰고, 활용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봄, 어느새 2025년도 100일이나 지났다. 다시 마음을 잡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인가가 필요한 지금,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가 좋은 친구가 되어주리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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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사실 세 번째 읽는 책이다. 수능을 친 후, 고전문학을 모두 격파하겠다는 다짐으로 한 번, 코로나 시기에 한 번, 그리고 이번 주, 현대지성클래식에서 “명화와 함께 읽는”버전으로 한 번. 앞선 두 번의 『페스트』는 꽤나 고전하며 읽었던 것 같다. 재미있어지려하면 다시 침울해지고, 이야기에 빠져들만하면 절망으로 나를 뚝 떨어뜨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그런데 이번, 현대지성클래식 “명화와 함께 읽는” 『페스트』 는 그렇게 침울해질만할 때 명화가 등장하는 덕분인지, 번역이 매끄러운 덕분인지 드디어 카뮈가 하고 싶은 말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사망자가 늘어가고, 도시가 봉쇄되는 상황에 이르자 도시에는 절망과 공포가 스며든다. 외부와 단절된 적막한 절망 속에서 어떤 인간은 어떻게 절망에 익숙해져가고, 또 어떤 인간은 그 절망에 대항하며 타인의 삶까지를 끌어올리려 애쓴다. 누군가는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누군가는 신앙의 힘을 이용하기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협동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페스트』가 전염된 도시에는 죽음과, 절망과, 포기와 낙담이 진득진득 들러붙기도 하고, 희생과 투쟁과 협동의 빛이 스미기도 한다.

사실 과거에 『페스트』를 읽을 때에는 암울함이 더 깊이 느껴졌다. 평범한 도시를 파먹어가는 어두움이 사람을 얼마나 무섭게 좀파먹는지 느끼며 나 역시 두려움을 느꼈다. 더욱이 코로나 시기에 『페스트』를 다시 읽을 때에는, 재앙을 온 몸으로 견디는 시민들처럼 나의 일상도 그늘지는 기분이 들어 너무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정서적 공황상태’라는 말을 온 마음으로 느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번에 현대지성클래식 “명화와 함께 읽는” 『페스트』를 다시 읽으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타인까지 끌어 빛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제야 카뮈가 『페스트』나 『이방인』 등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불완전함을 교정”하는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 것 같다. 이제야 내가 삶을 살며, 내 삶에 대해 얼마나 치열히 고민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 것 같기도 하고.

더불어 『페스트』를 세 번쯤 읽으니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들도 더욱 선명이 눈에 들어왔다. 가톨릭 신자임에도 의아함으로 바라봤었던 파놀루 신부의 모습은 안개 속의 모습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이제는 그가 자신의 신념대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앞을 향해 나아가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번 읽기를 통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코타르와 타루. 사실 과거에는 이 둘을 그저 다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른 인간의 모습을 가진 이들이라고만. 하지만 현대지성클래식 “명화와 함께 읽는” 『페스트』로 다시 읽는 『페스트』는 이들이 마치 흑과 백, 빛과 어두움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의 인간조직, 또 우리 내면의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철학적 의지로, 환경을 거스르고 나아지고자 노력하는 타루도, 개인적인 이익과 욕심만을 생각하고 내면 깊은 곳에 두려움을 안고 사는 코타르도 어쩌면 우리안에 내제된 두가지 내면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페스트』를 처음 읽었던 고등학생 때에는, 그저 전염병이 세상을 파먹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트』를 두 번째 읽던 초보엄마시절에는, 전염병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인간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준 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 번째 읽는 『페스트』는 사회의 문제가 인간의 내제적 성향에 따라 어떻게 다른 양상으로 변해갈 수 있는지, 또 한 인간에게 어떤 사건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그 경험들이 인간에게 어떤 잔상을 남기는지까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페스트』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어려운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페스트』. 그럼에도 현대지성클래식의 “명화와 함께 읽는” 『페스트』라서 조금은 더 편하게, 조금은 더 쉼표를 찍어가며 읽을 수 있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현대지성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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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든 땅이든 달이든, 너는 유능한 아이다. 내게는 그래. 너는 복잡하게 꼬인 이 사건의 실타래를 이해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지.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다모 설. 남자든 여자든." 아직 말 위에 앉아 있었지만 고삐를 쥔 손가락의 힘이 풀렸다. 오라버니가 떠난 후로 나를 제대로 봐준 사람은 처음이 라는 느낌이 들었다. (p.182)

강씨 부인의 생사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그녀가 이끌던 동정녀 공동체 회원들은 모두 배교를 거부해 감옥에서 맞아죽거나 참수형, 교수형, 또는 사약을 받는 사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나는 강씨 부인만은 집을 떠나 산으로 도망쳐 어딘가에 안전하게 숨어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실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결코 비겁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p.472)


똑똑한 노비인 다모 설은 한 종사관과 함께 한 여인이 죽은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그녀는 오판서 대감의 딸로, 자신의 은장도에 찔려서 죽었다. 미혼이었지만 처녀가 아니었고, 이를 집안의 수치라 여긴 가족들은 오히려 쉬쉬한다. 처음에는 그저 살인사건으로만 알았던 이 사건은 연쇄살인임이 드러나게 된다. 이상하게도 시체들은 코가 잘린 채다. 호기심이 많은 설은 위험을 무릎쓰고 사건을 파해치고, 점점 더 사건의 중심을 향해 걸어간다.

연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사건들에는 사실 “천주교”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누군가는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천주교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누군가는 천주교를 옹호하고 전교하는 이들의 얽히고 섥힌 사건과 감정들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여기에 설이와 설이 오라버니, 설이의 신분, 그림자처럼 등장하는 최대감 아들 등의 이야기들이 여러 복선을 깔며 사건을 더욱 긴밀하고 촘촘히 만들어간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에서 더 긴시간을 살아온 허주은 작가가, 한국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공녀 제도와 가부장적인 사회를 신랄하게 보여주었던 『사라진 소녀들의 숲』, 영조 치하의 궁궐 속사정과 로맨스를 볼 수있었던 『붉은 궁』,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반정을 배경으로 불의에 저항하는 시대를 그린 『늑대 사이의 학』까지. 그녀의 책들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그녀가 어느 시대로 우리를 데리고 가더라도 자주적인 삶을 살고,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잃지 않는 여성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번 책,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역시 조선후기의 분위기, 정치적 욕심의 도구가 되었던 천주교 박해를 배경으로, 환경보다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단단한 여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씨 부인의 강단에서, 설이의 용기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래도록 한국을 떠나 살았으면서도, 한국적인 감정을, 한국의 정서를 이렇게 문장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게 놀랍게 느껴진다. 그녀가 남긴 문장 하나하나에서 우리 역사의 한 접점을 만나기도 하고, 또 그 사건에서 누군가의 생과 누군가의 모습을 본다. 또 그 속에서 또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이것은 참 신기한 일이지만, 또 이것이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 내가 가톨릭신자라서 그런지, 이 책의 배경이나 몇몇 문장이 마음에 깊이 닿고, 마음에 잔상으로 오래 남기도 했다.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을 읽는 내내 얼마전 우리 아이가 성당에서 특송으로 부른 “나는 천주교인이요”를 가만히 떠올렸다. 기해박해 때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나는 천주교인이요,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라고 말했던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 또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의 강씨부인인 강완숙(골롬바) 순교자의 희생, 우리나라에 천주교를 설파하기 위하여 들어왔다가 신유박해에 희생양이 되어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주문모(자이므벨로주, 야보고)신부님까지.

비록 이 책은 소설이지만, 신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그녀의 문장이 생생한 덕인지 강씨부인은, 설이는 마치 실존인물처럼 오래오래 내게 잔상을 남긴다.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은 그 시절의 우리나라 위에,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덧입혀주는 짙은 이야기였다.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창비교육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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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등의 숲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아름답다'와 '슬프다'같다.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숲과 산과 나무는 형용조차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운 나무의 허리를 긁어놓은 날카로운 자국들은 빼앗겼던 나라의 자국같아서 슬퍼진다. 또 어떤 산은 그 시절 헐벗게 되어,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숲을 살린 과학자 현신규』는 바로 그 숲을 지킨 이의 이야기다. 마음이음의 '지식잇는아이'시리즈는 내용도 구성도 다 좋지만, 특히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내는 것이 가장 좋다. 마음이음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이름. 현신규. 더욱이 이 책은 '현정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 교수님께서 감수하셨는데,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 현신규 과학자의 아들이라 더욱 뜻깊다.

향산 현신규 선생님은 나무가 좋아 호까지 '나무와 더불어 살겠다'고 지었으나, 처음부터 그것이 꿈은 아니었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할 수 없이 농림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나무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주어진 자리에서 한결같이 살아가는 나무들을 깨닫고 난 후에야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또 시련을 겪는다. 빼앗긴 나라에서는 나무도 우리의 것이 아니었고, 나무 연구조차 그들의 목적대로 흘러가야했다. 하지만 헐벗은 산을 위해 소나무를 끊임없이 연구하였고, 마침내 리기다 소나무와 테다 소나무의 교배종을 발전시켜 '리기테다소나무'를 만들기에 이른다. 또 우리나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포플러' 역시 현신규 과학자의 연구결과로, 이 역시 헐벗은 한반도를 채우기 위한 그의 노력이였다. 그 외에도 그는, 그 이름을 따 '현사시'라고 불리는 은수원사시나무 등으로 우리의 헐벗었던 한반도에 푸른 옷을 입혀주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유엔의 말대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는 타이틀은 불가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숲을 살린 과학자 현신규』를 읽고 난 후 바라보는 산은 어제의 산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모든 것들은 과거 누군가의 노력과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해가 뜨고, 햇님이 비치는 이 풍경자체가 감사하다고 느껴진다.

최근 큰 산불로 여러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분들이 많기에, 저 푸른 산이 더 쉬이 지나쳐지지 않는다.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푸른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감사함을 잊지말아야겠다고, 저 푸른 산들을 잘 지켜야한다고 다짐했다. 지금, 더 절실히 읽히는 『우리 숲을 살린 과학자 현신규』. 이 책을 더 많은 이들이 읽고, 우리의 작은 실수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시드볼트 : 전세계에 딱 두곳, 노르웨이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씨앗금고인 시드볼트. 우리나라 시드볼트의 정식명칭은 ”종자장기보관소”로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다. 주변에는 백두대간수목원과 호랑이숲 등이 함께 있어 아이와도 함께 가보기 좋다. 우리집도 종종 가는데 봄과 가을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 숲을 살린 나무 과학자 현신규

유영소 지음
마음이음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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