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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정

@hj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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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by 알랭드보통" 감상평

1.이 책을 선정하고 읽기 전까지는 이게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측면을 돌아보는 심오한 의미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치 못했다

이제껏 살아오며 가장 열정적으로 그리고 진심을 다해 풀고자 했던 방정식이 바로 사랑이 아니었던가라는 생각과 동시에 풀다만 그 방정식을 마저 풀어보고픈 열정에 사로 잡히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한 건 보통의 화법이었다
그는 사랑하면서 느끼게 되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생각을 오롯이 그 특유 화법으로 담아내는 집요하고 재치있는 글솜씨를 가졌다
(이는 솔직함을 강조하는그의 글쓰기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그는 마음의 심연을 숨김없이 그 모양 그대로 담는... 진실한 글쓰기의 능력과 태도를 모두 갖춘 작가인 것 같다
그리고 애틋한 연애 이야기를 하려했다기 보단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 것 같아 내 구미에도 딱 맞았다
(사실 연애 이야기라면 내자신의 연애 얘기만한 애틋하고 절절한 것은 없지 않을까 ㅋ)

아주 상투적인 연애스토리를 가져온 것 또한 독자들이 스토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의도한 것이고
결국
그는 사랑 자체에 대해 얘기하고 해부해보고 싶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그의 책은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재미있고 낭만적이다

2.사랑은 진부한 소재다
너무도 흔하지만 또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는 게 사랑 아닐까
운명적인 짝을 잘 만나야 잘될거라는 믿음,
격정적인 감정, 한눈에 반하는 신비!
라는 허황된 것들로 버무려진게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다
사랑하려 하기보다 그저 사랑을 사랑하는...

그럼에도 사랑이 배움과 능력이 필요한 그래서 제대로 사랑하기엔 우리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 사람은 별로 없는듯하다

감정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사랑이며
자신을 매력적으로 가꾸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사랑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자본주의적 교환경제에 물든 사랑 즉
쇼핑하듯이 조건을 비교하며 사랑을 찾아 헤매는걸 당연시한다

3.이 소설에서 둘의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잘 삐지고 때로 이기적이며 집착이 강한 젊은이들의 미숙한 사랑이다
상대를 과장하고 이상화시키거나 또는 모순적인 마르크스주의자이고 딴 남자에게 눈돌리며 속이고 배신하는 우리가 흔히 보고 겪은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해부하는 보통의 자세는 사못 진지하고 냉정하지만 동시에 낭만적이며 유머러스하고 나아가 따스한 인류애를 담고 있다
진짜 사랑, 완전한 사랑에 대한 물음이다

하지만
완성된 인생이 있을 수 없듯이 완벽한 사랑도 없다 인생이 진행형이듯 모든 사랑도 현재 진행형일 뿐이다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의 인격의 총화이며
따라서 사랑은 그 사람의 인격을 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난 인격에선 모난 사랑이
부드러운 인격에선 부드러운 사랑이..

난 이소설의 결론 없는 결론에 조금 당황하며
보통이 자잘한 말의 유희에 빠져서 본디 의도했던 사랑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또 다른 보통의 사랑이야기 "우리는 사랑일까"를 정독해봤다

4.첫소설보다 더 열씨미 쓴 것 같지는 않지만 1년 사이 조금 더 성숙해지고 가지런해진 느낌?
남의 생각에 의존해 자기의 삶을 사는 여자 앨리스와
성공해야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속에 사는 자기중심적 남자 에릭이 벌이는 뻔한 사랑이야기...

만남- 집착-이별이라는 공식도 첫소설과 동일하다 다만 화자(주인공?)가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을 뿐(하지만 여자가 떠나고 남자는 벙쩌서 왜?라고 외치는 상황은 똑같다 ㅋ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

다만 여기서는 남녀의 첨예한 캐릭터의 대립이 흥미롭다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걸 싫어하는 나쁜남자 에릭, 읽기 힘든 책이 매력 있는것처럼 애인에게 딴청을 잘부리는 시크한 매력남이며 다정하거나 친절함과는 거리가 있는 츤데레?(회피형 애착)
반면 앨리스는 사랑에는 냉소적이고 도도한척 하기도 한 여자였지만 에릭에게 사랑에 빠지며 자기처럼 지루한 사람은 없을거라 자책하고 그로부터 사랑의 보증서를 받아내려는 애닯은 노력을 계속하는 청순가련파(불안형 애착)

결과가 뻔할 이 사랑을 보통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
즉 이별과 새로운 연인과의 만남으로 몰아 간다

앨리스가 에릭에게 실망하고 마음의 혼란을 겪고 있을 즈음에 다른 사람과 대화중인 에릭을 보고 불현듯 "그이도 다를 바 없는 인긴이구나"를 깨달으며 사랑의 결정적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남자, 올곧고 순진한 필립(안정형 애착?)과의 어정쩡한 만남을 시작한다
새로운 사랑의 시작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전략이나 기교와는 거리가 먼 어쩌면 재미없고 매력없는 필립과의 만남은 이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소설로서는 재미없는 얘기가 확실하겠지만 철학의 관점에서 궁금해진다ㅎ

보통은 묻는다
사람이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얼까
육체, 돈, 이뤄놓은 일, 나약함, 세세한면, 불안감, 두뇌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존재자체가 아닐까하고...


5.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을 더 알아보고자 "(지위)불안"이란 에세이도 읽어 보고 그의 강연 도 찾아 들어 보았다

글과 강연을 통해 알 수 있었던 보통의 사링에 대한 신념은
어린시절 내 생각의 바탕이 되었던 에리히 프롬적 사랑관 즉
'주는 사랑'
'존재적 사랑'
'배우고 훈련하는 기술과 능력으로서 사랑'
에 대한 믿음이었다

철학서처럼 썼지만 이 책은 어떤 주장이나 이론을 설한 철학서가 아닌 사랑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소설》이란 쟝르임을 재확인했다

사랑의 이데아 즉 바람직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말해주려는 의도도 없었고 가능치도 않은 것이다

나는
사랑이 수학의 7대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처럼 풀리지 않는 방정식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풀리지는 않을지라도 풀어가는 재미가 솔솔한 사랑의 방정식을 꾸준히 풀어갈 것이다

그 답은 내 인격만큼, 그리고 그 모양대로 나올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2015년 우리나라를 방문 GMC 강연 시 한 방청객 질문에 대해 그의 글쓰는 태도에 관하여 언급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어서 사족으로 담는다

그는 청중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나도 여러분과 똑같이 부족하고 비정상적 사람이다
다만 다른 건 그걸 글로 쓰는 사람이란거다
글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
자신이 겪은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란 자신이 약자(乙)가 되는 것
즉 더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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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0519

요리본능"by 리처드 랭엄 발제문 올립니다

줄거리 요약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과연 화식(火食)이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는가?"
이 한 문장으로 족합니다

그럼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불,맛,성 세가지 주제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첫째 "불"
인류는 불을 컨트롤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되었으며
이후 불은 인류 생존의 필수적인 수단이 되었습니다

1.포식자를 방어하는 무기로써
2.보온을 위한 수단으로
3.음식을 만드는 도구로...

하지만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이 불(에너지)의 과다사용으로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하듯이
불로 일어선 자는 불로 망하는건가요?

불의 사용을 줄일 묘책이 시급합니다
우선 음식에 사용하는 불을 줄일 대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개별 가정단위로 조리해 식사하는 방식에 에너지 과다소비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불과는 관련 없지만 인간의 육식으로 인한 가축의 양산은 메탄가스 발생의 주범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식으로 인한 고칼로리 식단이 인류의 진화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과도한 고칼로리 섭취로 우리의 건강이 위협 받고 있습니다
화식과 육식에 기반한 지금의 식단
이대로 괜챦을까요?

둘째 "맛"입니다
맛은 인류뿐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생존과 진화를 이끈 원동력이며 진화의 산물입니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 고등동물들은 에너지원이 되는 단맛(당류)을 좋아하고 독이 될 수 있다는 쓴맛은 싫어하도록 진화적으로 셋팅되어 있습니다
짠맛,단맛, 쓴맛, 신맛, 감칠맛 등 모든 미각은 혀에 있는 수용체와 코의 후각을 통해 받아들이지만 정작 그것을 느끼는 것은 뇌입니다
우린 혀와 코를 통하지 않고도 뇌에 직접적 자극을 통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과 같은 식사말고 뇌의 직접적 자극만을 통해서도 우린 충분히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 같습니다
맛없는 캡슐이 아닌 맛에 최적화된 과학적 식사방법 어떨까요?
그런 시대가 과연 올까요?
그리고 그런 시대가 온다면 인류진화 방향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ㅎ

세번째 "성(性)"입니다
가장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일 것 같습니다

1)성역할, 분업
인류는 수렵과 채집, 음식의 조리 등 진화를 거듭해 오며 남녀의 역할 분화와 협업이 강화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이르러 식생활(요리)에서 성별분업의 퇴화 현상이 어쩌면 결혼의 종말을을 가속화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물론 번식욕이라는 종의 본능이 있기에 성적 결합은 계속되고 출산과 양육의 필요에 따라 결혼과 가족이라는 형태는 유지되겠지만 좀 더 느슨해지고 양육기간이 끝나면 해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경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합니다

2)가족의 탄생이 성적요인(종족번식)보다는 경제적요인(음식제공 등 살림살이)에 있다고 랭엄은 주장합니다
스스로 '내가 결혼을 왜 했을까?'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살피며 랭엄의 고견에 귀기울여 볼 때입니다^^
인류는 가족을 이루고 부모의 지식과 노하우를 자식에게 물려줌으로서 다른 어떤 종도 하지 못하는 문명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족을 이루게 된
즉 여자가 남자를 자기곁에 묶어두는 수단이 랭엄의 주장대로 음식제공이 아니라 발정기를 숨김으로 가능했다고 하는(배란은폐 가설)조지프 헨릭의 주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암튼 남자가 한 여자에 묶이며 자신의 친자확인이 가능해짐에따라 인류는 다른 영장류와는 달리 문화계승과 축적을 통해 문명사회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성역할은 어떻게 될지 가족은 어떻게 변화할지 이에 따른 인류진화의 방향은 어떻게 될지를 같이 나누어 보는 것도 재미 있을듯요

위 세가지 주제와 함께
진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이 책을 읽으며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입니다
챨스다윈에 의하면 변이에 대한
자연선택의 결과로서 진화가 이루어지는데
우린 목적론적(라마르크식) 설명에 익숙하다보니 진화에 대한 오해로 이어집니다
예를들어 기린목이 긴 이유를
높은 곳의 있는 잎을 먹기 위해서가 아닌
=>목이 긴 기린이 살아남아서( 자연선택)로 이해 해야는 것이죠
또한 진화는 진보가 아닙니다 다윈도 이 점을 의식해서 진화라는 단어를 6판에 가서야 딱 한번 썼다 합니다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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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청미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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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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