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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펴냄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선의를 결코 배은하지 않은 한 평범한 40대 남성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의 나날은 그렇게 소소하고 조용하게 시작되지만, 그 안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과 삶의 태도가 녹아 있다.
사소하다고 느끼는 감정 하나, 지나가는 눈빛 하나가 어떤 날은 목구멍이 콱 막히게 만들고, 또 어떤 날은 발걸음을 한없이 가볍게 하기도 한다.
펄롱에게 석탄을 뒤집어쓰고 나타난, 발톱이 긴 여자아이는 결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 감고 넘어갔을 일이다. 노동과 가족의 일상 속에서 잊히고 말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펄롱은 다르다.
그는 받은 은혜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는다.
어린 시절, 미스즈 윌슨의 따뜻한 선의가 없었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모른다는 걸 아는 사람. 그래서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눈 감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선택은 쉽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수녀원 관계자들과의 충돌로 삶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를 살아도 떳떳하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그를 움직였다.
작품 속 인물들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수녀원장은 차갑도록 침착하다. 스스로도 여성이면서 대를 잇지 못한다는 태생적 성별에 대한 색안경,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불편한 감정, 그리고 자기 행위에 대한 죄책감 없는 침착함까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인물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여자들은, 때로는 시퍼런 직감만큼이나 더 무섭게 독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미스즈 윌슨이다.
사소한 머리 쓰다듬기, 자고 먹는 것에 대한 걱정 없이 자라게 해준 마음. 어머니처럼 넓고 따뜻한 마음이다.
여자라는 존재는 때로 어머니처럼 따뜻해지고, 때로는 자기혐오로, 무서울 만큼 차가워진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나에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 있을 뿐이다.
아일린에게 크리스마스에 잊지 않고 50파운드 봉투를 쥐여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펄롱에게 그 50파운드는 그저 돈이 아니다.
그 돈을 받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스스로를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다른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친절해질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도, 킬리언 머피의 얼굴과 겨울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섬세하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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