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볼테르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품었던 기대와 달리 이 책의 스토리 전개는 매우 당황스럽고 뜬금 없는 편이다.
위대한 사상가이자, 문학적으로 다재다능한 볼테르는 어째서 이토록 황당무계한 작품을 집필했을까?
책 읽는 내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이 집필된 시기는 1758년으로 1789년 시민혁명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시기이다.
그 시기는 분명 구시대의 관습과 문화, 정치, 철학 등 모든 분야가 새롭게 등장한 사상으로부터 크나큰 도전을 받는 시기였을 것이다.
루소, 디드로, 몽테스키외와 더불어 계몽주의의 대표 철학자인 볼테르는 그러한 시대적 배경 하에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
일제 치하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가들이 그러했 듯이 당국의 눈을 피해 구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새로운 사상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문학작품 만큼 훌륭한 도구는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걸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순수한 청년 캉디드.
세상은 최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무조건 순응하라고 가르치는 스승 팡데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그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보는 철학자 마르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낙관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변모한 캉디드는 이렇게 말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합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수용하고 일상에 최선을 다하라는 볼테르의 가르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 아닐까?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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