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
요즘 내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내용 중에는 동양 교육사와 서양 교육사가 있다.
때마침 좋은 책이 나와서 얼른 읽게 되었다.
임금이 묻고 신하가 답한 내용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최초로 인재 등용을 위한 과거제도가 시행되었다.
오늘날의 수능 시험의 원조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과거시험은 사실 왕권 강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교육의 내재적, 외재적 목적을 깊이 들어가 보면
고대 그리스시대의 자유 교육의 목적과 부합하는 것이
교육의 내재적 목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 교육은 수단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외재적 목적에 더 부합한다.
고려시대부터 시행된 과거제도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성균관이라는 중앙의 최고 교육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관리가 되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이 책은 임금이 출제한 문제 즉 '책문'에 과거 시험에 답안을 제출한 응시자의 답안 즉 '대책'을 다루고 있다.
유교 문화권인 조선사회는 관리 채용을 위해 공개 시험인 과거제를 시행했다.
임금이 직접 출제한 문제에 답을 적는 유생들의 다양성을 둘러보는 것 보다
얼마나 많은 충신이 얼마나 교훈적이 내용을 적어내었는지 그것이 궁금할 터이다.
무엇보다 인재를 알아보는 임금의 혜안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과거의 응시자들은 중용을 실천하고 정성을 다하려면 꾸준히 학문에 증진하고 스스로를 수양해야 한다.
'법과 제도를 운용할 인재가 중요하다'란 세종의 물음에 신숙주는 다음과 같이 답을 적었다.
"법에는 폐단이 없을 수 없으니, 마치 오성육률에도 음란한 음악이 들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법은 애초에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져도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까?
"법의 폐단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근본은 반드시 적임자를 얻어 임무를 맡기는 데 달려 있으니, 적합한 인재가 있는데도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말을 따르지 않거나 말을 따르더라도 마음을 다하지 않는다면 비록 법을 하루에 백 번 바꾼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세종이 강희맹에게 묻고 답한 내용도 요즘 세상에 지도자라면 한번쯤 되새겨야 할 내용이다.
인재를 대하는 리더의 자세는?
"대자 세상에 완전한 재주란 없습니다. 적합한 자리에 그 재주를 쓰게 하소서.
모든 일을 다 잘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책문과 대책에는 기본적으로 각 시대가 무엇을 현안으로 생각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봤는지 고민한 내용들이 담겨있어 그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임금의 말에 충신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으면서 까지 강직한 답변을 올렸고, 간신은 임시방편으로 임금에게 답변했을 것이다.
오늘날도 하나 다른 것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들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지도자가 어디에 서 있는가?
책을 읽는 내내 한탄을 금치 못할 뿐이다.
훌륭한 임금이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고 그러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에 나라를 살린다.
군주란 첫 번째가 백성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학문에 증진하고 나라를 아끼는 인재를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
학생들과 책의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하지 않는 미래는 없다.
항상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며 역량이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지도자가 아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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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
김준태 지음
믹스커피 펴냄
1

하고 싶은 공부
"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신나게 놀자 공원' 안의 작은 연구소
그곳에 있는 소장님을 만나면 힘든 공부가 재미있어질까?
정우, 건우, 소리는 셋이 한 세트다.
항상 같이 다니기 때문에 친구들이 그렇게 부른다.
어느 날 공원에서 OO 연구소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나는 빵 냄새에 이끌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무언가를 연구하는 소장님이 있다.
건우는 공부를 잘하지만 정우와 소리는 건우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건우가 정우에게 매번 무시하는 소리를 해도 정우는 속으로는 화가 나지만
밖으로 화를 드러내지 않는다.
숲 속 공원의 소장님과 친해지면서 정우는 유명한 건축가가 진행하는 방송에 들어갔다가 겨울에 진행하는 특별한 이벤트 소식을 듣게 된 내용을 소장님에게 이야기한다.
정우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건축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아이다.
세상의 모든 멋진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유뷰버가 꿈인 소년이다.
건우는 그런 정우가 못내 못마땅해 매번 놀리지만 소장님은 정우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조언해 준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단다. 경험하다 보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창의력도 자라지.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하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하는지 그리고 뭘 하고 싶은지도 스스로 알게 된단다."
"1등을 못 한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야"
그리고 정우는 소장님의 격려 덕분에 에펠탑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이벤트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한다.
이벤트에 당첨이 되면 건축 여행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이벤트에 참가할 영상에는 영어로 에펠탑을 소개해야 하는데 정우는 글쓰기도 자신 없고 영어도 못한다.
하지만 소장님은 정우가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미션을 준다.
정우의 엄마는 공부를 잘하는 정우의 형이 의과대를 진학해서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정우의 형은 공부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의대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우의 엄마는 막무가내로 정우의 형이 의대에 꼭 가야만 된다고 늘상 이야기 한다. 그래서 정우의 형은 행복하지 않다.
정우는 이벤트 참가 영상을 준비하면서 형과 함께 불국사에 탑을 보러 가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보기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한다.
"다른 것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르던 것이 보이고, 어렵게 여기던 것이 쉬워 보이는 날이 올거야"
정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겁게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 정우가 신기하기도 하면서 부러운 건우!
공부 못한다고 정우와 소리를 무시하던 건우도 사실은 정우가 부럽다.
본인은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든데 정우는 어떻게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이 책은 12살 초등학생들의 성장 이야기다.
공부를 잘하는 건우도 , 정우의 형도 공부가 즐거워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를 못하는 건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겁게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때 가장 재미있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다.
누군가 어떤 길을 가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과연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건지?
맞지 않는 건지 고민스럽다.
가다가 내가 가고 싶던 길이 아닌 거로 밝혀지면 어쩌지?
험한 길이라 중간에 포기하면 어쩌지?
걱정하는 대신 가고 싶으면 일단 가 보라고 소장님은 이야기 한다.
가 봐야 그 길이 어떤지 알 수 있으니까.
가다가 잘못 들어선 길이라는 걸 깨달으면 다시 나오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공부가 되어 다른 길을 갈 때 도움을 준다.
저자는 책의 머리글에
"부모는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이며, 그저 두어 번만 반복해서 얘기하면 부모라는 나무는 속절없이 흔들리게 마련이다."고 했다.
부모님을 설득하여 끝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공부가 하고 싶은 아이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진심으로 공부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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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풍경하나
이주옥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을 선물 받았다.
정확히는 이주옥 작가님의 사위로부터 선물 받았다.
물론 작가님의 사위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하건데 장모님이 출간한 책을 사위가 구입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눔을 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나는 이 책을 작년 12월 가오슝 한 달 살기를 하러 갈 때
타국에서 한 달 살 나의 짐과 함께 suitcase에 넣어 수하물칸에서 비행했다.
가오슝의 늦은 밤 맥도날드에서 보얼예술 특구의 강변에서
타이난 치메이미술관 잔디 마당에서 나는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1월 말 한국으로 돌아와 한 달 여행의 휴유증을
잠 재우고 난 후 다시 이 책의 남은 부분을 읽었다.
이주옥 작가님의 글은 특별하지 않아 좋다.
일상의 흔한 이야기를 공감하게 해서 좋다.
이주옥 작가님의 첫 수필집이 작가님을 둘러싼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작가님의 특별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 같다.
" 행복이란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불행이 없는 것이 행복이라는,
조금 쓴, 그리고 넉넉한 인식 뿐 일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 우연한 만남,
길 위를 나란히 달리다가 제 길을 찾아 사라지는
자동차의 뒷모습이 그렇다.
그리고 겨울 밤하늘에 떴다 사라지는 짧은 달빛,
한낮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낮달의 그림자도 짧디짧다."
"어느 것이든, 무엇이든 오래 제자리를 지키며
머무르지 않는 세상"
"좀 더 편한 옷을 입고 도심의 한가운데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발랄한 몸짓으로 계단을 두세 개씩 뛰어오르며
이 찬란한 시절을 만끽한다면 좋았을 걸"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편안함이 찾아온다.
일상에서 내가 지나쳤던 많은 소소한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반성하는 일이라고 나는 늘 생각했다.
경험이 없다면 느낄 수 없으니깐.......
풍경이 사람을 품으면 갑자기 온기가 일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 있으면 남루한 행색도
결핍에 절은 마음도 윤기가 나고
풍요로워졌던 경험
"매일매일 같으나 다른 풍경을 만드는 것은 내 마음이다.
감히 어느 풍경에도 겉돌지 않는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책 제목에서 주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공감했다.
작가님이 책 첫머리에 소감을 밝힌 것 처럼
매일이 같은 풍경을 다른 풍경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각자의 마음일 터이다.
어느 풍경에도 스며들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지
사람이건, 물성이건,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소통하며, 정을 나누며, 행복을 만들어내고
그리움을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날씨가 다시 쌀쌀해졌다.
봄을 탄생해 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일터~
나는 이런 날 포근한 가오슝을 그리워한다.
가오슝의 많은 풍경에 나는
매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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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의 풍경하나
이주옥 지음
수필과비평사 펴냄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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