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읽고 난 뒤, 장애에 대한 내 사고방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고쿠분 고이치로의 철학적 통찰과 구마가야 신이치로의 삶의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마주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능동/수동 구분을 넘어서는 ‘중동태’라는 언어적 틀을 통해 삶의 경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특히 장애를 겪는 이들의 일상을 단순히 ‘의지가 부족한’ 상태로 오해하지 않게 만들고,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책임의 감각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장애를 겪는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삶에 응답하는 것. 이 작품은 그 사이의 간극을 언어로, 철학으로, 그리고 감정으로 채운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 어려움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깊은 사유가 숨어 있다.
책임의 생성
고쿠분 고이치로 외 1명 지음
에디토리얼 펴냄
읽었어요
0
복제인간이 반복해서 죽고 되살아나는 세계, 그 속에서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은 처음엔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읽을수록 씁쓸한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위험한 임무에 투입돼 죽기를 반복하는 미키의 삶은 과연 자발적인 선택일까, 아니면 시스템에 의한 강요일까? 미키7과 미키8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혼란은,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나인가?", 그 질문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