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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지은이)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토지를 읽은 후 수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작품을 발견했다.

역시 명불허전!

김약국의 다섯 딸들은 각기 다른 외모와 성격, 가치관을 소유한 까닭에 그들이 처한 운명 또한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이토록 박경리 선생은 이들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그려 놓았을까?

고민 끝에 나는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 그러니까 뗄래야 떼어낼 수 없는 시대적 배경에서 답을 찾았다.

박경리 선생이 아주 섬세하게 묘사했듯이 20세기 초 한국사회는 구시대의 전통과 관습이 개인의 운명까지 지배하는 닫힌 세계였다.

그 시기에 태어난 자들이 겪는 삶은 하루하루가 비극적일 수 밖에 없다.

온 세상이 비극적인 사건들로 넘쳐났을 것이다.

한정된 종이에 그 많은 사건과 인물을 적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런 이유로 박경리 선생은 도처에 즐비한 시대적 비극을 모아 김약국의 다섯 딸들에게 투사한 것이 아닐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비극작가는 전부 외국인이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퀼로스, 세익스피어…

여기엔 분명 언어와 국력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투리와 토속어가 풍부한, 서양인이 좀처럼 이해하게 힘든 당대의 한국 문화와 관습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을 영어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누가 뭐래도 내 마음 속 최고의 비극작가는 박경리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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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 외 1명 지음
새물결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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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이 책의 저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우주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다중우주의 존재를 주장한다.

별점을 꽉 채워 줄 정도로 내용이 재미있긴 하지만 수학적 재능이 꽝이다 시피한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수학이 우주의 실체라고 말하며, 나도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거시 세계의 물리법칙을 간단한 수학공식으로 증명한 뉴턴, 시공간의 개념을 재정립한 아인슈타인, 미시세계의 기묘한 특성을 주장한 닐스 보어 등 수많은 천재들이 발견한 자연법칙도 처음엔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결국엔 그들이 세운 수학공식 모두 자연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완벽한 이론으로 구축된 수학공식은 자연을 정확히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학공식에 딱 들어맞는 다중우주도 존재하지 않을까?

저자의 논리는 이런식으로 확장되어 서서히 독자를 다중우주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 책엔 총 4레벨의 다중우주가 나온다.

내가 이해한 바를 최대한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틀릴 수 있음)

1레벨 다중우주: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끝 너머에서 펼쳐지는 우주를 가리키며, 물리적 성질은 우리와 동일하다.

2레벨 다중우주: 맥주병을 땄을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기포가 솟아오르 듯 빅뱅과 동시에 거품처럼 생겨나는 온갖 우주를 가리킨다. 어느 거품에 속하는 지에 따라 물리적 성질은 우리 우주와 다를 수 있다.

3레벨 다중우주: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주로 특정 시점에 두 갈래로 분기되는 우주를 말한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 지, 짬뽕을 먹을 지 고민하다 짜장면을 시켰다면, 분기된 우주에선 짬뽕을 시킨 내가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식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

4레벨 다중우주: 수학공식으로 증명가능한 모든 우주.

이처럼 수학으로 설명되는 우주는 다양하지만 실재 어떤 우주가 존재할는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다고 상식에 위배되는 이론을 내놓거나 그 이론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과연 나쁘다고 볼 수 있을까?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말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학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법조계, 체육계 등등 이미 기득권으로 점철된 집단 내에서 홀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붕괴하지 않으며 다른 우주가 있을 수 있다는 논문을 최초로 낸 휴 에버렛의 삶도 그랬다.

죽기전까지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 다는 사실을 숨긴 코페르니쿠스나 살아있었기 때문에 가택연금을 당한 갈릴레이 외에 이와 비슷한 이유로 연기처럼 사라져간 영웅들은 수 없이 많았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맥스 테그마크는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덕분에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아무튼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세상에서 가려진 진실을 슬쩍 엿 본 기분이다.

유니버스

맥스 테그마크 지음
동아시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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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맥스 테그마크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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