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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시공사 펴냄

읽었어요
'나'와 한나가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까에 초첨을 두고 읽었는데 끝끝내 한나가 죽은 뒤에야 그녀를 그리워하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결말이 너무나 슬펐다. 한나는 줄곧 그에게서 편지를 받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너무 늦지 않았을 때 답장을 써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소설을 나이 차가 많은 남녀의 연애소설로 읽어도 좋지만, 부모와 자식의 세대 갈등에 관한 소설이라고 읽어도 좋다. <1부>에서 한나가 미하엘을 씻겨 주고 같이 자는 모습이나, 둘이 갈등이 있었을 때 일방적으로 미하엘이 한나에게 사과하고 한나가 용서하는 모습은 어린아이와 어머니의 관계와 같다. 미성숙할 때의 어린 자식은 양육자를 떠나 살 수 없다. <2부>에서 미하엘이 한나와 거리를 둔 채 과거를 객관적으로 보며 죄를 묻는 장면은 사춘기 시절의 자녀와 양육자와 같다. 양육자는 무기력하게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태도를 자녀에게 재단당한다. <3부>에서는 양육자가 자녀로부터 이해받기를 고대하지만 자녀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그리워하고, 잘못한 것을 뉘우치고, 뜻을 받든다.

부모-자녀에서 나아가 이전 세대와 현 세대 집단의 갈등으로 보아도 좋다. 집단의 갈등은 사회의 불안을 야기하고, 개개인에게 스트레스가 되는데 이 작품은 두 집단이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는 데서 해결방안을 찾는다. 한나가 글을 알고 책을 읽었듯이, 미하엘이 늦게나마 생각하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되돌아오게 한 것처럼.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한나가 죽고 난 뒤에야 그리움에서 이해가 시작된다는 점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늦기 전에 타인을(혹은 타집단을)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까. 그건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만으로도 남은 인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으리라.

"오고 싶거든 언제든지 오너라."
- 180쪽, 아버지가 '나'에게

https://m.blog.naver.com/snoopy701/22376396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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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빛님의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게시물 이미지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한정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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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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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빛님의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게시물 이미지
부모님의 홍경래의 난에 연루되어 어머니는 사라졌고 아버지는 병상에 누웠다. 살기 위해 이모인 조 상궁의 도움을 받아 궁녀가 되려 했지만 자기 자신을 믿으며 적극적으로 살겠다고 마음먹는다.

📚 자신의 삶을 구속하는 안팎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지요. 그래서 대다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남들이 갔던 길을 따라갑니다. 지금 시작하는 일이 사소할지라도 먼 미래에 우리는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겁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인물들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다미는 원래 불행한 세상과 부모를 원망해서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그랬던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되고 후에는 용서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삶을 대한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다미는 또 다른 이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생한다.
반면,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인물들은 결국 관계에 해악을 끼치고 사건을 파국에 이르게 한다.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한정영 지음
다른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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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빛님의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게시물 이미지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사계절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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