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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의 풍경하나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의 표지 이미지

이주옥의 풍경하나

이주옥 지음
수필과비평사 펴냄

서너 달 계속되는 겨울에 눈과 찬바람을 맞고도 끗끗하게 생명력을 품은 저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지루한 계절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그에 기운까지 잃은 사람들에게 몸을 깨우고 마음을 깨울 수 있는 하나의 생명력으로 재탄생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 아닐까. (P.158 봄동별곡)


몇 년 전, 이주옥 작가님의 책 『세상의 당신들』을 읽고, 나와 연을 맺고 살아가는 관계들에 대해 감사와 고마움 등을 복잡적으로 느꼈더랬다. 세월을 부지런히 겪으신 후에 등단을 하신 작가님이라 그런지 문장 사이사이에서 직접 겪은 단단한 깨달음이 가득했기에, 그녀의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녀의 새 문장들이 나를 찾아왔다. 『이주옥의 풍경하나』라는 제목의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주변 풍경을, 당연하듯 지나던 것들을 보다 유심히 관찰하고 감사하게 되는 눈을 얻게 되었다. 사람이 겪어온 하루하루는 결코 그냥 쌓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이주옥의 풍경하나』에서 또 한 번 배운다.

『이주옥의 풍경하나』는 “그대, 풍경이 되다”, “풍경에게 말을 걸다”, “풍경 밖에 서다”, “풍경에게 걸어거다”등의 무척이나 서정적인 주제들로 나뉘어 담긴 수필집.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녀의 문장에는 서정적인 점과 현실적인 깨달음이 고루 담겨있어서 시 같으면서도 단단한 깨달음이 느껴진다. 마치 요즘 세상이 즐기는 MBTI의 “F”와 “T”를 양손에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감성과 이성을 고루 갖고 있으면 그야말로 천재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히 내 마음을 탁, 울린 것은 “봄동별곡”이었다. 맞다. 이 무렵부터 먹을 수 있는 달큰하도고 질깃한 봄동을 두고 그녀는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꽁꽁 언 땅에서 생겨나는 강한 생명력처럼, 색을 잃은 겨울에 빛을 발하는 초록빛처럼- 어쩌면 겨울같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그녀의 첫 책을 읽을 때만해도 초보엄마였던 나는, 어느새 초등학생 엄마인 사십대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조금 더 세상에 도움이 되는 모습, 조금 더 선한 모습의 사람을 향해 살게 되었다. 그래서 봄동을 향한 그녀의 예찬이 더욱 깊이 공감이 되고 나 역시 봄동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란한 밤을 견딘 것들이여, 이제 휴식하라. 다시 하나둘 불이 켜지고 황혼이 찾아들면 의자도 다시 땅에 내려앉아 사람들의 인생사 희로애락에 이리저리 끌리고 쏠리겠지만 아침에 받을 호사를 위해 기꺼이 현신하라. 밤을 털고 엎드린 의자 위로 청신한 바람 한 줄기가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P.108, 엎드린 저녁)

사실 이 문장은 울컥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처럼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요란하지 않은 하루는 거의 없다. 전쟁같은 아침을 보내고 출근을 하고, 다시 전쟁같은 근무시간을 보낸다. 퇴근한다고 해서 그 전쟁이 끝이 나나. 다시 육아로의 출근이다. 실제 돌을 갓지난 아기를 키우는 나의 동료는 “점심시간만이 나의 힐링타임”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삶에도 분명 바람 한줄기가 보듬어주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나보다 조금 더 앞서 세상을 산 인생선배가 풍경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남겨준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내일을 배우고, 오늘을 느낀다. 그래서 『이주옥의 풍경하나』는 내게 선배의 애정어린 위로같았다. 감히 내가, 이런 문장들을 놓고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군번인가. 그저 내가 느낀 위로를 다른 이들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감상을 공유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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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여행도 공부다. 이렇게 말하는 부모님은 엄청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공부라고 말하는 여행에서 우리 아이들이 참여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아이를 위한 여행지? 아이에 의한 여행?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아이를 위해 엄마(혹은 아빠)가 짠 여행”이 아닐까? 사실 나 역시 그동안 우리 가족이 했던 여행이 아이에게도 공부가 되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을 만나고 난 후 앞으로는 진짜, 아이에게 공부가 되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이들을 능동적으로 바꾸고, 아이들의 생각과 실행력을 키워주는 책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을 소개한다.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은 마음여행의 신간으로 별책부록인 “가족여행 다이어리”와 함께 활용하면 정말 큰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장소를 정하고, 여행에 필요한 돈을 생각해보고, 해당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는지, 계획하도록 돕는다. 또한 가족여행 꿀팁이나 짐 정리, 사진 정리, 여행문 남기기 등까지 무척이나 체계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정말 이것이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재미있고 가볍게 남매네 여행준비과정을 읽는 사이사이에 우리집에서도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팁들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아이들이 기록하며 계획할 수 있도록 기록지가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놓치기쉬운 포인트들을 짚어주기때문에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만 있으면 무척 보람찬 여행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제 3장 “가족여행을 기록으로 남겨요”가 가장 인상깊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여행하는 단계까지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흐지부지 잊어버리지 않나. 여행지에서 수백장 찍은 사진도 막상 돌아와서는 몇 번 열어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에서는 짐을 정리하는 것부터 가족들과 함께 베스트사진 뽑기, 여행기록 남기에 대해 정리하고 있기에 여행을 보다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 우리 가족 역시 그동안은 마무리가 없는 여행을 한 것 같은 반성이 들어, 다음 여행부터는 여행일지를 꼭 남기겠다는 다짐을 했다.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의 부록으로 제공된 “가족여행다이어리”도 정말 알차다. 아이들이 직접 다양한 것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보다 많은 것을 남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가족의 소중한 여행,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을 통해 보다 알차고 보다 남기는 것이 많은 여행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엄마표 아닌 아이표 가족여행

진향숙 지음
마음이음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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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겠지만, 이미 여러 차례 전쟁터에 나갔다가 살아 돌아왔으니 그 무엇도 당신을 건드리거나 무너뜨릴 수 없다. 따라서 당신이 또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쳐도 자포자기하거나 큰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기는커녕,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평소처럼 정류장 벤치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낼 뿐이다. 그렇게 꾹 참았다가 두 시간 후, 마침내 집에 도착하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지를 것이다. (p. 129)

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구아시마라가 싫어졌고, 앞으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절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당신의 인생 이야기는 네 부분으로 나눠질 거예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태어나고, 자라고, 일하고 일하다. 죽겠죠. 끝. (p. 522)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 제목부터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사실 나는 오늘 이 문장을 10번쯤 떠올렸다. 정신 나간(과격하지만 지금의 솔직한 마음이다) 상사들 몇이 결정하지 못한 사소한 문제를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어 '상의'(를 가장한 지시)했기 때문. 그러나 나는 오늘도 퇴사하지 못했다. 대신 집으로 돌아와 샐러드를 입에 구겨 넣으며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를 마저 읽었다.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는 500p가 넘는 두께지만 제목 덕분인지, 미치도록 공감되는 내용 때문인지 몰입해서 읽게 되더라. 사실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분류는 그녀가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다큐로 느껴졌다. 주인공의 이름까지 작가와 동명이다 보니, 선명한 현실감에 나 역시 그때로 돌아가 신입사원 시절을 생생히 떠올리게 되었다. 직장생활 십여 년 차의 '중간다리'가 된 지금에도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가 무척 공감되었던 까닭은 여전히 고생만 잔뜩 하는 직장인의 애환, 사회생활을 길게 하며 나도 모르게 바뀐 나의 모습, 회사 안에서 여자라는 성별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내게 되는지 등을 쉼 없이 떠올렸다.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 속에는 mz인 메리엠이 있고, 그 시절의 내가 있으며, 지금의 나도, 지금 나와 생활하는 후배들의 모습도 있었다.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를 읽는 동안 잊고 살았던 사회초년생의 애환을 떠올렸고, 존재감 없는 이에서 직장에 찌든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저 소설이라기엔 현실을 너무 잘 담고 있어서, 조금 서글프고 조금 짠해졌으며, 또 조금 누그러지기도 했다.

오늘 거친 월요일을 살아내느라 힘들었던 모든 직장인이 읽어보면 좋은 책,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 였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메리엠 엘 메흐다티 지음
달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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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한 보건교사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남학교의 보건실은 언제나 방문자가 없고 가끔 호출이 있는데, 이때는 주로 외근이다.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학교의 보건실은 언제나 방문자가 넘쳐난다. 초등학교의 보건실은 언제나 북적북적한데, 상담과 간식, 중재 등 다양한 이유로 찾아 온다.”
선생님은 아니지만, 너무 맞는 말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었다. 그런데 만약 보건쌤이 냥이라면? 아마 남학교, 여학교 할 것 없이 보건실이 터져나가지 않을까?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정말 귀여운 냥이가 보건쌤이다. 그리고 보조...쌤이 귀...신?
표지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돌핀북의 신간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는 귀여운 동화책이다. 냥과 욜(그 귀신)의 출근춘비 풍경부터 아이들을 치료하는 모습까지 무척이나 귀엽고 웃음이 터져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은 절로 책이 읽고 싶어질 수 밖에 없다.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의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는 또 왜 이렇게 웃긴지! 엄마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연신 웃음이 나더라. 사실 초등학생들의 책은 일단 귀엽거나 재미있어야 어러번 펼쳐지기 마련!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그런 점에서 이미 출발부터 “도서관 인기도서”가 될 가능성이 가득한 책이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이 마냥 웃기고 귀엽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힘든 친구의 마음을 보듬어주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 등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응급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기에, 보건지식을 얻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미리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을 읽은 후 넘어지거나 하는 등의 사고를 겪는다면 보건실에 가기 전까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해야할 행동 등을 알 수 있어 사고의 범위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아이의 학교에는 따로 상담실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보건실은 많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아주는 따뜻한 곳이 아닐까? 그런 보건실처럼 아이들이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을 읽으며 몸은 아프지 않고, 마음은 따뜻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보며, 꾹꾹 꾹꾹꾹!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1

주미 지음
돌핀북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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