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이오 전쟁통에 서민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인 파시는 항구 근처에 열리는 어시장을 말하며, 소설의 주요 배경은 전선과 동떨어진 통영과 부산, 그리고 남해의 작은 섬이다.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했기에 피난민이 우글대는 그곳에도 여전히 탐욕과 배신, 사랑과 증오, 돈과 권력이 위세를 떨친다.
홀홀단신 남으로 피난 온 어여쁜 수옥이,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적당한 혼처에 시집 보내기를 소망하는 인자한 조만섭씨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통영과 부산을 오가며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내 생각에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한낱 개인의 운명은 종잇장처럼 가벼울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조차 스스로 개척할 수 없었던 시대.
그 시대를 넘어온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각자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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