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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중학생, 불면증에 잠을 못 이루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MBC FM 4U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들었다. 당시 명언을 좋아했던 나는 오프닝을 들으며 감탄했고, 숨어있는 명곡들을 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하며 뿌듯해했다. 라디오 사연을 들으며 울고 웃으며 나는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삶의 모양들을 알아갔다. 거기에 다정한 DJ는 몇 년 동안 까칠한 나를 조금씩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느 날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DJ가 바뀐다는 소식을 접했고, 매일 만난 친구를 잃은 듯 펑펑 울며 나의 라디오도 점차 멀어져 갔다. 이후, 종종 라디오를 들었으나 꿈이었던 라디오 작가를 위해 들었을 뿐, 정이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내 DJ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난 후, 나는 오랫동안 라디오를 듣지 못했다. 동시에 라디오 작가의 꿈도 잃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져 가끔 예전처럼 <푸른 밤 종현입니다> 다시 듣기를 듣는다. 옥상달빛 언니들이 나와 연애 이야기를 하고, 영배오빠와 커피오빠는 여전히 웃기다. 슬퍼져서 울 때도 있었지만, 웃을 때가 더 많았다. 먼 길을 여행 갈 때도, 집에 있을 때도 나는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여전히 듣는다.
어쩌면 나는 라디오를 좋아하는 것보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좋아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튼, 라디오』를 읽으며 조금씩 내 예전 꿈을 되돌아보는 듯했다. 라디오 시간에 맞추어 집에 들어오고, 엄마가 라디오를 사주고... 그런 추억을 다시 되살릴 수 있었다. 라디오 매체 하나로 추억이 무척이나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굴을 보지 않고도 응원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중요한 건 나는 지금 시 쓰기보다 오프닝을 쓰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하고 싶은지 고민이 많은 지금, 『아무튼, 라디오』가 방향을 잡아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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