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엔 약점이 있는 자신, 나약한 마음을 가진 자신, 다른걸 욕망하는 자신, 안주하는 자신, 자만하는 자신,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자신, 자유롭지 못한 자신, 자신을 한계 짓는 자신... 그 외에도 도망갈 수 없는 자신과의 승부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흐려질 자신은 있는데 선명할 자신이 없었다.
가구를 만들다가 실수해서 나무를 버리게 되면 딱 그만큼의 나무만 새로 사면 된다, 그 이상은 사도 쓸모가 없다, 그러니 너도 잘못한 만큼만 아파해라,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는 것도 오만이다.
기현아 돈이든 여유든 뭐든 있는게 중요하다. 기현아 세상은 자신만만한 사람을 유리한 곳으로 데려간다.
명확한 규칙 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싫어서 규칙이 확실한 야구를 좋아하고, 삶의 불확실성을 잠시라도 피해보려고 야구장에 온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것만 욕망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남의 욕망을 내 욕망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제대로 된 욕망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게 아닐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놓쳐보기로 했다. 비열해질 기회까지 잡을 필요는 없다고, 놓쳐도 되는 기회도 있다고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사람이 알려주었다.
불펜의 시간
김유원 (지은이)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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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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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