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님의 프로필 이미지

@gongnazo

+ 팔로우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무던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예민한 HSP를 위한 심리학)의 표지 이미지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최재훈 지음
서스테인 펴냄

나를 간파당한 느낌, 하지만 이 느낌이 싫지는 않다.
오히려 나도 모르는 나를, 작가는 오로지 나를 위해 따뜻한 문장들로 설명해주는 느낌이랄까.
여태까지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 적이 없기에, 읽는내내 나는 이 책에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정리하고 끝내 책을 완전히 덮으면서 느낀 점은,
인생은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나가는 여정인 것 같다.

누군가가 이렇게 옆에서 이야기해준다면,
나는 이내 곧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 같다.

HSP들은 누구보다 상대를 생각하는,
조심스럽고, 또 따뜻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 세상이, 이러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렇게 될 수 없는 사회에서, HSP들이 편안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서가 되어주지 않을까.

나는 그걸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었고,
나 혼자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혼자 찾아냈던 방법들이 이 책에서 모두 증명되었다는 점에서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뇌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나의 예민함을,
나는 타인과 잘 어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과 화를 내 안으로 삼켰을까.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만, 나는 이 생각들이 결국 감정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므로 이 생각들이 나를 비켜갈 수 있도록, 나는 이 감정들을 무시하고 싶다.

무시하면 이 감정들도 나를 무시하고 지나갈테니까.

나의 회피는 당연하다는 걸,
나는 이상하지 않다는 걸,
나는 그저 나일 뿐이라는 걸,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내 혼란스러운 마음들을 가다듬었다.

너무나도 고마운 책.

일에 지쳐서 회사 근처에 있던 알라딘에서 발견한 이 책 덕분에,
나의 삶이 조금은 유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담는다.

25.01.19 ~01.26
0

공님의 다른 게시물

공님의 프로필 이미지

@gongnazo

  • 공님의 기후, 기회 게시물 이미지
p.24 기후변화가 어떤 형태로든 멈추지 않으면 열대에 있는 박쥐들은 계속해서 온대로 옮겨 올 것이고, 그들이 가지고 오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이런 일을 끊임없이 아마도 점점 자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p.27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Nature abhors pure stands" 윌리엄 해밀턴
자연은 끊임없이 다양화를 추구합니다. 그런데 그 속에 사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왠지 다양성을 자꾸 줄이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p.29 '지금 그럴 겨를이 없다. 모든 걸 해야 한다. 기술도 개발하고 우리의 삶, 일상생활도 바꿔야 한다.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고 하지 말자, 그럴 겨를이 없다.'

p.42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한 잠재적 파멸의 원인을 알고 있으니 파멸은 일어나게 될 필연이 아니라 선택일 뿐입니다.

p.81 '그래도 이미 늦은 것 아니냐?' 라는 질문에 저는 또 다른 답변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 이 기회를 놓치면 내년은 더 힘들고 내년에 안 하면 내후년에는 더 힘들다고 말입니다. 10년 동안 안 하면 향후 10년 동안 더 힘들 것 입니다. 그래서 저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당장 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기후, 기회

최재천 외 9명 지음
북트리거 펴냄

2일 전
0
공님의 프로필 이미지

@gongnazo

  • 공님의 기후, 기회 게시물 이미지

기후, 기회

최재천 외 9명 지음
북트리거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0
공님의 프로필 이미지

@gongnazo

사랑.. 뭘까?

p.63
도담이 코웃음 쳤다. 누군가는 사랑이 교통사도 같은 거라고 했다. 그래, 교통사고 낼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책임도 안지고 벌도 안 받으면 그건 뺑소니잖아.

p.100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p.136
그 큰힘이 아빠를 정신도 못 차리게 바보로 만들어 급류에 휩쓸리게 했나. 오직 사랑만이 최고라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말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사랑은 종교나 다름없었다. 언제나 사랑만이 답이라는 허술한 교리를 가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랑을 믿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사랑스럽지 않겠지. 도담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아끼고 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도담에게는 하늘을 나는 빗자루만큼 현실과 먼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p.194
... 관계를 흐릿하게 맺는 만큼 이별도 모호해지는 게 그의 방법이었다.

p.197
연애와 결혼이라는 형식이 자주 본질을 망친다고 했다...
"사랑이란 건 거대한 마케팅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잘 포장된 욕망과 이기심인데. 자기들 멋대로 핑크빛으로, 하트 모양으로 정하고. 그게 장사가 되니까요. 사과 로고처럼."
"맞아요.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 '타이타닉'도 결국에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을 정도로 도취되었던 거 아닌가요? 그 둘이 살아남았으면 결국 '레볼루셔너리 로드'처럼 진절머리 나는 결혼 생활을 했을 걸요."

p.256
"지금 너는 행복이 두려운 거야."
해솔이 도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도담의 눈을 바라봤다.
"도담아,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도 중독될 수 있어.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다 겪자."

p.286 ❤️
"사랑에 빠진 거야?"
도담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해솔에 대한 도담의 마음은 연애 감정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과는 달랐다. 오히려 할머니의 사랑과 비슷할 것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하는 사랑처럼 한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 이건 한 때 끓고 식는 종류의 마음이 아니다. 남들이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도담은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으로 다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이 아니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해솔을 사랑하겠다고. 두 사람에게 어떤 고난이 닥쳐도 해솔과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난 빠진 게 아니라 사랑하기로 내가 선택한 거야."

p.289-290
그때 생각했어.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2025.02.23 - 03.08

급류

정대건 지음
민음사 펴냄

3주 전
0

공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