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코뿔소, 아무르 표범, 아시아 코끼리, 자이언트 판다, 늑대, 수달, 천산갑, 오랑우탄, 혹등고래, 그리고 북극곰. 이들의 공통점을 눈치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눈치챘겠지만, 이들은 “멸종위기 동물”이다.
사람들이 소중한 이의 죽음을 “별이 되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빌어 말해보자면, 인간은 별도 창조해내는 참으로 대단한 존재인 셈이다. 이 많은 동물을 모두 별로 만들고 있으니. 사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차고, 조금 더 시원한 실내를 만들고, 조금 더 자주 휴대폰을 바꾸며, 편리한 일회용품을 조금 더 사용하고, 물을 콸콸 틀어놓고 깨끗하게 씻으면 된다. 조금 더 어려운 방법으로는 금지된 동물을 “갖고 싶어서” 가지거나 죽이는 것, 더 많은 땅을 차지하고자 수풀을 밀어버리는 것 등이 있겠다. 자, 이래도 나와 멸종동물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나? 북극곰의 신간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에서는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이 모든 북극곰을 사라지게 한다는 걸” 알려준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동물들과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준다.
사실 일러스트만을 보자면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책이다. 반짝이는 “태양곰”들이 북극을 떠나 등대가 되어 범고래의 노래를 비추고, 코뿔소의 뿔이나 거북에게 빛을 비춘다. 그뿐인가 눈부시게 반짝이는 수달과 나무늘보, 산호초와 침팬지 등 이 땅의 크고 작은 생명을 바라보자면 경이로움이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일러스트다. 넓은 평원, 무성한 숲의 모습은 천국이라 해도 될 만큼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빛이 모두 사라진 삭막한 미래의 도심은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일러스트가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온 마음을 둥둥 울렸다. 넋을 놓고 반짝이는 일러스트를 감상하던 우리 아이의 눈이 빛이 사라진 도시를 비출 때- 얼마나 많은 것이 잘못되어 가는지를 깨달았다. 우리 아이가, 또 우리 아이의 아이가- 이렇게 삭막한 도시에 살아가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마음을 둥둥 울렸다.
눈부신 일러스트처럼,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의 어투가 너무 차분해서 한층 더 마음이 아팠다. 그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와 인간이 영역을 넓힐수록 사라져가는 현실을 담담히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다 “우리를 책 속에서만 만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하고 묻는다. 간절한 말투로 자신들만으로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절절해서 울컥 울음이 난다. 만약 우리였다면, 이렇게 부탁하는 대신 화를 내지 않았을까. 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의 터전을 빼앗느냐고 소리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낼 수 있다고 한들, 점점 “같은 소리”를 낼 친구들이 줄어 그들의 호소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묻히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같은 책이 주는 메시지는 더욱 선명하다. 단 한 명이라도 더,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니까.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는 우리가 왜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우리의 어떤 행동이 그들을 구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책의 본문에서 일러스트와 편지로 우리에게 목소리를 전했다면, 뒷면에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들을 지킬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세상이 변화할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를 읽고,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지역사회로까지 차근차근 목소리를 전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변화한 우리”를 보여줄 차례다.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베스 페리 지음
북극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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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가 제일 보고 싶은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엄청나게 좋아하는 우리 동백이, 공효진 배우가 완전히 세련되고 박력 넘치는 우주인이 되어 왔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가지가 겹쳐 아직 볼 엄두는 내지 못하지만, 자꾸 검색했더니 열일한 알고리즘이 자꾸 우주를 보여줍니다. 어깨너머로 구경하던 우리 꼬마 역시 우주, 발사체 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내 사랑 북극곰에서 엄청난 그림책이 태어났어요. 바로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
천문학자 “우주먼지” 지웅배 님이 강력추천한 그림책,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는 우주인을 엄마로 둔 구스타브를 따라 우주 이곳저곳을 여행합니다. 엄마를 따라 달 기지에 가고 싶은 구스타브와 함께 우리 아이들은 우주발사시스템, 우주선 내부,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과정, 우주선 안의 모습, 달에 가까워지는 우주선, 월면차, 섀클턴 분화구 등 무척이나 다양한 모습의 우주를 만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 과정이 어찌나 상세하고 친절한지, 엄마도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에 풍덩 빠져 우주선의 이곳저곳을 관찰하고, 달을 살펴보았답니다. (이렇게 알아두면 드라마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죠? ㅎㅎ)
사실 엄마도 우주에 관한 관심은 많았지만, 우주선의 발사 시스템의 모습이나 원리 등은 자세히 알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과학관들을 찾아다니기도 했고, 여러 가지 과학 도서들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아이의 입맛이나 눈높이에 딱 맞는 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는 다정한 말투, 상세한 설명, 그림책과 과학도감 그 사이의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시시하지 않게, 겉핥기가 아니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달에 대해, 우주선에 대해 알려줍니다. 종종 과학그림책을 읽으면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과식한 듯 소화가 어렵기도 한데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는 그 수위를 무척이나 잘 지켰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소 복잡하다 느낄 수 있는 설명을 짧은 호흡의 문장과 다정한 말투로 풀어주기에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어렵지 않게 접하게 할 뿐 아니라, 상세화를 통해 꼼꼼히 짚어주기에 마치 제대로 된 과학도감을 읽은 듯 풍성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군데군데 등장하는 구스타브의 모습에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기에 “편안한 과학그림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전기로 가능 자동차, 자기부상열차, 가정용 로봇, 날씨나 기분을 이해하는 기계.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공상과학”에 등장하는 소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이제 우리의 일상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죠. 아마 우주. 우주인, 우주선 등 역시 머지않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 우리 꼬마처럼 초등학생들에게 강력추천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더 꼬꼬마들은 일러스트를 구경하는 재미로, 조금 더 형님들은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지 않을까요?
내 사랑 효진 언니는 별들에게 물어보라지만, 우리 꼬마들은 책에게 물어봅시다.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가 친절한 대답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섀클턴 달 기지를 짓다
마르코 T. 브라멘 지음
북극곰 펴냄
3
어릴 때에는 미처 몰랐지만, 어른이 되어보니 무척 이해 되지 않는 말. “짐승보다 못하다.”
정말 우리는 짐승보다 나은가요? 뉴스에는 온통 짐승보다 못한 사람들이 가득한걸요?
지난 주 아이와 함께 읽은 책, 『동물은 나의 선생님』은 마음이음의 “지식잇는 이야기” 7번째 책이에요. 겨울방학돟안 이 시리즈 '제대로 읽기'를 진행중인데, 이번에는 엄마가 일이 많기도 했고, 글밥도 많아 평소보다 오래 읽었습니다. 하지만 단락단락 끊어읽기 좋고, 아이와 나눌 대화도 무척 많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동물은 나의 선생님』, 소개해볼게요!
『동물은 나의 선생님』은 평생을 동물을 공부하고 전파하는데 바쳐오신 제주도 민족사자연박물관의 관장님, 노정래 작가님의 글입니다. 코끼리에게서 예절을, 벌에게서 책임감을, 여우에게서 협동을, 도토리에서 정직함 등을 배우는 아주 알찬 책이죠.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게 만들어진 동물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한 동화이기에 아이들과 동물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고, 그런 특성을 기반으로 한 재미있는 동화를 읽기에도 무척 좋답니다. 또 나아가 다양한 동물들이 가지는 특성들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동화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코끼리는 55~60살정도까지 사는 수명이 긴 동물입니다. 보통 20살 전후에 새끼를 낳다보니 몇 십대가 모이기도 하고, 결혼을 하면 다른 무리를 이루어 살기도 하지만 엄마를 기억하기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는 “가족”을 이루는 동물이라 예절을 배우기 더 없이 좋은 동물입니다. 그래서 『동물은 나의 선생님』에서도 늦둥이 코끼리를 통해 예절과 가족애 등을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 꿀벌에게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을 배우기 좋아요. 사실 꿀벌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군집생활이나 계층사회를 이야기하곤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침을 쏘는 책임감이나 먹이를 위해 춤을 추는 것 등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강한 가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동물은 나의 선생님』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워했던 것은 오리이야기였어요. 제목이 “궁둥이 뚱뚱한 오리”라 시작도 전에 흥미를 가지기도 했지만, 날카운 발톱이나 이빨이 없는 순둥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었고, 다양한 환경에서 두루두루 적응하며 살아가는 배려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동물은 나의 선생님』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동물의 이야기를 다채로이 풀어내고, 진짜 특성까지 연결해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니까요.
뉴스가 가장 각박한 요즘, 아이와 『동물은 나의 선생님』을 읽으며 진짜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고, 그 모든 것에서 배울 것이 있음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지식을 단순히 주입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는 지식잇는 이야기!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동물은 나의 선생님
노정래 (지은이), 윤유리 (그림) 지음
마음이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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