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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공공기관에 십여년째 몸 담고 있는 나로써는 이렇게 적나라한 공직사회의 면면을 파헤친 글을 읽으며, 수없이 고객을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은 공직사회의 스몰버전이라 모든 게 판박이다.
사실 처음 이 기관에 입사할 때부터 선배는 그랬다. 너와 맞지 않는 기관일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십수년이나 이 회사를 계속 다니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기존에 거래하던, 고위직과 거래하던 업체를 갈아치우다 재무관이 불같이 화를 냈고, 상위 부처의 얼토당토 않는 요구를 대차게 거절했다 또 한바탕 난리가 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도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여러가지 상황 탓으로 돌리고 싶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유혹은 결코 적지 않았고 어느 정도 승진도 하고 자리도 잡은 회사를 떠나 또 다른 텃새를 버텨낼 자신도 없었다. 게다가 육아휴직 후 복직이라는 유리한 제도를 꼭 써먹어야만 했다.
이 와중에 쓸데 없는 호치키스 행정을 묵묵히 수행하는 나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대체 이 일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생각할수록 답답해진다.
나 또한 이 일은 그만두는 엔딩만 남아있는 걸까. 아니면 똘끼 충만함이 사소한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는 있을까. 여전히 답은 잘 모르겠다. 정년까지 아직도 십수년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때로 절망스러우면서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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