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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의 표지 이미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공공기관에 십여년째 몸 담고 있는 나로써는 이렇게 적나라한 공직사회의 면면을 파헤친 글을 읽으며, 수없이 고객을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은 공직사회의 스몰버전이라 모든 게 판박이다.

사실 처음 이 기관에 입사할 때부터 선배는 그랬다. 너와 맞지 않는 기관일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십수년이나 이 회사를 계속 다니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기존에 거래하던, 고위직과 거래하던 업체를 갈아치우다 재무관이 불같이 화를 냈고, 상위 부처의 얼토당토 않는 요구를 대차게 거절했다 또 한바탕 난리가 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도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여러가지 상황 탓으로 돌리고 싶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유혹은 결코 적지 않았고 어느 정도 승진도 하고 자리도 잡은 회사를 떠나 또 다른 텃새를 버텨낼 자신도 없었다. 게다가 육아휴직 후 복직이라는 유리한 제도를 꼭 써먹어야만 했다.

이 와중에 쓸데 없는 호치키스 행정을 묵묵히 수행하는 나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대체 이 일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생각할수록 답답해진다.

나 또한 이 일은 그만두는 엔딩만 남아있는 걸까. 아니면 똘끼 충만함이 사소한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는 있을까. 여전히 답은 잘 모르겠다. 정년까지 아직도 십수년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때로 절망스러우면서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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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흰 눈이 수북히 쌓인 전날, 이 책을 펼쳤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눈 덮인 세상에서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뭔지모를 따스함이 나를 감쌌다.

3호선 전철을 타고 지나는 길에 보인 한강 풍경이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도 한강만은 눈에 덮이지 않았다.
한강은 그 눈을 다 담고도 남았다.

흰과 한강이 교차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흰 것은 따스함 보다 차가운 느낌에 가깝다.
이 책의 흰은 차갑기도 따스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흰을 한장씩 아껴읽었다.

한강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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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어느 순간부터 말이 하기 귀찮아질 때가 있었다.
그 뒤로 목소리를 작게 하고, 점점 말을 뱉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외로움과 고독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의미 없는 웃음을 지어보이기 싫어졌다.
무뚝뚝하게 굳은 표정으로 사람을 응시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곁을 떠나갔다.

언젠가부터 눈이 나빴지만 희뿌옇게 세상을 보는 게 좋아서
안경을 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했던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애써 보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바로 옆을 지나쳐가는 친구도 못 알아차리게 되었다.

때때로 그럴 때가 있다.
사는 게 귀찮아서, 사람이 싫어져서.
모든 것으로부터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저 나만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어진다.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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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뉴스란 무엇인가,
저널리즘은 또 무어란 말인가.

수십 년을 뉴스 앵커로 살아온 그이자 토론 진행자이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DJ였던 손석희 님.

장면들을 읽으며 한 아젠다 세팅이 아닌 아젠다 키핑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한 그와 그의 동료들이 떠올랐다. 뉴스가 결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성을 지녀야 힘을 갖는다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너무도 쉽게 흥미거리로 전락한 지금의 뉴스가 매우 아쉽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다. 손석희 같은 신념과 철학을 가진 자는 또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에……

장면들

손석희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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