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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의 표지 이미지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이십년 가까이 공공기관에 적을 두고 있는 난 이렇게 적나라한 공직사회의 면면을 파헤친 글을 읽으며, 수없이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은 공직사회의 한 단계 아래에 있어 모든 게 판박이다.

기존에 거래하던, 고위직과 친분이 있는 업체를 갈아치웠다 내 면전에서 부장이 화를 당했고, 상위 부처의 얼토당토 않는 요구를 대차게 거절했다 또 한바탕 난리가 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도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여러 상황 탓으로 돌리고 싶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유혹은 결코 적지 않았고 운 좋게 승진도 했고, 이미 자리 잡은 회사를 떠나 또 다른 텃새를 버텨낼 자신도 없었다. 게다가 육아휴직 후 복직이라는 유리한 제도를 꼭 써먹어야만 했다.

이 와중에 쓸데 없는 호치키스 행정을 묵묵히 수행하는 나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대체 이 일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생각할수록 답답해진다.

나 또한 이 일은 그만두는 엔딩만 남아있는 걸까. 아니면 똘끼 충만함이 사소한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는 있을까. 여전히 답은 잘 모르겠다. 정년까지 아직도 십수년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때로 절망스러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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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저릿하다.
내 부모와 비슷한 연배인 순자의 삶이 애처롭다.
순자와 부모의 삶이 겹친다.
그 시절에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그 때보다 한결 평탄한 살이를 하고 있는 순자의 자식들이 나의 모습과 연결된다.

연년세세

황정은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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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무엇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란 말인가.

나와 내 가족만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면 그만인 걸까. 내 주위에서 어떠한 커다란 부정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하루하루를 그저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기만 하면 될까. 남이야 어찌됐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그러한 일은 어떻게든 돌고돌아 나나 냐 가족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마련이다.

정치가 딱 이러하다. 이번 달 월급이 제때 들어오고 저축을 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때때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까지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봐야 한다. 그리고 소리 높여야 한다. 가만히 나만 안전하다고 안전한 세상이 아니란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존 롤스는 노력에 따른 분배에 대해
"노력할 수 있게 해 주는 성격도 대체로 자신의 공로라고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훌륭한 가정이나 사회적 여건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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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어릴 적 이 작가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아마 좀머 씨의 이야기가 첫 대면이었던 것같고 그 뒤로 향수, 콘트라베이스(선후는 확실하지 않다)를 차례로 읽어대며 그의 이름을 머릿 속에 각인하고 싶었다. 그는 한 동안 최애작가로 내 삶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몇 십년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네 개의 단편을 엮은 이 책에서 두 가지는 나도 떠올려봤던 내용이라 반가웠고, 한 가지는 너무도 이 세상과는 동떨어진 기발한 생각이라 다시금 그를 동경하게 되었다. 어릴 적 내가 그를 좋아했던 이유가 선명해졌다. 이런 단편을 쓰는 날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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