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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1

J. 김보영 지음
디플롯 펴냄

서울 연남동에서 벌어진 동양 판타지물인데, 힌두교 불교의 신화에서 나오는 괴물들과 퇴마사 간의 싸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보영 작가는 워낙 믿고 보는 작가여서 나온 소설들이 다 재밌지만, 이 책은 유독 내 취향이었다. 원래도 소설은 거의 판타지 아니면 SF만 보는 편이라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사건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세계관이 탄탄한 작품에 끌린다. 이 책은 그걸 전부 만족하는 책이었다. 1권이 800쪽이어서 걱정 했는데 술술 읽혔다. 주인공들의 내적 갈등과 심리 묘사도 재밌었다. 카마와 마구니의 관계, 카마(마구니)와 퇴마사의 관계, 퇴마사들끼리의 관계 등등…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이해 관계와 가치관에 따라 대립하거나 양립하며 시시각각 갈등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정의와 부정의, 생과 윤회, ‘나’라는 정체성, 상처가 무기가 되는 세계관처럼 생각해볼 거리도 많았다. 사건의 진행이 루즈하지도 않고, 인물들의 감정과 가치관에 대한 고민 역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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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y0606

‘SF를 인류학의 관점에서 다시 읽기 / 다시 쓰기’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이 책을 읽게 됐다. SF와 인류학 모두 타자와 타문화를 바탕으로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전복적 상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해내게 만드는 SF와 인간 삶의 여러 방식을 고찰해내는 인류학은 생각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 책은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며 우리의 ‘다음‘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적 세계를 제안한다. 여러 SF 작품을 ’민족지‘라는 형식을 통해 ’이 소설(또는 영화)의 주인공과 주인공이 속한 사회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옆에서 직접 관찰해보면 어떨까?‘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의 매력은 낯선 관점으로 세계를 재해석 하는 것에 있다.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정헌목 외 1명 지음
반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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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y0606

복직의 복 자는 회복의 복이며 복수의 복이란 점. 먼저 회복의 복: ‘나’는 사과를 습관적으로 할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이 바닥이다. 그런 ‘나’가 점점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사건을 해결하며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것도, 미약하게나마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사과할 줄 알고, 실수를 마주할 줄 아는 넉넉한 어른이 되어가는 일. 마법소녀가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
복수의 복: 무엇에게 복수하는 걸까. ‘나‘가 마법소녀 사유화를 반대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테러에 대한 복수? 어린 마법소녀 둘을 데리고 교주 행세하며 뒤에 숨은 채 잘못을 저지르는 어른들에 대한 복수? 아니면 단수가 아닌 ‘복수‘의 뜻인가. (찾아보니 한자가 다르다. 여러 개를 뜻하는 ’복’이 아니다.) 무엇에 대한 복수이든 소녀에겐 복수가 필요했다. ‘소녀‘를 ’소녀답게‘ 만드는 세상의 모든 권력을 향한 복수. 어리고, 예쁘고, 귀여운 소녀는 소녀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미모가 출중하지 않아도, 카드빚에 시달리는 사람도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 무엇도 ’소녀스러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어린 여자애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러 돌아온다.”

회복의 복이든 복수의 복이든 그 모든 것을 응원한다. ‘나’의 회복과 복수를, 이 세상의 수많은 ‘마법소녀’를 응원한다.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박서련 지음
창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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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y0606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부여되기 때문에, 소녀들에게만 마법의 힘이 부여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관이 좋았다. 세계가 힘의 균형을 이루려 하므로 각성 직전의 마법소녀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다. 가장 괴롭고 힘든 순간에 무언가를 강렬히 바라면 그것이 마법의 능력으로 발현되는 것. 트리거를 계기로 강해지는 마법소녀의 세계.

아로아와 ‘나‘의 사랑도 좋았다. 어째서 소녀는 소녀를 구하고, 지키며(“당신은 내가 지켜줘야 할 단 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마법소녀가 아니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라고요. 당신이 나의…운명인 거예요!”) 강해지는 걸까. 자살하려던 ’나‘의 손을 붙들고 만류하던 아로아, ‘내‘가 마법소녀가 아님을 알게 되었어도 우리가 만났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믿는 마음, 마법소녀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당신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 말해주는 마음-이 모든 것이 반짝인다. 선할 필요도 없고, 모두가 선하지도 않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수많은 마법소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내가 지켜주겠다고 했던 말 기억해요?” 소녀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또다른 소녀가 사랑스럽게 반짝이는 걸 보는 기분이다.

특별한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당장 출근이 급한 21세기의 마법소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만화에 나오는 특별한 힘의 마법소녀와는 상반되게 현실에서의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마법소녀가 대항하는 것은 어떤 외계의 생명체가 아닌 기후 문제와 테러리스트(평범한 인간)다. 현실의 마법소녀도 출근과 카드값을 걱정한다! 현실의 실체적이고 물리적인 상황과 맞물리는 ‘마법소녀‘의 모습을 설정한 점이 흥미롭다. 우리 모두가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 정말 우리 모두가!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박서련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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