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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의 표지 이미지

긴긴밤

루리 지음
문학동네 펴냄

안정을 뒤로 한 채 걸음을 옮기는 일은 언제나, 누구에게든 쉽지 않다. 선택을 하고 그에 뒤따르는 결과를 마주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노든이 그저 훌륭한 코끼리로 남았더라면 평온한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계속 행복했을 것이다. 소중한 이를 잃는 고통도 적었을테고.

그러나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과정이 그에게 고통스러웠을지언정 도망쳐야만 하는 고난은 아니었다. 그 고통이 없었더라면 가족의 행복과 친구라는 든든함, 예상치못한 인연이 주는 새로움들을 겪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노든은 자신이 훌륭한 코뿔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실패했다고 좌절했을까?
그건 종래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코뿔소의 삶을 알기 위해서였지만, 삶은 그에게 새로운 의미를 주었으니.

노든의 삶과 그의 아내, 딸, 앙가부, 치쿠, 윔보, 펭귄의 삶은 대단하다 일컬어지는 삶이 아님에도 울림을 준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의지, 때로는 안정을 뒤로 한 채 마음을 따르려는 다짐, 외면하지 않는 마음, 서로를 이해하는 눈.

이별이 그들에게 가져다 준 것이 슬픔만이 아니듯, 내게 올 슬픔도 다른 것과 함께올 것이다.
결국 겪게 될 슬픔이라면, 그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을지라도, 아픔을 아픈 채로 흘려보내며 담담히 살아갈 수 있기를.

*
15p.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가.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

94p.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 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107p. 멀리서 보면 사막은 황량해 보이고, 그 위를 걷는 나와 노든은 가망이 없는 두 개의 점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서 들여다본다면, 모래알 사이를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개미들과 듬성듬성 자라난 풀들, 빗물 고인 웅덩이 위에 걸터앉은 작은 벌레들 소리, 조용히 스치는 바람과 우리의 이야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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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

당신을 속이는 일이
나를 속이는 일인 줄도 모르고
내 일생은 당신을 속이는 일로 무척 바빴네

그래도 죽을 때까지 미워할 사람이 단 한 사람은 있어야 외롭지 않을 것 같아
당신을 영원히 미워하겠습니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정호승 지음
창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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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쓰

@gyeongsss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내일 죽게 될지라도, 그의 두 눈은 다른 양치기들이 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그게 자랑스러웠다.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줄 맨 끝에 있던 사제는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다. 곡마단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기술을 배운 게 고작이었다. 다른 사제들은 수도원의 인상을 흐려놓을까봐 그가 경배드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진심으로 아기 예수와 성모께 자신의 마음을 바치고 싶어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렌지 몇 개를 꺼내더니 공중에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그가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재주였다.
아기 예수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성모께서는 그 사제에게만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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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뇌는 '필요'를 만들어내는 데 최적화되어서, 사고 싶은 것이라면 그 이유를 열 개도 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인생의 원리는 너무도 단순해서 깨닫고 실천하기 어렵다.

소비단식 일기

서박하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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