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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의 표지 이미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읽고있어요
공감, 연대, 다정함 같은 키워드로 분류되는 책들을 읽다가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으니 온탕에서 냉탕으로 옮겨진 기분이다.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수 없다. 정신이 번쩍 드는데 '핵매운맛'이 아닌 '핵냉한 맛'이라고 해두자. 냉철한 이성으로만 가득하다.

고독하게 지성의 칼날을 갈며 살았던 철학자.
몇 개의 문장만 소개하자면,
-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이 세상에 나 이상의 존재는 없다.'
- 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
- 사랑이야말로 한 사람의 일생을 추락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불행이다.
- 장수한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을 열거하자면 공동품 가게의 진열대에 올려진 먼지 쌓인 상품이다. 지겨운 싸구려 동화책이다.
- 인간은 이기적이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도태를 면할 수 있었다. 선한 인간이 가능할까?

등등.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이해된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내 처지를 두고 '힘들지? 토닥토닥. 내가 옆에서 힘이 될게.' 같은 다정한 말은 나를 제자리에 머물게 하지만 '인생이 쉬운 줄 알았어?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뛰어!'라는 말을 들으면 일어나는 시늉이라도 하게 되니.

헛된 희망을 버리고 살면 애초에 희망이 없었기에 절망도 없다. 기뻐도 덜 기쁘고 슬퍼도 덜 슬프다. 분노? 억울할 것도 없는데 분노는 무슨. 홀로서는 방법이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랄까.
인생은 고통이라는 점에서 불교의 교리와 공통점이 많다. 새옹지마의 고사도 떠오르고.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힘듦은 인생의 디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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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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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음식이라는 오묘한 관계를 통해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가지의 멕시코 전통 요리와 풍습이 소개되는데 마치 요리책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음식과 관련된 풍속도 낯선 멕시코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티타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감각적으로 묘사되어서 생생하게 바로 앞에서 펼쳐지듯 그려지는데, 그 느낌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지속된다. 티타와 페드로의 관능적인 성적 욕구와 장면까지도 독자가 빠져들게 만들어서 흥미를 잃지 않고 탐독하게 하는 마법이 펼쳐진다.

티타는 집안의 전통과 가부장적인 엄마 때문에 자기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시키는 일만 하며 살아왔는데, 사랑하는 조카의 죽음을 전해들은 후로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 자신마저 죽은 것처럼 지낸다. 그러다가 의사인 닥터 브라운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는다. 이곳에서 브라운 박사의 할머니인 새벽빛과 교감하고 브라운 박사에게서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새벽빛은 키카푸족 인디언으로, 브라운 박사의 할아버지가 납치해서 데려와 결혼했지만 가족에게서 환영받지 못했다. 백인의 가정에서 고립된 새벽빛의 처지는, 전통을 강요하는 분위기의 집안에서 고립된 티타의 처지와 맞닿아 있다.

새벽빛은 조용하지만 인내심이 강하고 심지도 굳은 인물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 상황을 극복했다. 티타도 그럴 수 있을까? 가족의 전통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티타는 브라운 박사의 도움으로 가슴에 삶의 원동력을 지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마마 엘레나, 언니 로사우라, 첫사랑 페드로 문제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끓어오르는 초콜릿 물'이 이 책의 원제다. 내 마음이 이러면 어찌 해야 할까? 조용히 살다가 기회를 본다? 아니면 들이받는다?

티타는 들이받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떠나야 할 사람은 어머니예요. 어머니가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데 지쳤어요.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요! 나는 나예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제발 날 좀 내버려 둬요!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머니를 증오해요! 항상 증오해 왔다고요!"(210쪽)

티타의 마지막 장면은 더욱 뜨겁다.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올랐다. 모든 것이 재로 돌아갔다. 작품에서는 열정적으로 묘사되었지만 내심 새벽빛과 다른 방법을 선택해서 요리책 외엔 아무것도 남기지 읺은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 모습이 가장 티타다운 모습이 아닐까도 싶다.

한평생 부엌에서 불과 함께 살아온 열렬한 사람. 티타. 악습을모두 깨 부순 티타.

이 작품은 어떤 시각으로 읽느냐에 따라 낡은 전통에 저항하는 소설이면서, 여성의 노동이었던 부엌일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로 끌어올린 소설이기도 하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소설이기도 하고, 아주 흥미로운 연애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상반된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점에서는 양귀자의 『모순』과도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모순』의 주인공인 안진진은 티타와 정반대의 선택을 하지만 말이다.

책장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 가슴 속 성냥을 지피는 일은? 사람은? 장소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는다.
'당신 가슴 속 성냥을 지피는 것들은? 그리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순간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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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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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이 책을 읽었고 올해 다시 찾아 읽었다.
국가가 군중의 공포심을 자극하여 권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 그로 인한 죽음과 남은 이들의 슬픔이 페이지마다 가득했다.
총부리 앞에서도 비폭력행진을 하던 시민들. 그들을 군사들과 맞서 싸우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114쪽)
인간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마도 양심.
나아가 군중이 공포에 굴하지 않고 양심을 지키도록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마도 연대하고 있다는 확신. 서로 기대고 챙겨주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시위대는 모두 사살 혹은 체포되었고 남은 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혹독한 고문이었다. 고문까지도 이겨내고 석방된 사람들은 승리자인가? 아니다. 그들 중 여럿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십 년 뒤)'더이상 누구도 우리를 위해 염려하거나 눈물 흘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자신조차 우리를 경멸했습니다. 우리들의 몸 속에 그 여름의 조사실이 있었습니다. ...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126~134쪽)

이후 노동운동으로 삶의 방향을 이어가던 김성희는 이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우리는 고귀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고귀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고통의 힘, 분노의 힘으로 피가 끓어 펄펄 되살아났다.(173쪽)

그날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힘이 폭력을 휘두르는 강자에게 맞서 싸우게 하는 힘이 되어 우리에게 온다. 사회 곳곳에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약자들에게 온다.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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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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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진작가 김장우와 사랑에 빠진 안진진.
"사랑은 힘이 들어요."
아빠가 술을 많이 마시면 엄마를 폭행했던 이유는 엄마와 안진진과 안진모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니. 그래서 탈출을 꿈꾸었다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런 이유로 덜 사랑한하는 나영규를 선택한다. 나영규처럼 철저한 계획 속에서 살아가는 이모부와 결혼한 이모의 삶이 어떤 줄 알면서도.

안진진의 선택은 옳은가, 그른가?
아마도 이후에 적당히 안정적이고 적당히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영규는 안진진의 가족 문제도 다 감내해 줄 능력이 되니까.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어떻게든 삶에서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간다면 가능한 얘기다.

소설의 끝엔 이런 말이 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맺는다.

김장우는 이상, 나영석은 현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글쎄, 상당히 머리 아픈 문제다. <오징어 게임>의 ○X 퀴즈가 떠오르기도.



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전화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휠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슬픈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 로든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이별을, 그것도 아주 슬픈 이별을 동경한다. 슬픈 사랑의 노래들 중에 명작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유행가는 차마 이별하지는 못하지만 이별을 꿈꾸는 모든 연인들을 위해 수도 없는 이별을 대신해준다. 유행가는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대물림되는 우리의 유산이다.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준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취준 그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10장. 사랑에 관한 세 가지 메모-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살게 된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 11장. 사랑에 관한 네 번째 메모-

모순

양귀자 지음
쓰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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