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완독.
경제 철학의 역사에 비인간성에 대한 비판 한 숟가락, 낭만주의 한 숟가락, 미래를 향한 희망 한 숟가락 보태어 제시하는 대안 철학.
스무살에 처음 마르크스를 접하고 잠깐 새로운 눈을 떴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존재하지 않는 대안에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충분히 치열하지 못해서 거기까지였다. 그 때 이런 시각과 책들을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들에서 멀어지지 않으면서, 자연의 일부이기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수용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학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철학서다.
위기 이후의 경제철학
홍기빈 지음
EBS BOOKS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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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이나 인문학을 파고 들면 수학/과학적 태도와 사고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과학과 공학을 파다 보면 철학에 도달한다. 문과 이과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세계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 본 적 없는 이들의 편견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좋다.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거나,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전자나, 진동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론물리학은 자주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과 관념을 뛰어 넘는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을 때, 우주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생명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존재는 상호작용과 관계에 따라 정의되는 것을 이해할 때, 언제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당신은, 나는 물리학자가 된다. 과학이라는 안경을 쓴 철학자가 된다.
그렇게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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