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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복직합니다

박서련 지음
창비 펴냄

복직의 복 자는 회복의 복이며 복수의 복이란 점. 먼저 회복의 복: ‘나’는 사과를 습관적으로 할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이 바닥이다. 그런 ‘나’가 점점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사건을 해결하며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것도, 미약하게나마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사과할 줄 알고, 실수를 마주할 줄 아는 넉넉한 어른이 되어가는 일. 마법소녀가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
복수의 복: 무엇에게 복수하는 걸까. ‘나‘가 마법소녀 사유화를 반대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테러에 대한 복수? 어린 마법소녀 둘을 데리고 교주 행세하며 뒤에 숨은 채 잘못을 저지르는 어른들에 대한 복수? 아니면 단수가 아닌 ‘복수‘의 뜻인가. (찾아보니 한자가 다르다. 여러 개를 뜻하는 ’복’이 아니다.) 무엇에 대한 복수이든 소녀에겐 복수가 필요했다. ‘소녀‘를 ’소녀답게‘ 만드는 세상의 모든 권력을 향한 복수. 어리고, 예쁘고, 귀여운 소녀는 소녀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미모가 출중하지 않아도, 카드빚에 시달리는 사람도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 무엇도 ’소녀스러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어린 여자애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러 돌아온다.”

회복의 복이든 복수의 복이든 그 모든 것을 응원한다. ‘나’의 회복과 복수를, 이 세상의 수많은 ‘마법소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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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y0606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부여되기 때문에, 소녀들에게만 마법의 힘이 부여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관이 좋았다. 세계가 힘의 균형을 이루려 하므로 각성 직전의 마법소녀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다. 가장 괴롭고 힘든 순간에 무언가를 강렬히 바라면 그것이 마법의 능력으로 발현되는 것. 트리거를 계기로 강해지는 마법소녀의 세계.

아로아와 ‘나‘의 사랑도 좋았다. 어째서 소녀는 소녀를 구하고, 지키며(“당신은 내가 지켜줘야 할 단 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마법소녀가 아니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라고요. 당신이 나의…운명인 거예요!”) 강해지는 걸까. 자살하려던 ’나‘의 손을 붙들고 만류하던 아로아, ‘내‘가 마법소녀가 아님을 알게 되었어도 우리가 만났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믿는 마음, 마법소녀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당신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 말해주는 마음-이 모든 것이 반짝인다. 선할 필요도 없고, 모두가 선하지도 않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수많은 마법소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내가 지켜주겠다고 했던 말 기억해요?” 소녀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또다른 소녀가 사랑스럽게 반짝이는 걸 보는 기분이다.

특별한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당장 출근이 급한 21세기의 마법소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만화에 나오는 특별한 힘의 마법소녀와는 상반되게 현실에서의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마법소녀가 대항하는 것은 어떤 외계의 생명체가 아닌 기후 문제와 테러리스트(평범한 인간)다. 현실의 마법소녀도 출근과 카드값을 걱정한다! 현실의 실체적이고 물리적인 상황과 맞물리는 ‘마법소녀‘의 모습을 설정한 점이 흥미롭다. 우리 모두가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 정말 우리 모두가!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박서련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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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y0606

이 책은 ‘그림자‘를 주제로 여러 SF 단편 소설을 엮은 책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매년 두 권씩 내는 ‘SF보다’ 시리즈인데, ‘시보다’ 시리즈를 재밌게 읽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그림자가 빛의 외투에 불과하단 사실 즉, 부차적이고 종속적이란 기존 상식을 뒤집어 그림자의 세계를 역발상한다. 빛과 상호작용하며 떼어놓을 수 없는 공존과 상성의 의미, 보조 역할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존재의 자리를 대체하는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다만 소설 내용을 여러 작가님의 단편으로 엮었다보니 어떤 소설은 좋았지만, 어떤 소설은 그저 그런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뒤로 갈수록 뻔하거나(그림자에 대한 발상) 좀 역겨운 내용도 있었다. 가장 재밌었던 챕터를 꼽자면 해도연 작가님의 <오 마이 크리스>다.

SF 보다 Vol 4

김이환 외 4명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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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y0606

사회적 사건을 개인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사회와의 마찰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것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 분투의 기록은 나의 둔해진 신경을 각성시켰다. 신자유주의•능력주의•가부장제•국가주의•외모지상주의 등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뭐가 어찌 됐건 살아 있으라는 외침이 있다. 살아있는 것이야말로 혁명이 될 수 있음을 선언한다. 이불 밖으로 나올 힘조차 없는, 지금 살아남는 것조차 치열한 누군가에게 ‘살아감’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대한 ‘저항’임을 말한다.

이불 속에서 봉기하라

다카시마 린 지음
생각정원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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