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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박서련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부여되기 때문에, 소녀들에게만 마법의 힘이 부여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관이 좋았다. 세계가 힘의 균형을 이루려 하므로 각성 직전의 마법소녀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다. 가장 괴롭고 힘든 순간에 무언가를 강렬히 바라면 그것이 마법의 능력으로 발현되는 것. 트리거를 계기로 강해지는 마법소녀의 세계.
아로아와 ‘나‘의 사랑도 좋았다. 어째서 소녀는 소녀를 구하고, 지키며(“당신은 내가 지켜줘야 할 단 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마법소녀가 아니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라고요. 당신이 나의…운명인 거예요!”) 강해지는 걸까. 자살하려던 ’나‘의 손을 붙들고 만류하던 아로아, ‘내‘가 마법소녀가 아님을 알게 되었어도 우리가 만났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믿는 마음, 마법소녀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당신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 말해주는 마음-이 모든 것이 반짝인다. 선할 필요도 없고, 모두가 선하지도 않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수많은 마법소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내가 지켜주겠다고 했던 말 기억해요?” 소녀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또다른 소녀가 사랑스럽게 반짝이는 걸 보는 기분이다.
특별한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당장 출근이 급한 21세기의 마법소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만화에 나오는 특별한 힘의 마법소녀와는 상반되게 현실에서의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마법소녀가 대항하는 것은 어떤 외계의 생명체가 아닌 기후 문제와 테러리스트(평범한 인간)다. 현실의 마법소녀도 출근과 카드값을 걱정한다! 현실의 실체적이고 물리적인 상황과 맞물리는 ‘마법소녀‘의 모습을 설정한 점이 흥미롭다. 우리 모두가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 정말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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