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비롯한 존중받지 못한 직장인들의
감정을 최대한 깊숙이 점착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소설을 시작하며 창화 같은 사람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소수가 더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비혼주의자, 딩크족 부부, 몽상가들, 외지 사람들.
존중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바로 다른 유니폼' 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다수결의 원칙을 배우며 한 사람이라도
많은 쪽이 승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라면 다수결이 맞을지 모르죠.
하지만 이 원칙이 사람을 판단하는
원칙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소수는 상처를 받게 됩니다.
'남들 하는 만큼만 해라.'
'평범한 게 좋은거다.'
네. 맞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이 작품을 쓰면서
이런 말들이 가진 폭력성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엔 다수로 들어오라는,
같은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압력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우리 사회에는 소외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그래서 삼랑진역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발걸음 한번 멈취주고, 시선 한 줌 나눠주고,
말 한마디 선물해줘서, 더 이상 문 닫는 역이 없길 희망합니다."
위와 같이 책 말미에 쓰여진 작가의 에필로그는
정말이지 이 책을 오롯이 잘 설명하는 것 같다.
가족, 친구, 연인, 학교와 사회까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사라지기 직전까지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수히 많은 타인을 접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행복도 느끼지만
반대로 슬픔과, 심하게는 평생 가는 상처까지 남게 된다.
이건 나와 타인의 성격, 환경적 차이로도 일어나지만
에필로그에 쓰였듯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소수기에,
이런 사회 구조속에서 겪는 부당한 일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나와 다른 것이 틀린게 아닌 다름임을 이해하며 배척하지 않고
모두의 생각과 삶은 존중 받아야 함에도 실상 사회는 그렇지 않아
힘든 이들에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실제 사례들과
너무나도 닮은 이야기들로 공감을 끌어내면서
그 어떤 강요와 재촉없이 너무도 따스한 위로가
잔잔히 마음에 스며드는 책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씨큐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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