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타게 찾던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반적으로 나쁘다고 알려진 많은 감정들, 예컨데 분노, 시기, 질투, 앙심, 경멸 등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감정들을 나쁜 것으로 간주해 오래 전부터 터부시해 왔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고타마 싯타르타와 간디는 수행을 통해 나쁜 감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자와 아리스토 텔레스는 스스로 컨트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틀림 없이 맞는 말 같고, 나 또한 그렇게 여겨왔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완전히 다른 해법을 내어 놓는다.
그냥 둬라.
느껴라!
저자는 나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두고 최대한 느끼라고 말하며, 그것둘은 정원에 살고 있는 지렁이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생긴건 징그럽지만, 지렁이가 없으면 정원은 금새 메말라 버릴 것이고 아름다운 정원은 지렁이의 활동 덕에 생겨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쁜 감정들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
그것들은 삶의 최전선에서 우릴 지켜주는 보호막이며, 자신을 그 무엇보다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의 징표이다.
나는 얼마 전 직장 동료를 시기한 적이 있다.
생각지도 못 한 큰 재산을 그가 축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괴로웠다.
내 재산이 그보다 적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시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괴로웠다.
악당이 된 기분이었고, 스스로가 그렇게 못 나 보일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나쁜 마음을 떨쳐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아내에게 털어놔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내는 시무룩한 내 표정을 보며 깔깔 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서야 그 해법을 찾은 것 같다.
그냥 두자.
성인군자로 살 지 못 할 망정 인간답게나 살아보자.
나쁜 감정이 들었을 때 잠시 멈춰 나를 돌아봐야겠다.
그리고 그런 나를 괜찮다고 토닥여 줘야지…
악마와 함께 춤을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흐름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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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문체가 매우 독특하다.
주인공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이 왠지 모르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시대적 배경은 정치적 혼란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절정에 달했던 1940년대 후반에서 6.25전쟁을 끝맺는 시기 까지이다.
‘광장’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주로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의 측면에서 바라봤다.
주인공 이명준은 철학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으로 부유한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기거한다.
그러던 와중 북에서 대남방송을 주관하는 아버지로 인해 경찰서에 잡혀가 극심한 고충을 겪는다.
남한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의 광장에 대해 극심한 경멸을 토로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밀항선을 타고 아버지가 있는 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북녘 땅에서 조차 그가 찾던 광장은 없었다.
자유는 매몰되고, 인민들은 무기력증에 빠졌으며, 오로지 당의 뜻대로를 외치는 꼭두각시가 지배하는 비상식적인 사회였다.
남과 북 어디에서도 광장을 찾지 못해 괴로워 하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사랑에서 도피처를 찾지만, 그 사랑도 오래가지는 못 한다.
전쟁 중에 애인은 죽고 포로가 되어 종전을 맞게 된 명준은 남과 북이 아닌 제 3국으로 향한다.
그곳엔 광장이 있을까?
인도로 가는 배에서 극심한 혼란을 느끼던 그는 마침내 구원을 얻는다.
바다에 몸을 던져 택한 것.
그것은 광장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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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
2개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