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표적이 된 사람들은 갑자기 규칙을 알지 못하게 된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 말이다. 그들은 더이상 사물의 형태를 알지 못하게 된다. 현실이 녹아내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이성적 사고 대신 두려움, 공황, 마비가 자리한다. 똑바로 생각하기가 불가능해진다. 폭력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똑바로 생각하기가 무엇인지 더이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 우리는 - 안정성을 잃고, 심지어 제정신도 잃는다. 우리의 정신은 더이상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p26-27
이것이 인류라는 종이다. 우리 안에는 거의 아무 이유도 없이 낯선 노인을 살해할 가능성 - 셰익스피어의 작중인물 이아고가 가진 이 능력을 콜리지는 "동기 없는 악의"라고 불렀다 - 과 그 질병에 대한 해독제인 용기와 이타심, 땅바닥에 쓰러진 낯선 노인을 돕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모두 있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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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세계에서 수동적인 반응과 억제 상태의 생존 가치는 매우 분명해 보인다. 반면에 인간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아주 분명한 병적인 수동적인 반응은 애매하거나 무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반응이 시작되어 존속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생존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반응들은 분명히 역설적이다. 잠과 겨울잠은 유기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다른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인간이 부교감신경이 지배하는 억제 상태에 빠지는 것은 알렉산더가 했던 매력적인 표현처럼 "식물 상태로 후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퇴'라는 격리는 정신생리학적인 구속이 될 수도 있다. 최고의 역설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흉내 내는 것이다. 주머니쥐가 죽은 척하는 것, 그리고 아마도 인간의 경우 잠이나 혼미 상태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이런 생물학적인 반응의 배경을 바탕으로 볼 때 편두통은 진화과정에서 생겨났으며, 인간의 신경계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점진적으로 분화되면서 다듬어졌다고 생각된다. "원편두통“혹은 편두통의 원형은 일반적인 기절이나 얼어붙는 반응보다 길게 지속되는 자연 그대로의 수동적-보호적-부교감신경적인 형태의 반응이다.
아마 그런 원시 편두통은 주로 다양한 육체적 위협, 예를 들면 탈진, 열, 질병, 상처, 통증 등과 같은 것, 그리고 특히 공포심과 같이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정서적인 경험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p352-353
편두통
올리버 색스 (지은이), 강창래 (옮긴이), 안승철 (감수) 지음
알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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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스기
현재를 직시하며 하루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기
1개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