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njin님의 프로필 이미지

Soonjin

@kwonsoonjin

+ 팔로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의 표지 이미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미래도 아니요 과거도 아니요, 현재 자체다. 한낱 입자 한 개의 상태조차 완벽히 파악할 수 없으니 말이다. 기본 입자를 아무리 꼼꼼히 조사하더라도, 모호하고 미확정적이고 불확실한 것은 언제나 남기 마련이다. 마치 실재가 우리로 하여금 한 번에 한쪽 눈으로 세상을 수정처럼 투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허락하되 양쪽 눈으로 인식하는 것은 결코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입자는 여러 방식으로 공간을 통과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하나만 고를 수 있다. 어떻게? 순전히 우연으로. 하이젠베르크가 보기에 어떤 아원자 현상이든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전에는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이 있었지만 이젠 확률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뿐이었다.
만물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물리학이 발견한 것은 슈뢰딩거 와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듯 세계의 끈을 당기는 합리적 신이 지배하는 단단하고 확고한 실재가 아니라 우연을 가지고 노
는 천수여신의 놀랍고도 희한한 세상이었다.

p218
1

Soonjin님의 다른 게시물

Soonjin님의 프로필 이미지

Soonjin

@kwonsoonjin

폭력의 표적이 된 사람들은 갑자기 규칙을 알지 못하게 된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 말이다. 그들은 더이상 사물의 형태를 알지 못하게 된다. 현실이 녹아내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이성적 사고 대신 두려움, 공황, 마비가 자리한다. 똑바로 생각하기가 불가능해진다. 폭력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똑바로 생각하기가 무엇인지 더이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 우리는 - 안정성을 잃고, 심지어 제정신도 잃는다. 우리의 정신은 더이상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p26-27

이것이 인류라는 종이다. 우리 안에는 거의 아무 이유도 없이 낯선 노인을 살해할 가능성 - 셰익스피어의 작중인물 이아고가 가진 이 능력을 콜리지는 "동기 없는 악의"라고 불렀다 - 과 그 질병에 대한 해독제인 용기와 이타심, 땅바닥에 쓰러진 낯선 노인을 돕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모두 있다.

p30

나이프

살만 루슈디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고있어요
2일 전
0
Soonjin님의 프로필 이미지

Soonjin

@kwonsoonjin

이런 메커니즘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든 편두통은 직접적으로, 또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을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편두통은 다른 많은 정신-신체적 반응과 비슷할 뿐 아니라, 몸의 언어나 꿈의 언어와도 비슷하다. 이런 언어들 가운데 우리는 원시적인 언어를 선택한다. 그 언어는 말이라는 언어 이전에 시작되어 진화해온 것이다. 왜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자율신경 증상이나 몸짓이나 이미지의 언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행위는 퇴행적인 것이지만, 결코 폐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비트겐슈타 인은 이렇게 말했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인간의 정신을 보여주는 최고의 그림이다."

p380

편두통

올리버 색스 (지은이), 강창래 (옮긴이), 안승철 (감수) 지음
알마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0
Soonjin님의 프로필 이미지

Soonjin

@kwonsoonjin

동물의 세계에서 수동적인 반응과 억제 상태의 생존 가치는 매우 분명해 보인다. 반면에 인간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아주 분명한 병적인 수동적인 반응은 애매하거나 무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반응이 시작되어 존속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생존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반응들은 분명히 역설적이다. 잠과 겨울잠은 유기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다른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인간이 부교감신경이 지배하는 억제 상태에 빠지는 것은 알렉산더가 했던 매력적인 표현처럼 "식물 상태로 후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퇴'라는 격리는 정신생리학적인 구속이 될 수도 있다. 최고의 역설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흉내 내는 것이다. 주머니쥐가 죽은 척하는 것, 그리고 아마도 인간의 경우 잠이나 혼미 상태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이런 생물학적인 반응의 배경을 바탕으로 볼 때 편두통은 진화과정에서 생겨났으며, 인간의 신경계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점진적으로 분화되면서 다듬어졌다고 생각된다. "원편두통“혹은 편두통의 원형은 일반적인 기절이나 얼어붙는 반응보다 길게 지속되는 자연 그대로의 수동적-보호적-부교감신경적인 형태의 반응이다.
아마 그런 원시 편두통은 주로 다양한 육체적 위협, 예를 들면 탈진, 열, 질병, 상처, 통증 등과 같은 것, 그리고 특히 공포심과 같이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정서적인 경험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p352-353

편두통

올리버 색스 (지은이), 강창래 (옮긴이), 안승철 (감수) 지음
알마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0

Soonjin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