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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턴 펙 지음
사계절 펴냄
📕24#40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2024.12.18~12.19
⏩️그 시절이라 가능했던 소년의 성장일기
“그렇게 열심히 땀 흘리며 당신의 소유로 만들려던 땅 속 깊은 곳에. 하지만 이제는 땅이 아빠를 소유하게 되었다.“
✅줄거리
로버트는 가난한 도살꾼 아빠와 따뜻한 마음씨의 엄마와 캐리 이모와 함께 버몬트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데, 우연히 이웃집 아저씨의 젖소가 송아지를 낳는 것을 도와주게 되었고, 그 대가로 아기돼지를 선물로 받는다. 자신의 소유가 처음 생긴 로버트는 돼지에게 핑키라는 이름을 주고 품평회에도 함께 나가 메달을 받는 등 정을 쌓는다. 그러나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핑키가 새끼를 배지 못하고, 가난한 살림살이에 더이상 막대한 양의 먹이를 감당할 수 없어 아빠와 함께 핑키를 도축하게 된다. 이후 아빠의 병세가 악화되어 장례를 치르고, 아빠와 함께 하던 일과 더불어 아빠의 자리를 맡으며 책이 끝난다.
✅느낀점
나는 1900년대 중후반부에 쓰여진 미국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느낌이 어색하고 딱히 별 재미가 없다. 그런데 대개 그런 책들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읽어는 보지만 막상 왜 유명한지 잘 모르겠다.ㅋㅋㅋㅋ 이 책도 내가 초등학생 때도 권장도서인가 그래서 읽었던 것 같은데 딱히 권선징악의 플롯도 교훈도 없어 재미가 없다고 느꼈었다.
거의 20년이 흘러 다시 읽은 셈인데, 이 때의 시대적, 장소적 배경이 나의 일상과 너무 달라서 공감대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그걸 많이 느낀 부분은 로버트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초콜릿케이크에 올릴 호두가 필요해서) 다람쥐를 잡아오는 장면이다. 로버트는 능숙하게 총으로 나무 위에 있는 다람쥐를 맞춰 떨어뜨리곤, 바위에 내리쳐 뼈를 으스러뜨려 죽인 다음 위장을 갈라 그 안에 있던 호두를 건진다....
그 시절 그 동네에서는 이상할 것 없는 삶의 모습인데, 나는 마트에 가서 껍질도 다 까진 호두를 사다보니 이런 삶이 어색하게, 그리고 사실은 좀 잔인하게 느껴졌다. 다람쥐 말고도 수많은 동물들이 나오는데, 동물권이 너무 중요해져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그 당시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지나치게 동물을 도구화하는 것 같아 괴리감이 느껴졌다.
★또 삶이 어느 정도 풍요로워지며 사람들이 내면의 문제에 예민해지고 관심을 많이 가지는 지금, 자식을 키우는 데 있어서도 자녀가 상처 입을까 염려하는 이 시대에 소중한 핑키를 함께 도살하거나 강아지와 족제비를 강제로 싸우게 하는 일을 보게 하는 일, 아빠의 죽음을 바로 받아들여야하고 그 빈자리를 고작 13살 아이가 채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격하게 느껴졌다.
앞서 말한 일들은 돼지를 잡지 않으면 겨울 내내 콩 따위만 먹으며 배를 채워야 했던 가난이 있었고, 강아지는 가축을 해하는 족제비를 잡아야 할 책임이 있었고 그 훈련 중 하나가 서로 싸워 족제비에게 적대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고, 당시 13살은 어른으로 취급되던 때였다.
로버트는 이런 시간을 급진적으로 겪으며 점차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간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에서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담담하게 아빠의 죽음을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고, 장례 절차를 준비하고, 바로 아빠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생업에 매진한다. 책의 초반부에 행주치마라 불리는 옆집 젖소의 출산을 돕는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순식간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 때의 로버트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에게는 그것이 순수함이 없어진 느낌인데, 이게 어른이 된다는 것일까?
*모슬린: 무명 천. 주로 침구류나 앞치마 등에 사용된다.
*공수병: 광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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