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케테 콜비츠'에서 읽은 "안팍이 같을 것"이라는 문장이 머리에 깊게 남아 있었다. 나의 내면과 보여지는 외부를 같게 하라는 그 말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고독하고 쓸쓸한 일인지 생각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는 나의 마음, 나의 본질, 자아. 그것을 마주했을 때 실망하지 않고 반가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때, 내가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때 밀려올 공허함에 대해서 느껴보게 되었다. 일상에서 마음이라는 단어를 존재감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사용하지만 정말 나의 마음에 대해서 들여다 본적이 있었던가. 즉시 느껴지는 감정의 뿌리인 마음에 대해서 살펴보았는가. 그 때 부끄럽거나 좌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유정 평론가의 해설 '마음, 마음이란 발견하지 못한 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한 번 들여다본 이상 나에게 무겁고도 준열한 질문을 던지는 윤리의 맨 얼굴이다." 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처음 읽어보았는데, 다른 책들도 너무 궁금해졌다. 차분한 전개와 평이한 문체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일본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고, 일본의 역사와 성향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3
케빈 베이컨 법칙은 6명만 거치면 전 세계인이 친구가 된다고 했던가. 누군가를 위한 작지만 진심인 나의 행동이 6명만 거치면 전 세계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과한 의지를 갖게 만들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특정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과 위로, 관심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든 진심으로 상대를 대할 때, 그들의 온기가 멀리멀리 온 우주로 퍼져가길 소망해본다. 결국 사랑만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사진집을 받은 민영은 〈사람, 사람들〉을 본 이후 권은과 알마 마이어를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알마를 살린 장 베른의 악보와 권은을 방에서 나오게 한 카메라는 결국 사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둘은 다른 사랑이지만 같은 사랑이기도 하다고, 한 사람에게 수렴되지 않고 마치 프리즘이나 영사기처럼 그 한 사람을 통과해 더 멀리 뻗어나가는 형질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덧붙이면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