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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정세랑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정세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창밖에서 귀로 공부를 쫓아갈 때 몰래 책을 베꺼줬던 것은 다섯째였다. 너와 나는 기의 같지, 하고 속삭이면서.... 다섯 째에게 빚이 있었다. 다섯째로 살면 다섯째를 살린 것 같을까? (중략) 먹보랏빛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죽은 자들이 가까이 있
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은 자은이 서늘한 손으로 살아 있는 자은의 손등을 두드려주는 것만 같았다. 원래 말이 많은 형제는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로 거의 같았어? 한쪽은 차분했고 한쪽
은 나무칼을 쥔 채 외쳤는데 우리가 거의 같을 리가 있었어? 죽은 형제는 대답이 없었다.

-

젊고 총기 님치는 독살자의 얼굴은, 탄로가 나고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그악스러운 본색을 드러낼 줄 알았건만 그대로였다.

-

칼을 휘두르고 거짓 갑옷으로 그것을 맞은 두 사람이 단출하게 남았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마음은 보답받을 것인가? 결국 한 사람만 남겨질 것인가? 어느 쪽이 되든 옥화가 행복했으면 했다. 의지가 있고, 성질머리가 있고, 미련한
구석도 있는 다시 만날 일 없을 그 여자가.

-

"아아아아."

인곤은 베개처럼 완벽한 돌에 머리를 없고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대로 죽을 때까지라도 있을 수 있겠어."

그 말에 자은이 웃었다.

"해골이 되어서도 편안할 거야.

"자고 많은 물에 조금씩 조금석 씻겨 사라지는 거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개의치 않으며, 눈감고 세
월을 흘려보낸다? 그보다 더 감미로운 일은 없겠군.

-

"다 저지르고 말해줬어요. 엉엉 울더니만 어쨌든 베를 열심
히 짰죠."


마음이 약한지 강한지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친우를 위해 육백 년 전통의 겨루기를 방해할 만큼 강하면서도 천을 망칠 만큼 못돼먹진 않았다. 울면서 죄를 고백하면서도 친우는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다. 어느 한쪽이라면 마음이 나았을까. 착잡해진 세 사람은 바로 소판 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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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아픔이일 때는 읽는 것을 추천하지 않음.

그때 니는 부영이 정원을 지켜주는 방식이 에전과 달라진 것 같디는 생각을 했다. 그게 부영이 변해서인지 정원이 변해서인지 아니면 부영과 정원의 거리가 달라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부영은 자신이 도저히 손쓸 수 없는 먼 곳을 항해 치달려가는 정원을 보며 알 수 없는 불길함에 훠싸였는지도 모르겠다.

-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 속에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 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

멋있어. 반희가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풍경이 괜찮지?

아니. 채운씨가 멋있다고.

내가 멋있다고?
채운은 웃음이 났다.

참, 별게 다. 지금 우리가 가는 데는 예전에 내가 촬영지 헌팅 다니다알게 된 집인데 말이 펜션이지 진짜 절간이 따로 없어.

멋있어.

또뭐가?
채운이 실실 웃었다.

이런 데도 다 알고 정말 멋있어. 채운씨

아, 그만해! 웃겨서 운전을 못하겠어.

-

엄마. 밤새 무슨 일 있었어? 말투도 막 바뀐 거 같아.
뭔 소리야? 반희가 채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 이거 너한테 배운건데.
와. 채운이 과장되게 손백을 쳤다. 내가 그렇게 덧있게 말한다
고?

-

내가 동생에게 경탄하는 동시에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대목이
이것이다.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렇게 금세 풀고 마는가.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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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경님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게시물 이미지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심너울 지음
안전가옥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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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경님의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게시물 이미지
"나는 반복적으로 말했던 이 말, 즉 누군가가 유대인으로서 공격받으면 그는 자신을 유대인으로서 방어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독일인으로서가 아니고, 세계 시민으로서도 아니며, 인권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나 또는 다른 그 어떤 존재로서도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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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결코 '근본적'이지 않다는 것, 그것은 단지 극단적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악은 깊이도 또 어떠한 악마적 차원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 사실상 지금의 내 의견입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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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나하면 끔찍한 악행을 범하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직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범한 이유에서 악행을 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는 현실을 직면하는 일이다.

"슬픈 진실은, 선하려고도 악하려고도 마음먹은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 최악의 일을 벌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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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의견 또한 조심스럽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실적 진리는 증인과 증언으로 규명되며, 말로 표명되고 글로
기록되는 한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비록 의견들이 서로 많이 다를 수 있긴 해도, 그 의견들이 사실을 존중하는 한 사실은 의견들에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사실적 정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의견의 자유는 웃기는 이야기일 뿐이고. 사실 자체는 논쟁 가운데 있지 않다."3 불행하게도, 사실적 진리를 부정하는 가장 성공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는 사실적 진리가 단지 다른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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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거짓말을 믿거나 또는 더 심한 경우로서 자신의 거짓말과 사실적 진리를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하는 거짓말쟁이를 만났을 때, 우리는 휠씬 더 심각한 현상을 다루게 된다. 그런 정치적 거짓말쟁이는 '행위하는 자'이며,그는 자신의 거짓말과 일치하도록 세계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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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작된 이미지들이 이미지 조작자 자신을 포함한 수백만의 인간에게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보았다. 자신의 주장이 명백한 거짓인데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에 참여한 군중이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다수의 표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명확한데도 그는 이것이 부정투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러시아가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는데도 그는 이러한 "의견"은 자신의 직위에 관한 적범성에 의문을 품게
하려는 기만적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놓여 있는 진짜 위험은 무엇이 사실적인 진리인지와 무관하게, 충성스러운 추종자들이 믿기 원하는 이미지가 창조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이미지와 충돌하는 것이 무엇이건 "가짜 뉴스" 또는 자신을 속이기 원하는 엘리트들의 음모라고 일축하도록 고무된다. "현대사는 사실적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진짜 적보다도 더 위힘하며 심지어 더 악의에 차 있다고 여겨진 수많은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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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직적 거짓말, 이미지 메이킹, 기만 그리고 자기기만에는 한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압도적인 권력에 직면했을 때 진리를 말하는 자는 무기력해 보이는테도, 체계
적인 정치적 거짓이 붕괴하기 시작하는 지점은 결국 다가온다 정치적 거짓은시실적 진리를 파괴할 수 있지만 그것을 결코 대체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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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존하는 정권이 자신의 권력을 상실하기 시작할 때 그 정권은 폭력에 의존한다. 그러나 폭력이 권력을 파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도 폭력을 압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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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정치의 추악함과 부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한 수 없다고 생각하려는 경향에 대해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는 최악의 사태의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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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한길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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