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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난민, 악의 평범성, 혁명정신)의 표지 이미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한길사 펴냄

"나는 반복적으로 말했던 이 말, 즉 누군가가 유대인으로서 공격받으면 그는 자신을 유대인으로서 방어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독일인으로서가 아니고, 세계 시민으로서도 아니며, 인권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나 또는 다른 그 어떤 존재로서도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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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결코 '근본적'이지 않다는 것, 그것은 단지 극단적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악은 깊이도 또 어떠한 악마적 차원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 사실상 지금의 내 의견입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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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나하면 끔찍한 악행을 범하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직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범한 이유에서 악행을 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는 현실을 직면하는 일이다.

"슬픈 진실은, 선하려고도 악하려고도 마음먹은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 최악의 일을 벌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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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의견 또한 조심스럽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실적 진리는 증인과 증언으로 규명되며, 말로 표명되고 글로
기록되는 한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비록 의견들이 서로 많이 다를 수 있긴 해도, 그 의견들이 사실을 존중하는 한 사실은 의견들에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사실적 정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의견의 자유는 웃기는 이야기일 뿐이고. 사실 자체는 논쟁 가운데 있지 않다."3 불행하게도, 사실적 진리를 부정하는 가장 성공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는 사실적 진리가 단지 다른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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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거짓말을 믿거나 또는 더 심한 경우로서 자신의 거짓말과 사실적 진리를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하는 거짓말쟁이를 만났을 때, 우리는 휠씬 더 심각한 현상을 다루게 된다. 그런 정치적 거짓말쟁이는 '행위하는 자'이며,그는 자신의 거짓말과 일치하도록 세계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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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작된 이미지들이 이미지 조작자 자신을 포함한 수백만의 인간에게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보았다. 자신의 주장이 명백한 거짓인데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에 참여한 군중이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다수의 표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명확한데도 그는 이것이 부정투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러시아가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는데도 그는 이러한 "의견"은 자신의 직위에 관한 적범성에 의문을 품게
하려는 기만적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놓여 있는 진짜 위험은 무엇이 사실적인 진리인지와 무관하게, 충성스러운 추종자들이 믿기 원하는 이미지가 창조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이미지와 충돌하는 것이 무엇이건 "가짜 뉴스" 또는 자신을 속이기 원하는 엘리트들의 음모라고 일축하도록 고무된다. "현대사는 사실적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진짜 적보다도 더 위힘하며 심지어 더 악의에 차 있다고 여겨진 수많은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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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직적 거짓말, 이미지 메이킹, 기만 그리고 자기기만에는 한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압도적인 권력에 직면했을 때 진리를 말하는 자는 무기력해 보이는테도, 체계
적인 정치적 거짓이 붕괴하기 시작하는 지점은 결국 다가온다 정치적 거짓은시실적 진리를 파괴할 수 있지만 그것을 결코 대체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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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존하는 정권이 자신의 권력을 상실하기 시작할 때 그 정권은 폭력에 의존한다. 그러나 폭력이 권력을 파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도 폭력을 압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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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정치의 추악함과 부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한 수 없다고 생각하려는 경향에 대해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는 최악의 사태의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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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ukongu

1. 무라타 사야카 - 무
2. 홍라이추 - 비밀경찰
3. 정세랑 - 절연 / 알피안 사아트 - 아내

서로 다른 나라의 비슷한 이야기,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음 옮긴 이는 한 분인데 작가마다 다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지도 궁금해짐 굿.

절연

응우옌 응옥 뚜 외 8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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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ukongu

초반 단편들은 공감성수치를 좀 견뎌야 함 마지막 2편은 아주 좋았음...

내가 알던 헌진은 자기효능감에 취해 살던 사람이었는데, 그때의 객기나 포부는 다 사라지고 지금은 오직 염세만이 남은 것 같았다. 사람 변하지 않는다는 말도 틀릴 때가 있구나.

딸내미도 딸도 아닌, '해원'. 엄마가 휴대폰에 저장해둔 내 연락처를 보자 미약하게 남아 있던 죄책감도, 애틋함도 전부 휘발된다. 그래, 이게 우리 모녀지. 수식조차 없는 밋밋한 관계. 전화를 끊는다. 내 휴대폰을 열어 '사랑하는 엄마'를 '엄마'로 바꾼 뒤에도 분은 가시지 않는다. 엄마는 모를 것이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큰 품을 들여 당신을 이해해보려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들이 나를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이런 것도 모르겠지. 요즈음의 나는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선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반년간 생리가 끊겨 얼마 전 호르몬 검사를 했다는 것을. 또 엄마는…….

김일성이 죽던 해, 그해 더위는 지금도 피부로 느껴질 만큼 선연하다. 더위를 타지 않는 나도 꽝꽝 얼린 사골 팩을 이마며 목에 대어야 겨우 잠들 정도였으니까. 징그러울 만큼 무더운 날에 북녘의 지도자가 죽었다기에 일사병으로 죽은 것 아니냐고 여공들이 속닥이는 것도 기억난다. 그날의 기묘한 망연함도, 김일성이 죽었다는 속보에 공장 사람들 죄다 밥도 못 넘기고 망부석마냥 앉아 있었다. 무엇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지 몰랐으나, 다들 겁에 질려 있었다. 김일성이 죽었대. 조용히 웅성거리는 이들 틈에서 오직 상희 언니만 묵묵히 짠지를 집어먹고 국을 후룩후룩 떠먹고 있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암묵이 이어지면 결국 불의로 굳어지게 되는 거야 나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꺼낸 적 있었으니 다른 이들에게도 분명 같은 이야길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언니가 가방을 챙겨 나갈 때 그 뒤를 선뜻 따르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움찔움찔 엉덩이만 들썩일 뿐 다들 반장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다. 언니 몫은 남은 직공들에게 자연히 떠넘겨졌다. 그리고……. 지는 딸린 식구가 없으니까 저리 다 쉽지. 우리는 다르지 않나. 우리라고 입이 없느냐고. 원망은 저편이 아닌 이편으로 향했다. 애석하게도. 그런 와중에도 내가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건 나를 남모르게 챙겨주던 언니의 배려가 걸려서였다. 받은 것은 갚아야 한다는 일말의 부채감이 없었다면, 나 역시도 언니의 공명함이나 투지를 슬그머니 무시하고 지겹게 여겼을 게 분명했다.

반장의 빈정거림에 얼굴이 붉어졌다.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운 말이 아니었는데도 그 말이 다른 누구의 입에서 튀어나오니 수모가 되고 치욕이 되었다.

해설 중
그러나 도호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유수가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들은 "감수해야"하는 것으로 바뀐다. … 이 모든 일은 도호가 종종 가볍게 내뱉는 '너도 내가 돼봐' 같은 말로 '나'에게 자연스럽게 인계된다. 유수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짐이 되어 조금씩 무게를 더해간다.

빛을 걷으면 빛

성해나 (지은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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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ukongu

여태껏 나는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되고 우리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나는 늘 이런 식이었구나. 이게 나였구나. 나는 사는 동안 내 이야기의 완벽한 '외부인'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흉내. 그것은 흉내뿐이었다.
사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완벽한 '내부인'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내 서사에 완벽하게 가담한 인물이었다. 그 사실을 깨단자 온전한 슬픔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해나는 해나대로 대진의 진정성을 폄훼했고 대진은 대진대로 해나의 삶을 대진의 세계에서 아주 쉬운 방식으로 추방했다.

언젠가 태수씨가 보는 유튜브 쇼츠를 함께 본 적이 있는데 유독 그런 내용이 많이 나왔다. 메갈이 어쩌고 한국 여자들이 어쩌고... 나는 태수씨에게 이런 것들을 정말 믿느나고 물었고 태수씨는 실제로 여자들이 그렇지 않으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나는 태수씨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왜냐하면 태수씨는 자식이라곤 나를 포함해 딸믄 둘이었기 때문이었다. 자꾸 요즘 여자들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가 요즘 여자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태수씨는 가까이 있는 나를 두고도 저멀리 있는 요즘 여자들을 보는 식이었다.

그래도 나는 태수씨를 사랑했다. 인셀은 사랑하지 못해도 그런 태수씨 정도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한 사람의 역사를 알면 그 사람을 쉬이 미워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소연의 소설에는 비슷한 여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계급적 유사함으로 인한 아비투스 때문이지만, 당사자들에게 그것은 몰개성의 표지인 동시에 동일시의 표적이 된다. 문제적 행동을 수정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비난 섞인 충고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여성에게 내재화된 검열의 표현이자 여성 동성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고질적인 형태의 애정이다.

사랑과 결함

예소연 지음
문학동네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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