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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파리대왕>은 4회독째다. <데미안> 만큼이나 읽을수록 이해가 깊어지고 또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책이다. 워낙 상징이나 비유가 많기도 하고 그 속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기 위해 천천히 정독이 필요하다. 또하나, <파리대왕>을 여러 번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번역 문제였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던 것. 대강이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고 배경 묘사 또한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 상징과 비유가 많은 이 책에서 혹시나 놓친 것이 있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문예출판사의 책을 한번 구매했었다. 두 출판사의 책을 비교해 보고 거기서 거기인 듯한 느낌에 책장 위에 올려두었다가 나중에 짐을 옮기며 보니 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버려 버린 적이 있다. 이번 문예출판사의 새로운 책을 받기 전까지 두 손 모아 바랐던 것이 바로 번역이다.
"정글을 후려친 소년 둘레의 흉터 자국은 온통 열탕처럼 무더웠다."... (7페이지, 민음사)
"정글 속으로 움푹 파고든 긴 암벽은 그야말로 열탕이었다."...(7페이지, 문예출판사)
민음사 버전도 뒤쪽으로 가면 읽을 만하지만 이 앞부분은 도저히 용서가 안됐다. 이번 새로운 책을 받아 이 첫 페이지부터 펼쳐들고선 얼마나 감사했는지~! 이제 학생들도 별 어려움 없이 책 내용에 집중하며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제목 <파리대왕>은 책 속에 직접 등장한다. 환영같기도 하고 실제같기도 한 그 장면은 나같은 기독교 문외한은 잘 몰랐던 "바알제붑"이다. 요즘 아이들은 신비아파트나 게임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단다. 결국 섬에 남겨진 아이들 중 욕망,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과 신사의 나라 영국의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의지를 지키려고 한 아이들 사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자극적이다.
또한 파리대왕이 우리의 야만성, 잔인성, 폭력성, 악마성을 의미하면서 우리 마음 속 "일부분"이라고 하는 부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읽을수록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점에 소름끼치는 소설이다. 몇몇 논란거리가 있음에도 훌륭한 소설인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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