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이나 인문학을 파고 들면 수학/과학적 태도와 사고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과학과 공학을 파다 보면 철학에 도달한다. 문과 이과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세계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 본 적 없는 이들의 편견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좋다.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거나,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전자나, 진동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론물리학은 자주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과 관념을 뛰어 넘는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을 때, 우주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생명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존재는 상호작용과 관계에 따라 정의되는 것을 이해할 때, 언제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당신은, 나는 물리학자가 된다. 과학이라는 안경을 쓴 철학자가 된다.
그렇게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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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말 플라이북에서 책을 받아 표지만 보고 올렸던 피드가 생각난다. ”고액연봉 받는 40대 대기업부장 하면서 책도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부끄럽지만 나는 이것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할 용기가 없으니까.
위기는 날마다 느낀다. 내가 일하는 이 업계는 늘 부침이 있고 국내외 정세에도 민감한데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규모가 크다 보니 오르락내리락하는 진폭이 커서 침체기에는 중견기업들도 문을 닫는다. 회사 내 타이틀을 떼어버리면 나는 별 것 아닌 정체성이 될 수도 있지만, 더 두려운 것은 덩치로 버티는 대기업에서도 사람을 내보내야 할 정도의 시장 상황이라면 동종업계에서는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일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은퇴 후의 삶이 20년, 30년 경력 쌓아온 일이면 가장 아름다울 텐데 그게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늘 위기라고 말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깊이 공부하는 일은 참 어렵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 책은 독서법, 기록법, 블로그 운영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라고, 작은 습관과 성공을 쌓아가면서 의지를 단단히 만들라고, 결국엔 계속 움직여서 인생을 바꾸라고 말한다. (솔직히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자기계발서의 뻔한 레파토리가 될 수도 있었다.) 아, 그렇지. 인생을 바꾸려면 둘 다 하고 있을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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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넘어, 인생의 주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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