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 팔로우
원의 독백 (발견, 영감 그리고)의 표지 이미지

원의 독백

임승원 지음
필름(Feelm) 펴냄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마치 청소년 힐링 토크쇼 같은 물렁물렁한 콘텐츠에서 들을 법한 말이다. 뮬러 터진 경쟁자들을 현재에 안주하게 해서 경쟁 구도에서 제하기에 아주 좋은 말이기도 하다.
완벽함을 지양하는 건, 두가지 면에서 아주 좋다.

1.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게 당연히 좋지만, 완벽에 집착하다 보면 시작조차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2.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때로 개성이기 때문이고 개성은 경쟁에서 아주 좋은 무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완벽을 지양하는 동시에, 완성을 지향해야 한다. 결과가 나쁘든 말든 끝을 지어서 그것을 하나의 지워지지 않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p.133)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이라는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내 첫 느낌은 “무슨 책이 이렇게 빨개”였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 이렇게 빨갛고, 작은 책이라니. 뭔가 낯설었다. 무척이나 긴 제목에 책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고. 하지만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을 몇 장 넘기며 나는 깨달았다. 이 책은 책의 정체성이 아닌, 임승원(일명 원)의 정체성을 찾는 책이구나 하고. 어떤 면에서는 일기장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관찰일지같기도 한 이 책은 작가가 사물이나 상황을 치밀하게 기록한 흔적들이다.

책의 첫장에서부터 자신은 INFP이고 ADHD자기진단을 만점받은 사람이라고, 그러니 이 책을 담숨에 읽으려고 하지는 말라 적어놓은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이었기에, 나도 식탁에 두고 오며가며 읽었다. 다른 책을 읽다가 몇 장- 필사를 하다가 몇 장- 밥이 다 되기를 기다리며 몇 장. 그렇게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더라. 어떤 페이지는 그저 가볍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넘겼고 어떤 페이지는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하며 신기했다. 어떤 페이지는 '맞아, 나도 이런 적 있어'하며 공감했고, 어떤 페이지는 '뭐야, 이거 내 마음이야?'하며 흠칫 놀라기도 했다. 멋지단 생각을 한 것은 성인이 된 후 매년 스스로의 생일에 와인을 샀단 것. 물론 어떤 이는 이 부분에서 허세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치즈를 사지 못했던 그 시절의 그에게 치즈를 대신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돌아보면 긴 세월, 직장생활을 유지했던 원동력은 진급이나 성과, 인정이 아닌 매 월급날마다 스스로에게 선물한 사소한 것들이었다.

아마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은 모두 이런 감정을 느끼리라. 물론 놀라움과 의아함, 공감을 느낄 페이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어느 페이지에서는 공감을, 어느 페이지에서는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공감도 하고, 반대의견을 가져보기도 하며 스스로를 조금 더 아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음, 나도 이렇게 생각해.”, “아니야, 이건 나랑 다른 걸”하면서 말이다.

아. 책의 가이드에 지저분하게 줄도 긋고, 생각나는 것을 끼적이기도 하라고 적혀있지만, 나의 독서스타일과 너무 달라 작가의 말을 잘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충분히 공감하고, 나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음은 알아주시길!
0

책읽는엄마곰님의 다른 게시물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나는 매일 아침을 필사로 문을 연다. 처음에는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게 주어진 짧은 자유시간을 보다 잘 깨어있고자 시작했던 필사가 어느새 새로운 취미가 되고 루틴이 되어, 당연한 듯 매일 아침 필사로 시작하게 된 것. 그렇게 한동안 쓰던 『데일카네기 100일 필사』를 3분의 2이상 써서, 다음엔 어떤 책을 써볼까 고민하던 찰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를 출간한 센시오의 필사책은 180도 펼쳐지는 제본과 탄탄한 용지로, 이미 몇 권이나 필사를 했던 출판사이기에, 이번 책 역시 고민도 없이 나의 식탁도서관에 새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은 에이미 리의 편역으로, 언젠가 소개한 적 있던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의 역자. 앞선 책 역시 무척이나 잘 활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책 역시 매끄럽고 명확한 번역을 제공해주셔서 철학자들의 생각을 가장 원문에 가깝게, 그러면서도 또 이해하기 쉽게 만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르네 데카르트, 임마누엘 칸트, 쇠렌 키르케고르에 이르기까지 저명한 철학자 다섯명의 명문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가 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이다. 역자 역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을 준비하며 그들의 고민과 삶을 들여다보고 현재를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기에, 내가 한자 한 자 그들의 명문구를 따라쓰며 어떤 깨달음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너무나 많은 자극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사하는 시간은 단순한 “쓰기”를 넘어 내 스스로에게 휴식과 깨달음을 주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필사를 하며, 또 하루를 잘 살아내길 기도하고, 스스로를 응원하고 있다. 이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을 통해서는 조금 더 깊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많은 분들과 함께 시작되는 봄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으로 기록하고 싶다.

필사 좋아하시는 분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 함께 쓰실래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

에이미 리 지음
센시오 펴냄

21시간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운동 방법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면 총과 펜. 이 두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 방법의 가시적인 영향력 때문에 무력항쟁들이 조금 더 많이 알려졌지만, 펜으로서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이음의 지식잇는아이 16권,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삼일절로 인한 임시휴일을 보내는 오늘, 모두와 나누어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서다.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는 임시정부시기 우리나라의 외교특파원으로 홛동했던 서영해의 업적을 그린 책이다.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보니 쉬운 언어와 풀이로 이루어졌지만, 어른에게도 충분한 지식을 줄 수 있는 책이니 많은 가정에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어릴 때부터 무척 똑똑했던 서영해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부지런히 독립운동에 참여해왔다. 3월 1일의 만세물결(부산에서는 3월 18일과 19일)에 함께 했다는 이유로 일본에 쫓기게 되자, 희수라는 이름 대신 서영해라는 이름으로 장건상의 도움을 받아 상해로 망명하게 된다. 임시정부의 잔 심부름을 돕던 서영해는 뛰어난 중국어실력과 서류정리 능력 등을 보이게 되었고, 글과 말로 빼앗은 자들의 횡포를 세계에 알리라는 명을 받아 유학길에 오른다. 유학생활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한 배움과 차별 속에서도 나라를 알리고, 우리나라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프랑스 신문기자로 활동하게 되었고 고려통신사를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의 소식을 전세계로 알리고 외교특파원으로 활동하는 등의 업적을 세웠다. 비록, 여권 등의 문제로 중국에 붙잡혀 한국에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마음만은 언제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킨 독립운동가였음은 분명하다.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는 쉬운 문장을 부드럽게 이어감으로서 아이들에게 서영해에 대한 지식을 줄 뿐 아니라, 독립운동의 형태, 주장에 힘을 담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우리 아이 역시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를 읽으며 여러방면으로 노력한 덕분에 우리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벌써 몇 해째, 아이와 독립운동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시정부 외교특파원 서영해』를 읽으면서 그동안과는 약간 다른 방향, 약간 다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뜻깊게 느껴졌다. 오늘 날, 임시휴일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목숨과 지식을 바쳐, 나라를 지키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디 그것을 잊지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임시 정부의 외교 특파원 서영해

박혜선 지음
마음이음 펴냄

22시간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종종 어린시절 내가 쓴 습작 노트를 본다. 그때는 무슨 열정에 그렇게도 열심히 문장들을 기록했는지, 서툰 문장이라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의가 든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과거의 내가 남긴 문장들에서 위로와 응원을 얻곤 한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우리 집으로 배달된 책 한 권에 찡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 연장선일까. 『도넛을 나누는 기분』이라는 제목의 책을 받아들고 작가 이름을 보는데, 익숙한 이름들이 잔뜩 나열되어 있다. 김소현, 박소란, 박준, 유계영, 유희경 등 우연이라기엔 선물세트 같은 작가들의 이름에 한번, 이것이 그들의 초기 작품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라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기성 시인 20명의 “시의 마음을 처음 품던 시절의 작품”들을 세 점씩 모은 시집이다. 그래서 총 60편의 시, 20편의 시작 노트를 만날 수 있다. 이름난 작가들의 초기작을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민낯을 보는 기분에 비밀을 공유받는 기분이었다. 아직 그들이 “시인”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절의 문장들. 그 날 것 그대로의 시로 세상을 마주한 것들. 그래서인지 문장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고, 마음에 쉬이 와닿았다.

엄마와 싸워 이겼지만 이긴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는 문장에서, 언제인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닫혀 잇던 마음을 펼쳐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으리라는 문장에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비밀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그 시절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져 눈물이 나려 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마음과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도넛을 반을 뚝 잘라주면서도 어디서 났는지는 묻지 말라는 마음, 오지도 않는 개를 부르며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 어쩌면 우리도 다 지나온 시간들이기에, 그 문장들이 주는 감정은 한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도넛을 나누는 기분』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도넛을 나누는 기분』에 머물러있지 않고 새로운 문장을 계속 썼기 때문이라는 것에 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도넛을 나누는 기분』에 실린 작품들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문장이 점점 단단해졌기에 민낯 같은 이 마음들이 세상에 나왔고, 나처럼 아직 성글어지지 못한 이들에게 닿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향해 조금 더 오래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만난 『도넛을 나누는 기분』은 연습장 하나에 오랜만에 “2025”를 적는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 노트지만, 그곳에 다시 무엇인가를 남겨보라고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았다. 아마 『도넛을 나누는 기분』을 만나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첫 마음”처럼, 자신의 첫 마음을 만나고,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용기를 얻게 될 것 같다.

도넛을 나누는 기분

박소란 외 19명 지음
창비교육 펴냄

1일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