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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영풍문고를 방문했다가 구입하게 된 생일 책. 다른 가족의 생일 책은 모두 읽어보았는데 신기하게도 내 생일 책만 안 읽어보았던 <모순>이라 얼른 사 갖고 왔다. 그리고, 습관처럼 묵히기~ㅎㅎ 책은, 읽고 사고 싶을 때와 읽고 싶어질 때가 다른 것 같다. 적어도 내 경우는~^^
<모순>이 역주행을 하며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의 고민이라든가, 한창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의 마음을 아주 잘 대변하고 있는 책이라고. 난 결혼 적령기가 한참 지난 사람이지만ㅋㅋ 왜 그렇게 역주행을 하는 건지 너무나 궁금하기에~ 얼른 읽어 본다.
그랬더니~, 세상에! 이 책 진짜 오래 된 책이다. 무려 1998년. 주인공 안진진의 나이는 25세. 헉~~~!!! 나랑 동갑이잖아! 그래서 책 속에선 핸드폰(하염없이 집에서 전화를 기다린다거나)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올드한 감성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핸드폰을 제외하면 옛날 시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베스트셀러인 이유일지도)
이름에서 전혀 진지하지 않은 느낌을 풍기는 안진진은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다니다 말고 회사에 다닌다. 가정을 버리고 세상을 떠도는 아버지와 조폭이 되겠다며 사고를 치는 동생, 그 사이에서 억척같이 살아가는 어머니라는 가정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이 되는대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25살, 20대의 중심이 되는 해에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탐색하게 된 자신의 결혼 상대자 후보는 둘이다. 탄탄하고 안정적이지만 기계처럼 지루한 나영규와 지지기반 없이 불안정하기만 하지만 낭만이 가득한 김장우. "나영규와 만나면 현실이 있고, 김장우와 같이 있으면 몽상이 있었다."(...195p) 너무나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 중 안진진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책은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렇다고 이들의 연애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안진진의 가족 자체가 인생이야기이고, 엄마와 쌍둥이인 안진진의 영혼의 동반자 이모 또한 안진진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재미있었다. 아주 흥미로웠고. 사실 20대의 나는 오히려 현실과 몽상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에 빠지면 사랑밖에 보이지 않으므로. 안진진의 경우 사랑에 빠지기 전부터 둘을 탐색해왔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은 훨씬 현명하므로 아마도 이 안진진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각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173p)
책에서 "무렴하다"라는 어휘를 처음 봤는데 다들 그런지 블로그에 많이들 써 놓았다. ㅎㅎ 문장을 읽으면 대강 어떤 뜻인지는 알 수 있지만 처음 본 단어라 신기!
또 하나... <모순>은 쇄가 바뀔 때마다 표지 색이 바뀐다고 한다. 내 책은 2023년 판. 2판 60쇄.. 검정색+회색. 다음은 어떤 색일지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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