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과연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다음주쯔음부터는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이 노래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찬찬히 뜯어보면 의문이 하나 생긴다. 착하지 않으면 산타의 원정대에 들지 못했을 것 같은데 나머지 순록들은 왜, 루돌프를 놀려댔을까? 그렇게 순성(?)이 나쁜데 어떻게 산타원정대에 뽑힌걸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더욱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주는 책, 우리아이들을 응원해주는 그림책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를 소개한다.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우리 아이는 두가지 의문을 품더라. 그렇다면 루돌프는 몇번째 순록인지, 대셔가 오기 전엔 누가 산타의 썰매를 끌었는지. 물론 표지를 살피면 백마가 썰매를 끌었음은 눈치챌 수 있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쑥쑥 자란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를 만나면 우리 꼬마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느라 신이 날 테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니까.
아이의 상상력놀이가 끝나고 나면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풍덩 빠지면 된다. 정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넋을 잃을만큼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펼쳐지기에 글씨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대셔가 처음 하늘을 날아오르는 장면은 마치 책에서도 빠져나와 우리집을 날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의 스토리에도 진짜 매력은 짙게 담겨있다. 대셔는 서커스단에 소속된 순록가족의 막내다.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 속의 북극성을 꿈으로 품고 자랐고, 그곳에 다다르고자 무서움도 어려움도 버텨낸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산타의 곤란함에 기꺼이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들까지 모두 꿈처럼 간지해 온 북극성 아래로 대셔의 눈이 반짝인다.
솔직히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를 만나기 전에는 그저 “크리스마스를 위한, 크리스마스에 의한”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을 읽으며 이 책은 완벽한 크리스마스선물임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분명 자신의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망치다 붙잡힐 것이 두려워 그대로 있었더라면- 대셔는 산타의 첫번째 순록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꿈꾸던 북극성 아래에 살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자유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산타의 첫번째 순록 대셔』는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움에 단단한 마음을 담은 완벽한 크리스마스선물이었다.
아! 혹시나해서 적어드린다.
대셔, 댄셔, 프랜셔, 빅슨, 코멧, 큐피트, 도너, 블리첸.
산타썰매 1기의 이름이다. 루돌프는 219기쯔음 되고, 루돌프를 괴롭혔던 애들은 그저 순쪽이일뿐 나머지 순록들은 완벽한 동반자였다.
산타의 첫 번째 순록 대셔
매트 타바레스 지음
제이픽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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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는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해요. 그렇지만 항상 당신 생각이 맞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 어떨지도 꼭 헤아려주길 바랍니다. 물론 그건 나한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나는 닌텐도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미야모토 씨와 다른 임원들께서는 아주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근무해오셨습니다만, 나는 우리의 새로운 여정에 그분들이 반드시 함께하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우리가 상사와 부하직원 혹은 멘토와 제자의 관계에서 친구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나는 이와타 씨의 폭넓은 시각을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반영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닌텐도에서만이 아니라 이후의 삶까지도. (p.241)
나는 참으로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여전히 종이책을 사랑할 뿐 아니라, 책은 몇 시간도 꼼짝하지 않고 보지만, 영상은 1시간 이상 집중할 수 없는 눈을 가졌다. 그런 우리 집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로 바뀐 전자기기는 “닌텐도”다. 어린 시절 슈퍼컴보이로 즐기던 슈퍼마리오를 잊지 못해 닌텐도 Ds를 들인 후 Ds 라이트까지. 현재는 닌텐도 스위치와 함께하고 있다. 분명 디지털 게임인데, 묘하게 아날로그 냄새를 풍기는 게임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 닌텐도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러다 닌텐도 Ds가 표지에 그려진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닌텐도 타이틀 중 최애인 “슈퍼마리오”와 “동물의 숲”의 아버지 이와타 사토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파트너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책이라니! 왕성한 호기심으로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로 빠져들었다.
이와타의 죽음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레지의 어린시절, 타 브랜드의 근무, 자신이 마주쳤던 실수 등을 차례로 다루고 있다. 2장에서부터는 닌텐도에서의 경험이 기록된다. 닌텐도의 기업문화에 부딪히고, 합의하고, 지향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스스로의 사례에서 혁신이나 개선의 창구를 찾아낸 점. 타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는 책은 많이 봤지만, 스스로의 과거에서 개선점이나 변화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방식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완벽히 자기객관화를 거친 사람이라는 확신을 줄 만큼 명확하고 분명하게 포인트를 짚고 있음이 놀랍기도 했다. 실제 그가 기록해놓은 핵심들은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무척 많았는데,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p.146).”나, 현명한 팀원 구성, 업무에 대한 책임감 등에 대한 문장들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또 “훌륭한 리더들은 조직이 그들 없이도 계속 잘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으면 이내 그 자리를 떠난다. 이는 후대에 길이 전해질 유산을 창조하는 최후의 단계라 하겠다. (p.284)”는 말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를 읽은 것은 변화를 위해서 그룹이 어떤 결심을 단행해야 하는지, 그런 혁신들이 개인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였던 것 같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리뷰 마무리는 레지의 5가지 인생 원칙으로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 다섯 문장만큼, 이 책을 완벽히 표현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상황이 다르고, 모든 기업의 요구조건이 다르겠지만 분명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모두에게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조언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나 자신에게 달렸다.
인생이란 절대 만만치 않으니 전력을 다하라.
다른 대안에 마음을 열어라.
두려움을 받아들여라.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일상에서 재미를 찾아라.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레지널드 피서메이 지음
이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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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슬퍼하고 애도한다. 단발머리 소녀시절,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지냈던 그 흑백 같던 나날들을. 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내 아이들의 현재가 좀더 평화로율 수 있도목 남편과 세심히 조율하는 엄마가 될 수 있었다. 내 삶에 가끔씩 비 맞은 검은 개가 오더라도, 이제 나는 여유롭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물과 사료도 내어준다.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라는 말을 되뇌면서 말이다. 이 경험 앞에서 '내면 아이' 이론은 빛을 잃는다. 나는, '단단한 어른'이기 때문이다. (p.55)
몇몇 예술과 관련한 책의 소개에서 예술은 “탐미의 대상”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비록 예술도 예술가들도 잘 모르지만, 언제나 곁에 두고 배우고 싶은 분야였기때문. 현실에 책과 음악 등이 없다면 인간의 삶은 그야말로 황무지가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오서재의 신간,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를 읽으며 “절대적 정답”임을 깨달았다. 나이를 먹으며 “절대적”이란 단어를 무척이나 조심하는 편이지만, 예술이 인간에게 오아시스임은 “절대적”이라고만 해야겠다. 그렇지않고서는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의 힘, 깊이를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단순히 예술을 넘어,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고, 생각을 얼마나 깊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반 고흐의 그림에서 친절과 선의의 역할을, 앤드루 와이어스에게서 당연한듯 주장되어 온 무심함을, 까미유의 그림에서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되곤 하는 딸들의 삶을 이야기하다니. 어렵다고 생각해온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고, 괜찮은 척 잘 포장되어온 내 마음에게 “그래서 정말 괜찮아졌어?”를 물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무엇인가를 후벼파는 것이 아니라, 작가님의 말처럼, 더 단단해짐으로써, 나의 내면아이를 돌보고 위로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깨달으며, 묵직한 격려를 얻었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를 읽으며 최근 몇 년간 깊이 고민해온 것들의 가이드가 되어줄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자신 또한 어려운 처지에 있음에도 상처 입은 사람에게 친절히 손을 내민 사마리아인처럼, 반 고흐 자신도 선의를 담아 타인을 대하겠다는 다짐 아니었을까. (p.73)”
사실 나는 나이를 먹으며,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원래 괜찮은 사람이 아닌, 내 아이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자,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누가 되지 않는 어른이 되고자 부던히 노력한다. 종종 내 모습이 “정당한가”의 잣대를 붙여보기도 했다. 많이 배우지도 않은 내가, 잘 나지도 않은 내가, 부족함이 더 많은 내가. 그렇게 스스로에게 더 가혹한 기준치를 들이밀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를 읽으며 나의 그 모든 핑계들에 “그럼에도”라는 말을 붙여줄 용기가 생겼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말이다.
최근 많은 책에서 “내면아이”가 핑계가 되어버린 경우들을 종종 발견하곤 했다. 어두웠던 과거를 지나왔으니 지금 좀 아파도 된다고, 지금 쉬어도 된다고. 관대한 책들을 보며 '그래서 내면아이의 면죄부는 어디까지인가'의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를 읽으며, 결국 진짜 어른은 “마주하기 어렵고 힘들었던 감정들도 마침내 잘 소화하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p.43)”는 작가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내면아이가 힘들었다고 덮어두기보다는, 그런 감정들조차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깊이를 가질 나이가 아닌가 생각했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좌절을 이겨낸 후 만나는 진짜 단단함이 무엇인지를 수없이 깨닫게 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또 하루를 단단히 살아보자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책이었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이유리 지음
수오서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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