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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말들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소소한 반복을 위하여)의 표지 이미지

습관의 말들

김은경 지음
유유 펴냄

읽고있어요
21. 예전에 모시던 회사 보스께 한번 호되게 야단맞은 적이 있 다. "어디서 지금 비겁하게 중립적인 것처럼 ••••• 네 의견이 없잖아!" 가차 없는 호통에 못 견디게 부끄러웠고, 가슴은 뜨끔하다 못해 전기충격이라도 당한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간파당했을 때는 납죽 엎드린다. 크게 반성했고, 그 뒤로 노력했다.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진짜 책임감 있는 자세란 어떤 것인지 거듭 생각하면서. 그런데도 못난 천성은 남아서 살다 보면 이래도 글쎄, 저래도 글쎄, 하며 또 모른 척 적당해지다 어떤 초여름 밤에는 들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도 입을 닫고 한 걸음 발을 떼어 거리를 둔다. 그런 날은 좀 부끄럽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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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재하는 짐을 챙기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표정을 굳히고 게임을 이어갔다.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슬픔과 부끄러움이 그애의 얼굴에 여실히 드러났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애는 숨기는 데에 재주가 없었다.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마음을 똑바로 마주하고 감당하는 게 나는 언제나 버거웠다.

두고 온 여름

성해나 지음
창비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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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우연히 그들을 발견한 것 보다 그들이 나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확대된 화면을 보며 나는 재하 모자와의 사년을 잠시 복기했다. 🌱배척과 질투는 이미 옅어질 대로 옅어졌고, 묵은 감정들이 사라진 자리에 희미한 부채감만 남아 있었다. (…) 그들과 함께 살았던 날들을 떠올리면 불안하고 미숙했던 내가 재하 모자에게 안겨 주었던 자잘한 상처만이 선명히 상기되었다.

98. 두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한 시절을 공유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들과 어떻게 끝맺었든 그들이 어떻게 지내왔을지, 얼마나 변하고 또 얼마나 그대로일지 궁금해졌다.

🌿 헤어진 이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었다.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번 쯤은 더 만나도 좋을 사람. 내 삶에서 재하와 재하 어머니는 언제는 전자였다가, 언제는 후자가 되곤 했다.

두고 온 여름

성해나 지음
창비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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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76.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을지 돈가스를 먹을지, 중학교 교복은 어디서 맞출지 상의하며 우리는 교문을 향해 나란히 걸어갔습니다.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콧잔등에 닿는 서늘한 공기도, 물씬 풍기는 겨울 내음도 기분을 근사하게 만들어주었고요.

🌱슬픔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충만한 오후였습니다.
익숙한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요.

두고 온 여름

성해나 지음
창비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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