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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안하고 본 책인데, 여운을 남기는 책.
신도시 중산층 부부의 맞바람으로
가정의 파국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비겁한 모습을 다뤘다.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시궁창인 현재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모른 척하고, 외면하는 것. 그래서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가? 보장되진 않는다. 애초에 앞선 출발점에서 시작한 이들이 먼저 올라서 있다. 불공정한 세상이기에 공정을 추구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공평함을 누리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격 지심,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흔히들 한쪽으로 많이 기운다는 표현을 하지 않나. 부부가 결혼을 했을 때, 한쪽 형편이 기운다는 표현. 형편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고, 수미와 석진은 서로의 자격지심을 채울 수 있는 존재였으나 운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잘못된 관계이지만, 칼 자체인 석진과 칼을 베어야 하는 유화가 운명 아닐까.
세상은 아이러니하다. 어떤 사람은 빌딩 외벽을 닦으며 떨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목숨을 건다. 또 어떤 사람은 즐기며 클라이밍을 하고, 떨어져도 웃어 넘긴다. 웃어 넘기지 못하더라도 잠깐 분하고 말겠지. 똑같이 몸에 줄을 매단 상태이지만, 놓여진 상황은 무척이나 다르다. 우리가 사는 세상 같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상황과 형편은 정말 다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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