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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진 작가님의 새 그림책, 『쿠키 크림의 비밀』을 만났다. 지난 번 그림책 『4번 달걀의 비밀』이 워낙 강력하고 “킥 앤 펀치”가 가득했던 그림책이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잔잔하고 아기자기 귀여워서 “오, 이번엔 다른 분위기?”하던 찰나! 그럼 그렇지! 뒷통수 앞통수 옆통수를 파바박 때리신다. 아니, 무슨 그림책에 이렇게 강력한 한방을 숨겨놓는 거지? 이쯤되면 우리 하이진 작가님, 그림책계의 김은희 작가님 아닐까? 엄마곰과 아기곰을 배꼽도 쏙 빠지게 하더니, 이윽고 눈물콧물까지 쏘옥~ 뺀 그림책, 『쿠키 크림의 비밀』를 소개한다.
『쿠키 크림의 비밀』은 무척 사랑스러운 오로라 빛 표지로 독자들을 반긴다. 무척이나 선명한 컬러의 일러스트는 그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동글동글 귀여운 쿠키와 크림은 단숨에 퐁당 빠질만큼 사랑스럽다. 우리집에서는 속표지의 벚꽃날리는 풍경에서부터 감탄을 시작하여, 딱 첫 페이지, 가을 단풍의 선명한 색채에서부터 넋을 잃은 채 감상을 시작했다. 눈부신 가을 풍경 사이에서 만나게 되는 쿠키와 크림은 또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지난 추억을 속삭이다 문득 초코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초코를 찾아나선 둘은 자꾸만 초코찾기를 까먹는다. 엉덩이를 닮은 구름구경을 하다 까먹고, 나무를 보다 까먹고, 그네를 타다 까먹고, 소시지빵을 사먹다 또 까먹는다. 우리 꼬마는 “초코랑 안 친한거야? 왜 자꾸 까먹어” 하면서 깔깔 웃었다. 나도 그 둘의 모습이 너무 익살스럽고 귀여워서 웃음이 픽, 났다.
그러나 서서히 『쿠키 크림의 비밀』을 알게 되며 눈물이 핑, 났다. 그럼 그렇지! 우리의 하이진 작가님이 그냥 쉽게 마지막 장을 보여줄리 없다. 지난번에도 허를 찔려 그 여파로 아예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집 달걀”을 사다먹으면서 왜 이런 반전을 생각하지 못했나. 쿠키와 크림이 잃어버린 초코가 그들의 아들일 줄이야. 그들의 나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쿠키와 크림의 뒤로 하늘을 물들이는 해가 지고, 어느새 초코와 크림의 옷은 환자복으로 바뀌어 있다. 아들과의 추억을 잊고, 아들을 찾던 것을 잊고, 아들의 이름까지 잊어버린 초코와 크림. 맞다. 그들은 치매환자다.
순간, 쿠키와 크림의 발랄하고 즐거운 모습이 병원복 위로 오버랩되듯 눈앞이 흐려졌다. 엄마아빠가 나를 기억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또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아이를 기억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나. 순간 감당하기 힘든 마음이 들어 아이와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감정이 수그러들고 난 후, “기억을 잃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와 치매환자에 대한 설명을 찬찬히 읽었다. 쉽고 다정한 문체로 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며, 이번 책도 세상에 큰 느낌표를 던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들의 그림책에서 무슨 치매를 이야기하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수명이 길어져 왕할머니, 왕할아버지를 가진 아이들이 많아진 만큼, 치매발병률이 높아진 만큼 아이들이 미리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자신을 서서히 지워가는 가족들 사이에서 가슴앓이를 할지도 모를 어린이들에게 이 그림책이 큰 위로와 준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편 『4번 달걀의 비밀』은 유쾌함으로 잘 버무렸지만,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동물학대'를 면밀히 배우고, 난각번호를 읽는 법, 동물에게 상처를 덜 주는 달걀을 고르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들과 건강한 먹거리, 올바른 공존을 배울 수 있으니 아직 읽지 않은 가정이 있다면, 『쿠키 크림의 비밀』와 더불어 만나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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