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 팔로우
집으로 가는 길의 표지 이미지

집으로 가는 길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지음
그린애플 펴냄

이번 주는 우리 꼬맹이가 학교에 혼자 갔다. 2학년이니 친구들에 비해 늦을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데려다줄 시간이 되기도 하고, 아이랑 손을 잡고 걷는 게 좋아서 데려다주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아무튼, 교문 앞에서 하던 인사를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니 뭔가 아쉽고 아까운 마음이 들어도 하염없이 창문 밖을 내다보는 중이다. 아이가 혼자 가기로 한 전날 밤, 아이와 『집으로 가는 길』을 읽었다. 『아주 특별한 생일케이크』의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작가님의 그림책이다 보니 기대감도 크고, 당연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을 것도 알지만, 아이가 걷는 순간들이 『집으로 가는 길』처럼 용기와 응원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모든 아이가 걷는 걸음걸음이 용기와 응원, 즐거움과 발견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림책, 『집으로 가는 길』을 소개한다.

『집으로 가는 길』을 열고 들어가면 풀숲에 누운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아이는 마치 걸리버처럼 작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고, 자신이 왜 여기 누워있는지를 모른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작은 사람들, 다 알아 아주머니, 까마귀, 버스 기사, 선원, 선장님, 강아지, 화가 등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는 사이 다양한 일을 겪기도 하고, 여러 위험에 빠지게 되기도 하지만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친구와 축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를 적어놓고 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깨달음 등이 숨어있으니 꼭 천천히 읽으시길 추천해 드린다.

먼저 『집으로 가는 길』의 손꼽히는 매력은 무척이나 섬세한 일러스트다. 작가님의 전작도 그랬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무척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다. 여백이 하나도 없이 꽉꽉 눌러 담아진 그림 속에는 수십 가지 이야기, 수많은 모습이 담겨있기에 아이와 관찰하는 재미,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엄청나다. 일상에서 만나는 크기보다 크고 작게 표현된 사물, 동물들을 바라보다 보면 생각이 전환되기도 하고, 여러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 아이는 거인이 짓고 있는 성을 바라보며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도 밤사이에 거인들이 뚝딱 만들어놓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일러스트뿐 아니라 스토리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만나볼 수 있다. 작은 사람들, 트롤, 커다란 버섯 그늘 등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것들을 둘러싼 모험이 이어져 아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렇듯 즐거움이 가득한 그림책이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는 상상력만 담긴 것은 아니다. 몇몇 문장은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다. “길은 아주 많단다. 집도 많아. 어릴 때는 늘 길을 잃게 마련이지. 나도 그랬단다. 하지만 결국에는 무사히 도착할 거야”라는 문장을 읽으며, 우리 삶이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고 멀리 둘러가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다다른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 외에도 그림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좌절하는 아이에게 “왜 못 해? 들어가 봐”하는 화가의 말은 우리 아이가 삶을 사는 내내 잊지 않길 바라는 응원의 문장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무엇인가 망설여지고 두려울 때, “내가 왜 못해! 시도해봐”하는 마음이길 간절히 기도했다.

섬세한 일러스트와 기발한 스토리가 만나, 마치 한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듯 심장이 뛰었다. 또 느려도, 오래 걸려도 결국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은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응원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집에서 길만 건너면 되는 등굣길을 혼자 걸을 뿐이지만, 아이에게는 큰 모험일지도 모르겠다. 또 앞으로 아이가 경험할 세상은 매 순간이 모험일지도. 하지만 그 순간마다 씩씩하게 길을 찾은 아이처럼, 용기를 내고 멈추지 않길 바랐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이들에게 모험 같은 세상, 다양한 경험, 예상할 수 없는 위기와 도움 등을 모두 간접 경험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하루 끝에 집으로 돌아와 평온한 마음으로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즐겁게 지내는 소소한 행복을 아는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며 오늘도 우리아이의 “집으로 오는 길”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본다.
0

책읽는엄마곰님의 다른 게시물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어린아이다 보니 종종 멋진 직업을 발견할 때면 살짝 흔들리기는 하지만, 우리아이의 장래희망은 환경을 연구하는 것이다. 5살 무렵 거북이 코에 꽂힌 빨대 사진을 본 충격에서 시작된 결심으로 여전히 빨대도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종종 동네 쓰레기를 줍는다. 그렇다 보니 아이에게 환경과 관련한 동화를 자주 노출하는 편. 이번 달에는 『우리 봉그깅할래?』와 『홍수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구하라』를 함께 읽었다. 먼저 『홍수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구하라』를 소개하고자 한다.

『홍수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구하라』는 키위북스의 '우리는 글로벌 히어로즈'의 두 번째 동화책. 『산불에서 코알라를 구하라』를 이어 출간된 환경 동화였기에 당연히 아이의 관심을 끌었고, 기후변화나 야생동물, 자연재해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어 무척이나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쉬운 어휘로 재미있게 이어진 덕분에 며칠 만에 집중해서 읽어낼 수 있었다.

전문 지식을 갖춘 아이들로 구성된 글로벌 히어로즈는 임무를 받고 세계 곳곳의 기후 위기, 야생동물의 위기 등이 발생하면 출동을 한다. 첫 장면에서부터 “또다시 비”가 내렸고, 세계의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이야기에 아이는 지난여름을 떠올렸다. 비교적 평온한 도시에 살다 보니 아이가 직접 자연재해를 목격하게 되는 일이 드물지만, 이번 여름에는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강변공원이 몽땅 물에 잠겼던 터라 자연재해를 더욱 심각하게 인식했던 것. 더욱이 다큐멘터리로 만난 적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동물들이었기에 아이의 관심은 더욱 선명해졌다. 『홍수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구하라』는 동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에 반해, 무척이나 다양한 지식을 담고 있어 어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사이클론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마다가스카르에 대해 무척 자세히 기록해두었기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홍수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구하라』가 환경 동화로서 필독서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야생동물이 처한 위기나 기후변화의 위기, 즉 홍수나 가뭄, 한파 등에 대해 아이들이 더욱 자세하게 접하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등 3학년부터는 교과서에 기후 위기가 종종 등장하니 교과연계로 읽기에도 좋다. (3학년 도덕, 4학년 과학, 6학년 세계의 자연과 문화 등) 이렇듯 교과서와 연계할 내용이 담겨있어도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더욱 도움이 된다. 또 책의 끝부분에[는 퀴즈 등이 포함되어 있기에 개념정리를 돕는다.

어느새 기후 위기는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기에 아이들에게 더욱 자주 노출하고, 어릴 때부터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익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홍수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구하라』는 더 많은 아이가 읽고, 깊이 새기길 바라는 책이었다.

홍수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구하라!

다미안 하비 지음
키위북스(어린이) 펴냄

47분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하이진 작가님의 새 그림책, 『쿠키 크림의 비밀』을 만났다. 지난 번 그림책 『4번 달걀의 비밀』이 워낙 강력하고 “킥 앤 펀치”가 가득했던 그림책이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잔잔하고 아기자기 귀여워서 “오, 이번엔 다른 분위기?”하던 찰나! 그럼 그렇지! 뒷통수 앞통수 옆통수를 파바박 때리신다. 아니, 무슨 그림책에 이렇게 강력한 한방을 숨겨놓는 거지? 이쯤되면 우리 하이진 작가님, 그림책계의 김은희 작가님 아닐까? 엄마곰과 아기곰을 배꼽도 쏙 빠지게 하더니, 이윽고 눈물콧물까지 쏘옥~ 뺀 그림책, 『쿠키 크림의 비밀』를 소개한다.

『쿠키 크림의 비밀』은 무척 사랑스러운 오로라 빛 표지로 독자들을 반긴다. 무척이나 선명한 컬러의 일러스트는 그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동글동글 귀여운 쿠키와 크림은 단숨에 퐁당 빠질만큼 사랑스럽다. 우리집에서는 속표지의 벚꽃날리는 풍경에서부터 감탄을 시작하여, 딱 첫 페이지, 가을 단풍의 선명한 색채에서부터 넋을 잃은 채 감상을 시작했다. 눈부신 가을 풍경 사이에서 만나게 되는 쿠키와 크림은 또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지난 추억을 속삭이다 문득 초코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초코를 찾아나선 둘은 자꾸만 초코찾기를 까먹는다. 엉덩이를 닮은 구름구경을 하다 까먹고, 나무를 보다 까먹고, 그네를 타다 까먹고, 소시지빵을 사먹다 또 까먹는다. 우리 꼬마는 “초코랑 안 친한거야? 왜 자꾸 까먹어” 하면서 깔깔 웃었다. 나도 그 둘의 모습이 너무 익살스럽고 귀여워서 웃음이 픽, 났다.

그러나 서서히 『쿠키 크림의 비밀』을 알게 되며 눈물이 핑, 났다. 그럼 그렇지! 우리의 하이진 작가님이 그냥 쉽게 마지막 장을 보여줄리 없다. 지난번에도 허를 찔려 그 여파로 아예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집 달걀”을 사다먹으면서 왜 이런 반전을 생각하지 못했나. 쿠키와 크림이 잃어버린 초코가 그들의 아들일 줄이야. 그들의 나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쿠키와 크림의 뒤로 하늘을 물들이는 해가 지고, 어느새 초코와 크림의 옷은 환자복으로 바뀌어 있다. 아들과의 추억을 잊고, 아들을 찾던 것을 잊고, 아들의 이름까지 잊어버린 초코와 크림. 맞다. 그들은 치매환자다.

순간, 쿠키와 크림의 발랄하고 즐거운 모습이 병원복 위로 오버랩되듯 눈앞이 흐려졌다. 엄마아빠가 나를 기억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또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아이를 기억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나. 순간 감당하기 힘든 마음이 들어 아이와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감정이 수그러들고 난 후, “기억을 잃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와 치매환자에 대한 설명을 찬찬히 읽었다. 쉽고 다정한 문체로 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며, 이번 책도 세상에 큰 느낌표를 던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들의 그림책에서 무슨 치매를 이야기하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수명이 길어져 왕할머니, 왕할아버지를 가진 아이들이 많아진 만큼, 치매발병률이 높아진 만큼 아이들이 미리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자신을 서서히 지워가는 가족들 사이에서 가슴앓이를 할지도 모를 어린이들에게 이 그림책이 큰 위로와 준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편 『4번 달걀의 비밀』은 유쾌함으로 잘 버무렸지만,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동물학대'를 면밀히 배우고, 난각번호를 읽는 법, 동물에게 상처를 덜 주는 달걀을 고르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들과 건강한 먹거리, 올바른 공존을 배울 수 있으니 아직 읽지 않은 가정이 있다면, 『쿠키 크림의 비밀』와 더불어 만나보시길 추천드린다.

쿠키 크림의 비밀

하이진 지음
북극곰 펴냄

1일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사실 캐드펠수사시리즈에서 제일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책을 고르라면 나는 바로 이 『귀신 들린 아이』였다. 일단 제목부터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아이들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이 조심스러운 편이기에 과연 이 안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으려나 걱정부터 되었다.

그런데! 맙소사! 『귀신 들린 아이』에는 엄청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무려 20권이나 되는 케드펠 수사시리즈가 어떻게 모조리 재미있을 수 있나 생각하면서도, 매번 읽을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거야 도대체! 아무튼 이번 『귀신 들린 아이』는 견습수도생인 메리엇이 몽유병같은 증세를 보임과 동시에 사신으로 프랑스에 간 수도사 하나가 실종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론 오래 소설을 읽어온 짬으로 당연히 두 사건이 연관이 있겠지 생각은 했지만 과연 이것을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했는데, 이야기를 어찌나 유기적으로 연결짓는지 놀라움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귀신 들린 아이』에서는 진정한 답이 등장하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우리가 보지 못하고 사는 진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귀신 들린 아이』를 리뷰하는 사이, 어느새 읽을 책이 1권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한 권은 지금 읽고 있다) 남은 두가지는 또 얼마나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들지 고민과 기대가 동시에 든다.

캐드펠수사시리즈는 정말 강력추천하고 싶은 추리소설시리즈! 특히 중세를 좋아한다면 일단 무조건 시작해보길 추천드린다.

귀신 들린 아이

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2일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