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문학동네 펴냄
42. 어떤 노래는 마음을 쓰다듬기는커녕 할퀴고 갔다. 번잡한 감정들이 눈을 감아도 침전되지 않았다. 맑은 마음이 간절해지면 바흐나 쇼팽 같은 이름을 되는대로 검색했다. 바흐는 Bach. 쇼핑은 Chopin. 사람들이 클래식을 듣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음을 증류해서 색과 맛과 향을 없애기.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에 '좋아요'를 눌렀다.
47.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전언에 맹희도 동의했다. 혼자를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 것. 적극적으로 혼자 됨을 실천할 것. 연애는 옵션이거 나 그조차도 못 되므로 질척거리지 말고 단독자로서 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
51.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십일까. 둘 다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왜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부재를 느낄 수 있는지. 걔였는지 쟤였는지 이름과 얼굴은 지워졌어도 촉감과 온도와 음향, 아득한 형체로 남은 것들. 지나간 애인들은 대체로 얼간이거나 양아치였고 그 때는 괜찮은 놈이라 믿었는데 돌아보면 영 아니었다. 한두 명 쯤은 제법 괜찮은 놈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함께 사랑을 밝혀낼 수도 있었을까. 만약 가장 좋은 인연이 이미 지나갔다면, 바보처럼 내가 알아보지 못했고 이제 열화판을 반복할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하면 울적했다.
0
미리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