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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를 땋으며 // 로빈 월 키머러

어느 시대든 인간은 자연과 물질대사를 해 왔다. 문명의 오랜 세월동안 자연은 인간에게 선물이었고, 호혜성의 원칙에 따라 인간도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을 보살피며 지내왔다. 세대가 영속되는 동안 한 세대에서의 개인도 반복 되어지고 댓가를 받는다는 원형의 시간으로 세계를 바라보았으므로 유한한 자원으로서의 자연이 소모되지 않도록 애써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세상은 여지껏 우리가 선물이라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상품이 되어 나타났다. 호혜성은 사라지고 ‘이기심의 조화’라는 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은 직선의 시간을 사는 세상이고 나 이후의 시간이 나에게 갖는 의미는 적다. 자연은 이제 우리에게 앙갚음을 하기 시작했지만 일론머스크 같은 거대자본은 지구라는 유한한 자원으로서의 자연을 대체할 화성을 꿈꾸고 있다.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근본적인 해결법. 좀 덜 쓰면서 사는 삶이다. 공허함과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따르지 않고 풍요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감사하는 마음은 만족을 찾기위해 쇼핑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이미 우리에게 있음을 일깨우는 것. 감사는 상품이 아니라 선물로 다가오기에 시장경제 전체의 토대를 뒤엎는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작가는 ‘방종한 이기심이 지탄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성공의 비결로 찬양받는다’고 우려한다. 나도 그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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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 // 뤼트허르 브레흐만

인간 본성의 사악함을 믿는 토마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선한 본성을 믿는 장자크 루소는 문명의 압력과 규제를 벗어나 인간 본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이상적인 인간을 형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환경에 따라 선하게 될수도 악하게 될수도 있다고 본 존 로크의 사상이 사회계약설의 기초가 되어 근대를 열었다.
하지만, 현대를 사는 지금까지 인간 본성의 사악함을 근거로 규제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인간의 선한 본성을 근거로 자유의지와 자율, 자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대립되어 왔다.

문명이란 아주 가벼운 도발에도 갈라져버리는 얄팍한 껍데기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껍데기 이론'에 근거한 수많은 억측과 오해들. 소설 '파리대왕'(조난당한 소년들이 서로 무자비해지는 모습)의 내용이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던가,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교도관 역할을 맡은 대학생들이 수감자 역을 맡은 대학생들에게 혹독하게 대하는 모습)과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시험(교사역을 맡은 사람이 오답이 나오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전기충격을 계속 높이는 모습)이 조작되었다는 사실들을 저자는 여러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잔혹한 세계 증후군'을 조장하는 뉴스매체는 사회에 부정편향이라는 독을 퍼뜨리는 약이며, 그 증상은 냉소주의, 염세주의, 비관주의가 되기싶다.
냉소주의는 게으름의 또다른 단어이며, 이는 책임을 지지않기 위한 변명이라고 하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시대정신'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인간이 원래 다 그렇지" 라고 하면 할 일이 적어진다. "대부분 사람들의 내심은 고상하고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을때 나의 의지도 힘을 낼수 있을것이다.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은이), 조현욱 (옮긴이) 지음
인플루엔셜(주)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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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

@kirea10

동성애에 대한 혐오로 사회에서 소외당한 자
그것은 구체적 개인에 대한 판단과 무관하게 속성에 대한 분류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당사자가 느끼는 소외는 구체적 개인이 맞닥뜨리는 실재적 감정이다.
유태인 주인공 나도 인종차별법이 시행된 이탈리아에서 같은 소외와 막막함을 느끼면서 동성애자 파디가티 선생님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문화적, 인종적 요인에 기인하는 유태인 혐오
자연적, 생물학적 요인에 기인하는 동성애 혐오
원시공동체 사회는 종족보존이 최고의 가치였으므로 동성애를 혐오할 뿐만 아니라 독신자, 더 나아가 아이를 갖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까지도 혐오의 감정을 품었을 거 같다.
그런 혐오가 종족보존에는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보면,
어쩌면 자연선택에 의해 혐오의 감정이 되물림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 더는 궁금해하지 않는 것, 내버려 두는 것과 같다(20p)고 한다.
이 혐오의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고,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비로소 혐오의 감정을 극복하고. 내버려 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금테 안경

조르조 바사니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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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ea10

마노로 깎은 메피스토 : 마음을 읽는 능력자의 정신해방기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 AI가 지배하는 시대 최후의 인간에게 내려진 형벌
크로아티안 : 낙태한 아이들이 모여사는 지하세계
랑게르한스섬 표류기 : 영혼의 좌표를 찾아내 불멸을 끝내고 싶은 울프맨
폭신한 원숭이 인형 : 죽은 아이의 인형으로 삶을 지탱하는 늙은 흑인 노숙자
꿈수면의 기능 : 상실감을 극복하여 죽은이들을 온전하게 떠나보내기
콜롬버스를 뭍에 데려다준 남자 : 유한한 세계를 사는 무한한 존재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인생이야기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할란 엘리슨 지음
아작 펴냄

읽었어요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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