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의 이야기 다섯 편이 실린 『림: 잃기일지』
문학웹진 LIM에 연재하며 사랑받은 다섯 편의 신작을 네 번째로 모아 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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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잃고 떠나 보낸다는 것은 어느 방법으로도 쉽지 않다. 잃음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 제목이었기에 처음으로 제일 궁금했던 이야기는 표제작,「잃기일지」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더욱 관심이 갔던 이야기는 「돼지 목에 사랑」이라는 이야기였다.
특정 무엇 때문에 한없이 자신을 탓하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 미진에게는 그런 것이 자신의 꼬리였다. 돼지처럼, 두께가 얇고 털이 없어 추워 보이는, 분홍색과 누런색이 애매하게 섞인 한 가닥의 길쭉한 꼬리.
사랑을 모르는 미진은 간절히 사랑을 하고 싶어 하고, 사랑을 알기 위해 연애를 하고. 그러나 미진의 연애에는 꼬리가 걸림돌이었다.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밤에 달리다 어느 개가 물어버린 자신의 꼬리. 부리나케 달려 도망가는 모습에, 나중에 또다시 만나버린 개의 주인은 풋살 모임에 참석해 볼 것을 제안한다. 어쩌다 풋살 모임에 참석한 미진은 숨겨져 있던 재능을 발견한 것처럼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로 경기장을 장악한다. 이것이 꼬리 덕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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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패스, 패스, 전력 질주. 미진은 달렸다. 경기장 끝에서 끝으로. 찌릿찌릿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꼬리 끝까지 전해져. 누군가 내 양 끝, 그러니까 머리카락과 꼬리를 잡고 바짝 잡아당기는 기분. 아 재밌다. 달리는 동안 꼬리뼈에서 시작된 긴장감이 철추를 따라 올라와. 꼬리를 타고 내려가. 위아래로 나는 흐른다,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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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 있는 그대로를 만족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디선가 실수를 할 때면 적잖게 자신을 먼저 탓하고는 한다. 가장 쉽게는 자신의 외모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가끔은 자신의 능력이 그렇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각각의 흉터를 가지고 살아갈 테니. '꼬리든 심장이든 사랑이든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들이든 드러내 놓고' 달려보기. 아주 씩씩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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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읽은 후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제일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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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죽음이 두렵지 않겠지요?"
"죽음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달까요."
"죽는 게 두려운 건가요?"
"죽음 이후가 두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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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모립, 모립의 파트너이자 보호자로서 모립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오피스 로봇 로티. 둘은 대학에서 만나 파트너십(짝이 되어 협력하는 관계)을 맺는다.
이야기의 제목, 심곡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마음의 깊은 속. 흔히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이른다. / 깊은 골짜기'라는 의미를 가진다. 심곡이라는 제목은 주인공 서로의 시선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와 닮은 것 같다.
그 속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믿음, 관계, 사랑 말이다. 나에게도 짝꿍 로봇이 있다면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을지, 마음을 나누며 깊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제일 잘 읽혔고, 더 자주 내가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었다. 마음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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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슬픔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까지는 많은 계절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계절이 마지막 장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필름을 멈추지 않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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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다섯 소설 속 존재들은 자신의 중심을 잃고 미끄러짐으로써 다시 조직되며, 그 변형이 남긴 자국과 흔적을 만져 보고, 끝내 중첩되는 이질화를 생의 조건으로 삼아 '나'보다 남에 더 가까운 스스로와 관계 맺고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이 모임의 장소는 종착지라기보다 차라리 시작점에 가깝다. 하나로 결속되는 대신 어디로든 흩어지겠다는 결심이자, 어느새 몸속으로 들어와 있는 세계에 삶의 흐름을 내맡기기로 하는 첫걸음이다." (작품해설, 내 안에 세계를 아로새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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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던 그들만의 신선한 시각과 질문들을 여기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것 같다. 자신만에 답을 찾아가며 오래 생각하고 기어이 기억할 이야기. 이 글들을 젊은 작가들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혹은 그러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기를– 바란다.
*출판사 서평단을 통해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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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즐거움을 주는 책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15호의 특집 리뷰는 믿음, 주술, 애니미즘이다.
올해 초, 큰 인기를 모았던 <파묘>를 보고 믿음과 주술에 개한 관심이 생겼었다. 그러던 중 이를 주제로 하는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하여 신청하였고, 서평단으로 선정이 되어 플라이북, 알렙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음을 알린다.
총 여섯 편의 특집 리뷰 중 나의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해 주었던 '임종태, 현대 지리학과 그 사상적 대안 사이에서' 와 여성, 무속을 키워드로 하는 '오성희, 여성 인류학자들이 만난 무속의 현장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 남성 무당은 여성 무당보다 적은 것인지, 왜 유독 제주도에서 굿과 무속이 육지보다 더욱 활발했던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으며, 특히 믿음, 주술, 애니미즘이 역사와 깊이 관련이 있는 탓인지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그 과거는 지금과는 다르기에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들도 리뷰를 읽어가며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새롭게 알아갈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이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서인지 서리북에 실린 리뷰들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껴졌지만, 머리를 싸매고, 짧지 않은 분량에 차근히 읽다 보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서평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직 많이 미숙한 나에게는 리뷰들을 보면서 어떻게 서평을 쓰면 좋을지, 그 기술까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무래도 서리북의 가장 큰 장점은 공통된 주제의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특집 리뷰), 그것들을 먼저 접한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내가 알지 못하는 것투성이인 세상에서 얼마나 다양한 (지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또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특집 리뷰 이외에도 다양한 리뷰가 서리북에 실려 있는데, 새롭게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는 고전의 강 역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이상으로 다음 호의 주제를 기대하게 만드는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플라이북, 알렙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홍성욱 외 15명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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