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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오더 (우나의 뒤죽박죽 시간여행)의 표지 이미지

아웃 오브 오더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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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속성과 의미를 추구할 테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해 즐기기도 할 터였다. 세월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아예 흘러가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끝나기 마련이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뿐이었다. 우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다.
리프할 때마다 그게 몇 년이든 중요한 누군가가 그녀의 삶에서 사라지게 될 터였다. 데일이든 매들린이든 켄지든. 매년 씁쓸하면서 달콤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분명 나쁜 날들도 있을 터였다. 그것도 늘. 하지만 그녀는 저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좋은 날들을 하나씩 모아 한데 엮을 터였다. 사방에 거울이 달린 방의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환하게 빛나도록.
“다시 안에 들어가서 네 기타 솜씨 좀 보여주지 그래? 보나마나 잘하겠지만.” 데일이 눈을 찡긋거리며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어쩌면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소용없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젊은이들은 젊음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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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하늘에서 떨어졌어.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 땅에서 솟았어도, 바람에 실려 왔어도, 아무 상관 없어.”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전미화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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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이 새가 왜 멸종했는지 아세요?”
“그거야 날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물론 그렇지만요. 천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땅 위에서 살았다고 해요. 알을 낳아도 어딘가에 숨겨 놓지 않고 땅 위에 그냥 낳은 채로 두고요.”
“아! 지금 같으면 리스크 헷지를 하지 못한 거네요. 이렇게 말하면, 혼날 것 같지만.”
무쓰코가 웃는다.
“하지만 그만큼 안전했다는 뜻이죠. 그러다 인간이 찾아왔고 인간이 데리고 온 개와 쥐들이 알을 먹어버리고..... 그러다 결국은 멸종하고 맙니다.”
소로리가 슬픈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지금도 목초지가 사막화되어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그 또한 인간이 과도하게 토지를 개간한 탓이다.
“목초지가 사막화돼버린 것도 도도를 사라지게 한 것도 우리 인간이군요.”
왠지 모를 미안한 기분이 들어 무쓰코는 고개를 떨구었다.
“도도는 아둔하고 날지 못하는 새지만 그 덕에 자기 페이스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런 삶의 방식을 찾고 싶다고,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가게 이름을 카페 도도라고 지었고요.”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읽었어요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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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주제넘은 소리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내뱉는다. 그러고는 조심히 입을 연다.
“크게 달라질 건 없는 것 같다. 너와 아빠 사이 말이야. 물론 나는 제삼자 입장이고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잖아. 정말 네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거야.”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스케치북에 실수로 물감을 흘린 적이 있어. 밑그림 다 그리고 색칠을 하려는데 물감 한 방울이 엉뚱한 곳에 떨어진 거야. 맨 처음 든 생각은 아! 망했다. 열심히 그린 그림이 다 날아갔구나. 다시 그릴 시간도 없고, 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채색을 시작했어. 색칠하면서도 그 물감 자국만 자꾸 도드라져 보이잖아. 에라 모르겠다, 이왕 망친 거 대충하자, 그렇게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거짓말처럼 물감 흘린 자국이 안 보이는 거 있지?”
카드를 손에 쥔 채 묵재가 나를 본다. 나는 다시 말을 잇는다.
“그냥 너와 아빠가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을 밑그림이라고 생각해봐. 거기에 물감 한 방울이 떨어졌어.”
처음에는 유독 얼룩만 도드라져 보일 것이다. 그 한 방울이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생각하겠지. 하지만 결국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의 문제다. 삶의 얼룩들에 한번 시선을 빼앗기면 더 크고 소중한 것들이 안 보인다.
“나는 너와 아빠가 열심히 그린 나머지 그림들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얼룩은 안 사라져. 결국 더 짙은 색으로 덮을 수밖에 없어. 행복이나 추억 같은 것으로...”

너는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아. 태어나서 단 한번도 내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음, 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지금까지 한 번도 네 생물학적 아빠를 보지 못한 것과 비슷할 거야. 그래도 우리 괜찮잖아. 하루하루 잘 살아왔고 살아가는 중이고 또 살아갈 거잖아. 물론 속상한 적도 많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대체 무슨 잘못을 했을까? 슬프고 화나고 억울한데, 사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해. 다만 내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 네가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상상할 수 없듯, 내가 너에게 그런 아픔이 있는지 생각하지 못했듯 말이야.
살아가면서 열심히 그린 밑그림에 물감 한 두방울 씩 안 흘려본 사람은 없을 거야. 다만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중요하겠지. 작은 얼룩 말고 더 넒은 부분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솔직히 나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편할 때도 있어. 남들보다 외모에 덜 신경 쓰거든. 뭐, 쓸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대신 남들은 볼 수 없는 나만의 얼굴이 있어. 매일 아침 그 기묘한 스타일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거든.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세상의 시선이 아닌 너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뭔가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소리 없는 말들을 건넨 후, 나는 묵재를 향해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를 보낸다. 비록 나는 볼 수 없는 미소지만 부디 이 마음이 묵재에게는 닿기를 원한다.

페이스

이희영 지음
현대문학 펴냄

읽었어요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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